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전환점을 맞는다. 한국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가 17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다.

주총 안건 자체는 경영권 분쟁과 별 관련이 없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제안한 안건을 주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20일 이상 끌어온 이번 분쟁의 향배가 일단락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한일 롯데 계열사를 장악한 신동빈 회장이 주총에서 상당히 유리한 국면에 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번 주총은 일본주주들에게 신동빈 체제의 재신임을 묻는 성격이 짙다. 롯데홀딩스 주총의 안건은 '사외이사 선임'과 '지배구조 관련' 두 가지다.

애초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강력히 주장했던 이사 해임 등 민감한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지만, 주총 안건 처리 결과를 보면 주주들이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가운데 과연 누구를 지지하고 있는지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올린 안건이 모두 통과된다면 그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롯데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안으로 통과되면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한 ‘원롯데·원리더(One Lotte, One leader)’의 체제가 유지되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거나, 근소한 차이로 승리하면 신동빈 체제는 다시 한 번 흔들리게 된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모두 이번 주총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롯데홀딩스의 주주 구성은 고준샤(光潤社)와 종업원 지주회, 이사진 및 계열사가 30%씩을 보유하고 있고, 신동주·동빈 형제가 각각 2%가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은 종업원지주회와 이사진 및 계열사를 우호 지분으로 보고 최대 70%의 지지를 자신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역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영향력이 큰 고쥰샤와 종업원지주회를 우호 지분으로 간주해 역시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총 개최를 서두르고, 신동빈 회장은 이를 늦출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이 예상보다 빨리 임시 주총을 개최키로 한데는 그만큼 우호 지분 확보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주총이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한일 롯데 '원톱 경영'을 공식화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란 이야기다.

지금 상황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총장에서 꺼내들 수 있는 '반격 카드'라고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위임장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12곳의 대표이사로 오르는 등 대세를 장악한 만큼 건강상태에 의문이 제기되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 정도로는 상황을 역전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승리하더라도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신동빈 회장이 지지세력을 규합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을 무효화하고 신동빈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자는 안건을 제기하면서 임시 주총을 소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상법상 3%의 지분만 확보하면 주총 소집이 가능하다.

또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배제한 채 L투자회사 대표로 취임·등기한 것 등에 대해 신동주 전 부회장이 법적 소송에 나설 개연성도 남아 있다.

김서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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