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보험업계가 신 먹거리로 헬스케어에 주목했지만 의료법의 높은 장벽에 난항을 겪고 있다. 보험업계는 헬스케어와 연계된 다양한 사업에 눈독을 들이지만, 의료업계는 보험계의 의료 서비스 진출이 의료법에 저촉된다며 막는 중이다.

▲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비의료기관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헬스케어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고령화 사회가 다가오는데도 헬스케어가 발전하지 못하자 보건복지부가 하루빨리 가이드라인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다양한 헬스케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AIA생명은 지난 27일 강북삼성병원과 헬스케어 컨설팅 전문과 과정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보험설계사들을 헬스케어 전문가로 양성한다는 목표다. KB손해보험도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서울성모병원과 3자 간 MOU를 체결했다. KB손보는 요양 산업과 관련된 의료협력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NH농협생명은 최근 KT와 ‘ICT 연계 인슈테크 서비스 공동 연구개발’ MOU로 고령화사회에 맞춘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밖에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빅3’ 생보사들도 헬스케어 사업을 설계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헬스케어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실제 사업이 진행될 수 있을지는 안갯속이다. 현행 의료법상 비의료기관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에 소개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또 보험사가 의료법인과 제휴를 맺더라도, 교육이나 연구, 장례식장 운영 등 기초적인 7가지 사업만 할 수 있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14일 보험산업 세미나에서 “병원은 IoT와 결합해 헬스케어 서비스로 업무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며, 새로운 헬스케어 생태계에 보험회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기대된다”며 “이럴 경우 보험회사와 병원이 의료와 보험 부가서비스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했다.

빗장을 풀어달라는 요구가 지속되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비의료기관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 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복지부는 보험업권과 의료업권이 헬스케어 서비스를 두고 알력다툼을 벌이자 2016년 2월부터 가이드라인 제정을 논의해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험회사 등이 건강관리를 행하는 것은 가능하나, 건강관리와 의료행위의 영역이 불분명하여 의료행위 시 처벌받을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최근까지도 보험계와 의료계, 소비자들과 접촉해 접점을 찾고자 했지만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정치권과 업계 안팎에서는 가이드라인 제정이 차기정부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헬스케어 사업은 최근 정부가 4차 산업시대의 동력장치로 지목해 시장 확대를 약속해온 터라 보험업계의 배신감도 짙다.

보험업계는 뒤늦게 규제가 신설되면 발목을 잡힐 수 있어 고민에 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생보계가 최근 실적 하락세를 겪다 보니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는 중이다. 고령화사회를 맞아 헬스케어가 가장 탐나는 시장”이라면서도 “가이드라인이 없어 언제 중단될 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만약 의료법에 저촉이 된다면 무리해서 시장 진출을 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어느 정도까지 헬스케어 사업을 확장해도 괜찮은 지 선을 그어달라는 요구”라고 전했다.

국내 헬스케어 산업이 발목 잡힌 사이 해외에서는 이미 헬스케어 시장이 활발히 운영 중이다. 가이드라인 제정이 늦춰질수록 국내 산업의 경쟁력도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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