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하이투자증권이 최근 잇따른 악재에 고심하고 있다. 중소형사임에도 법정관리 위기에 놓인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증권사 중 가장 많이 들고 있는데다, 노동조합이 매각과 사내이사 선임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내우외환’에 처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와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대우조선 회사채를400억원어치 보유 중이다. 이는 하나금융투자(300억원), 유안타증권(241억원), KB증권(211억원), 동부증권(200억원) 등 다른 증권사보다 가장 많은 규모다. 하이투자증권의 지난해말 기준 자기자본 6,962억원의 5.7%에 달한다. 지난해 하이투자증권 순이익 13억원의 30배가 넘는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1실장은 “하이투자증권은 순이익 대비 대우조선 회사채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커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수익성 및 재무안정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뿐 아니라, 난항을 겪고 있는 매각 문제도 노조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불황에 따른 자구책으로 지난해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결정했지만 답보상태에 놓였었다. 이에 노조를 비롯한 임직원은 매각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걸었지만 최근 현대중공업 지주사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매각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일반 지주사는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다.
 
3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점포 통폐합 권한을 대표이사에게 위임한 안건을 통과시킨 것을 두고 노조 측은 회사가 매각을 위해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그간 하이투자증권은 시장에서 매각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점포 통폐합으로 가격을 낮춰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현대중공업 측의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설명이다.
 
백정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선전홍보국장은 “회사 측은 구조조정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면서 ‘지켜봐 달라’고 하는데 노조가 가만히 있겠냐”며 “점포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통해 가격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주총에서 하이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이름을 떨쳤던 양모 경영지원본부장(전무)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지난해 5월 현대중공업에서 하이투자증권을 자리를 옮긴 모 전무는 ‘리테일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 팀’을 맡았지만 부적절한 발언 등이 문제가 돼 회사로부터 경고와 공개사과 권고 조치를 받은 인물이다.
 
하이투자증권 노조 측은 양 전무가 회사에 부임한 뒤로부터 조직 내 갈등과 불신이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 전무의 태도 또한 바뀐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박정현 하이투자증권 노조위원장은 “양 전무가 구조조정을 암시하는 발언을 여러차례 하면서 직원들이 힘들어했다”며 “노사관계가 전혀 대화가 되지 않는 극단적 상황까지 갔다”고 말했다.
 
이어 “양 전무는 부적절 발언 등 논란 이후 사내게시판에 반성문 한 장 올린 게 전부”라며 “이런 사람을 매각을 앞두고 사내이사로 올리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현실화된다면 노조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회사 측은 이미 양 전무가 공개사과를 한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 회사채는 향후 상황을 봐서 처리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경영전문가로서 양 전무가 회사에 더 기여할 수 있고 사내이사 선임도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는 데 노조의 행태는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대우조선 회사채는 처리 방안은 좀 더 지켜본 후 입장을 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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