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118회> 글·김지훈

- 걱정하지 마!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보다 훨씬 안전해. 공중에서 모터가 멈춰도 바람개비 원리로 낙하산보다 느리게 떨어져. 집에서 TV를 보는 것보다 안전할 거야.-

“그런 게 가능해?”

- 단비는 항공 역학과 재료공학이 빚어낸 기술의 결정체야. 그 밖에도 네가 놀랄 게 많아. -

“단비?”

- 우리 처음 만난 날, 단비가 내렸잖아. 그래서 비행기 이름을 단비라고 지었어. 개인 비행기로 세계 여행을 하려면 절차가 복잡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는데, 비행기 개조보다 더 까다로워. 아무래도 수속절차를 대신 해줄 사람을 찾아봐야겠어. 네가 돌아오기 전에 중국과 일본의 비행 허가를 받아 놓을 건데, 승인이 늦어지면……. 제주도로 가게 될지도 몰라. -

“ ……. 기대하고 있을 게.”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함께 하늘을 난다는 생각만으로 가슴이 설렜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이쪽에서 흥분한 모습을 보이면, 저쪽에서 집중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남자는 쉽게 무모해지는 존재였고, 지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 큰 기대는 하지 마. 내가 만든 건 스크루 유람선이 아니야. 어쩔 수 없이 조금은 불편할 거야. -

“그래 ……. 녹색으로 된 구름을 본 적 있어?”

그녀는 창가 너머를 응시하며 말했다. 서쪽 하늘에서 녹색 구름이 번져 오르고 있었다.

- 녹색? 지금 선글라스 쓰고 있어? -

“녹색 구름이 망토처럼 펄럭이고 있어. 오로라 같아.”

-그럴 리가 ……. 적도 지방에는 오로라가 없어. -

* * *

바다는 낮잠 자는 아이처럼 호흡했다. 규칙적인 리듬에 맞춰 파도가 밀려왔고, 물결에는 샴페인 거품이 일었다. 사람들은 서프보드 위에 두 발을 딛고 파도를 탔다. 탱고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햇살이 흥을 돋웠다. 서프보드의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파도를 가르는 가파른 속도. 속도는 파도 위를 돌파하며 하늘을 날았다.

에바는 남자친구가 중심을 잃고 파도에 빠지는 것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 그는 늘 덤벙댄다. 첫 키스도 그랬고, 첫 경험도 그랬다.

그가 제대로 된 키스와 섹스를 하기까지는 ……. 시간이 걸렸다. 에바가 입은 노란색 비키니는 그녀의 체형과 잘 어울렸다. 에바에겐 튤립의 청순하고도 육감적인 매력이 있었고, 백사장의 젊은 여성 중에서도 단연코 빼어났다.

남자들은 그녀 앞을 지나갈 때마다 허리를 세우고 어깨를 펴서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천천히 걸었다. 그러나 에바는 뭇 사내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서프보드를 타는 남자친구에게 붙박여 있었다. 서프보드에 배를 대고 일어서던 남자친구는 균형을 잃고 물에 빠졌다.

“왜 저런 녀석하고 사귀는 거니?”

곁에 있는 친구가 속삭이듯 물었다. 친구는 파란색 선글라스와 파란색 비키니를 입었다.

“재밌잖아. 가끔 귀여운 짓도 하고.”

그녀는 대답하며 하늘을 봤다. 붓으로 찍은 듯한 녹색 얼룩이 보였다. 강렬한 태양 빛에 의한 착시현상일까? 얼룩은 쏟아진 잉크처럼 짙어지고 넓어졌다.

“청혼할 거라던데. 받아줄 거니?”

“그건…….” 에바는 얼굴을 붉히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이상하지 않아?”

에메랄드빛이 출렁거렸다. 빛은 사방팔방, 커튼처럼 길게 늘어났다. 새장을 연상시키는 종 모양의 포물선. 초록빛 장벽이 공간을 둘러쌌다. 친구가 중얼거렸다.

“ ……. 레이저 쇼 같은데?”

한국스포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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