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스' 박명수, 전현무, 노홍철(왼쪽부터)

[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뭐 먹고 살지?’

백세시대 직업의 수만 무려 1만4,000여 개. 구직자도 많고 직업도 많은 세상. JTBC와 KBS가 나란히 직업 예능프로그램 ‘잡스’와 ‘독한 일꾼들’을 선보였다. 다양한 직업 탐험을 통해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겠다는데 ‘썩’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기존 프로그램을 대놓고 재활용하거나 티 나는 설정으로 리얼리티를 살리지 못했다. 직업 예능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JTBC ‘잡스’는 다양한 직업 군의 셀럽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직업 토크쇼다. MC 전현무, 박명수, 노홍철은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를 연상케 하는 동그란 안경, 검은 터틀넥에 청바지, 수염을 따라했다. 인공지능로봇 A.I로부터 밥줄을 사수하기 위해 서울 모처에 연구소 설립, 비밀리에 밥벌이 연구를 한다는 설정에서 시작됐다. 오프닝 및 기본 설정은 JTBC ‘비정상회담’과 Mnet ‘비틀즈코드’를 떠올리게 했다. 연출자 김희정 PD는 Mnet 출신으로 대표작이 ‘비정상회담’이다.

시청자들은 EBS에서 방영 중인 ‘대도서관 잡쇼’ 표절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해부터 방영 중인 ‘대도서관 잡쇼’는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만나 샅샅이 파헤쳐 보는 프로그램이다. 셰프 최현석, 광고기획자 이제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웹툰 작가 주호민, 국회의원 김경진 등이 출연해 직업과 관련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출연자가 3~4명으로 늘고 MC 3명이 잡스 콘셉트로 진행하는 점을 제외하고 ‘대도서관 잡쇼’와 다른 점이 없었다.

지난달 3일 첫 방송된 ‘잡스’는 1회 야구해설가(박찬호ㆍ송재우), 2회 국회의원(김경진ㆍ손혜원ㆍ하태경ㆍ박주민 의원), 3회 뮤지컬 배우(신영숙ㆍ마이클 리ㆍ김보경ㆍ민우혁) 편을 선보였다. 메이저리그 출신 박찬호가 야구해설가로 변신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얘기하는 일반 토크쇼와 다름없었다. 국회의원 편은 이미 대중에 친숙한 스타 국회의원들이 대거 출연했다. 시청률은 3%대까지 오르며 화제를 모았지만 국회의원들의 해명 쇼에 불과했다. 구직 지침서를 알려주기보다 셀럽들에 더 초점을 맞춘 듯 했다.

▲ '독한 일꾼들' 최양락, 심형탁, 이특(왼쪽부터)

KBS2 ‘독한 일꾼들’은 스타가 다른 사람으로 변장해 위장 취업에 도전하는 직업 탐구 버라이어티다. 개그맨 최양락과 배우 심형탁, 슈퍼주니어 이특이 첫 주자로 나섰다. 지난달 30일 첫 방송에서 최양락은 중년 여성 채향란으로 분장 후 버스 안내에 도전했다. 심형탁은 태국 유학생 심타쿵으로 변신, 주물공장에서 일했다. 청학동 청년 분장을 한 이특은 강아지 유치원에서 하루를 보냈다.

분장한 스타들의 모습은 실소를 자아냈다. 누가 봐도 최양락, 심형탁, 이특임을 알 수 있었다. 4~5시간 분장에 공을 들였지만 티 나는 건 기본 흉할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졌다. 함께 근무한 직원들이 모두 속은 데 의구심이 들었다. 심형탁은 태국 노래 요청에 애니메이션 ‘미니언즈’ 주제곡 ‘뚜찌빠지’를 불러 웃음을 자아냈다.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엉터리 태국 말로 상황을 모면하는 장면 등은 연출 의혹을 사기 충분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쏟아지는 시대에 1990년대로 다시 역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시대착오적인 연출 및 설정은 채널을 절로 돌리게 만들었다. 2010년부터 미국 CBS에서 방송된 ‘언더 커버 보스’의 ‘개그콘서트’ 버전이라고 할까.

시청자들은 “시청자를 호구로 보나?” “청년 실업자들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체험 삶의 현장’이나 다시 해라” “꽁트 찍냐. 다 티 나는데 모른 척 하는 사람들 연기자냐”며 혹평했다. 이상헌 CP는 제작발표회에서 “전통을 이어가는 직업, 과거에 있었다가 사라진 직업, 새롭게 생겨난 직업 등 다양한 직군을 프로그램에 녹였다. 스타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재미와 정보를 제공하겠다.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이 즐겨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일 2회 방송을 앞두고 있지만, 정규 편성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사진=JTBC, KBS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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