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KBS 종영극 ‘김과장’의 뜨거운 인기는 주인공 남궁민 혼자 이뤄낸 것이 아니다. 극중 김과장을 돕는 ‘경리부 어벤져스’의 실제 끈끈한 팀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활약을 펼친 많은 배우들 중 유독 눈에 띄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조현식이다. 전작 tvN ‘도깨비’ ‘또 오해영’ SBS ‘닥터스’에서 친근한 매력을 어필한 조현식은 ‘김과장’에서 경리부 사원 원기옥 역을 맡아 비중 이상의 몫을 해냈다.

사실 조현식이 맡은 원기옥은 4회까지 ‘평범한’ 캐릭터에 불과했다. 짠내 폴폴 나는 추부장(김원해)에 똑 부러지는 윤하경(남상미), 독설가 이재준(김강현)에 비해 개성이 부족했고,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캐릭터도 아니었다. 하지만 5회부터 TQ택배 노조와 회생안 프로젝트가 펼쳐지며 원기옥의 비중은 늘어났다. TQ택배 노조원에서 정리 해고된 아버지를 둔 인물이었다.

“4회까지 원기옥을 편안하고 유쾌하게 그려내자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죠. 그런데 5회부터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한참을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으로 상상하면서 연기했죠. 아버지가 본의 아니게 일을 그만둔다고 하면 당연히 마음이 아플 테니까요. 택배 배달을 하는 분들께서 얼마나 힘들게 일하시는지 짐작이라도 할 수 있잖아요. 그런 마음을 아니까 감정 이입이 쉬웠던 것 같아요.”

원기옥의 아픈 감정과 대사들을 소화하며 실제로도 마음이 무거웠다. 묵직한 감정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조현식은 주변 동료들에게 미안해했다.

“5회부터 감정을 잡는 대사가 많으니 더 이상 까불 수가 없더라고요. 촬영 전에 늘 무거운 마음을 갖고 있으니 옆에 있는 사람들도 다 처졌어요. 미안했죠. 늘 기분이 다운되고 침체 돼 있었으니까요. ‘이거 언제 해결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조현식은 ‘경리부 어벤져스’가 뭉친 촬영장은 그야말로 화기애애했다. 김원해와 김강현을 주축으로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메가폰을 잡은 이재훈 PD와 ‘의인’ 남궁민 역시 훈훈한 분위기에 힘을 보탰다.

“(김)원해 선배님과 (김)강현 형이 워낙 유쾌하다 보니 현장이 얼어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죠. 감독님을 비롯해서 제작진의 성격도 따뜻해 참 재미있게 촬영했죠. 아이디어 공유나 연기 합을 맞추는 데 부담도 없었고요. 특히 강현 형과 정말 친한데 현장에서도 호흡이 너무 잘 맞았어요. 남궁민 형도 정말 프로에요. 생각지도 못한 디테일한 부분까지 찾아내서 연기하죠. 책임감이 참 강한데 그걸 티 내지 않고 즐기면서 연기하죠. 게다가 겸손하기까지 해서 배울 점이 참 많아요.”

조현식은 직장생활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음에도 ‘미생’에 이어 ‘김과장‘까지 직장인의 고충을 고스란히 담은 연기를 펼치며 공감을 자아냈다. 특유의 일상적이고 편안한 연기가 오피스 드라마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아직 직장인의 고충은 반의반도 모르는 것 같아요. 직장생활을 한 번도 안 해봐서 전문용어가 나오면 굉장히 당황해요. 근퇴관리라는 말도 처음에는 몰라서 포털사이트에 검색해 봤을 정도였죠. 연기를 하면서 ‘많은 직장인 분들이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구나’를 느꼈어요.”

사실 조현식이 ‘생활연기’에만 능한 것은 아니다. ‘닥터스’에서는 안중대 역을 맡아 천순희(문지인)와 귀여운 러브라인을 펼치기도 했다. 남녀 멜로 부재 드라마인 ‘김과장’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전혀 아쉽지 않았어요. 대신 아버지와 피 같은 사랑을 나눴잖아요. 이런 연기는 한 번도 안 해봤어요. 물론 ‘닥터스’ 속 러브라인도 좋았지만 ‘김과장’을 통해 사람들의 고민과 사고, 갈등을 표현할 수 있어서 배우로서 행복했어요. 또 유쾌한 면보다는 차분하고 진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장면이 많아서 저로서는 감사했죠.”

조현식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단원으로 20대 때 주 무대는 대학로였다. 30대에 접어들어 만난 드라마 ‘미생’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다. 점점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으나 거대한 꿈을 품고 있지는 않다. 그저 ‘좋은 배우’가 되고픈 바람이다.

“돈이 없을 때는 그저 열정 하나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연극 할 때 가져보지 못한 돈을 만지니 문득 돈을 따라 연기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고 느껴졌죠. 돈을 좇는 배우가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을 많이 하고 싶어요. 굳이 일이 잘 풀려서 베푸는 것 말고요.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 배우들이 많겠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건 결단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에 많이 노력하고 있죠. 명성이 자자한 배우보다는 ‘참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진=이호형 기자 leemario@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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