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자동차가 놀잇감으로 진화중이다. 미래 시장 변화를 준비하는 업계의 노력이다.

지난 달 31일 개막한 서울모터쇼를 보면 변해버린 자동차의 역할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월드 프리미어 모델이 사실상 1종에 일부 수입차 브랜드는 아예 불참한 올해 서울모터쇼. 하지만 개막 후 불과 3일만에 23만명이 다녀가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별 볼일 없다’라는 혹평을 들으면서도 서울모터쇼가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하는 이유는 바로 다양한 즐길거리 덕분이다. 이번 서울모터쇼는 여느 때보다 다양한 체험 공간이 마련됐다.

▲ 기아자동차 부스에서는 VR을 이용한 4D 체험 시설을 타볼 수 있다. 김재웅기자 jukoas@sporbiz.co.kr

현대모비스와 현대·기아자동차, 토요타, 랜드로버 등 여러 부스에서는 VR을 이용한 체험 시설을 마련했다. 영상에 맞춰 움직이는 의자도 있어 마치 놀이동산과 같은 분위기다.

1관과 2관 사이를 이동할 때에는 벤츠 스프린터를 타면 된다. 닛산, 네이버 등 부스에는 자율주행 로봇이 길을 달리며 어린 관객들에게 재밌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 기아자동차 부스는 자사 스포츠팀인 기아타이거즈 전시관과 야구 체험 시설까지 설치했다. 김재웅기자 jukoas@sporbiz.co.kr

특히 자동차 생활관에는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시승뿐 아니라 캠핑, 소형 전동차, 그리고 자동차 게임이 전시된 플레이스테이션 부스까지 마련됐다. 모터쇼라기보다는 거대한 축제처럼 느껴질 정도다.

덕분에 서울모터쇼는 마니아들이 아닌 가족을 위한 행사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행사장에는 남성들뿐 아니라 체험장을 이용하는 연인, 아이 손을 잡고 자동차를 살피는 부부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노부부들도 부스를 돌며 모터쇼를 즐겼다.

▲ 서울모터쇼에는 VR 등 첨단 기기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관이 마련됐다. 김재웅기자 jukoas@sporbiz.co.kr

한 여성 관람객은 “모터쇼는 자동차와 여성모델만 가득한 남자들만의 공간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즐길거리가 많을 줄은 몰랐다”며 “다음에도 올 생각이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앞서 완성차사들은 이미 자동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운영해왔다.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BMW코리아가 운영하는 드라이빙 센터는 이미 꼭 한 번 들러야 하는 곳이다.

▲ 닛산 부스에서는 자율주행 로봇 에포로를 소개하며 어린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김재웅기자 jukoas@sporbiz.co.kr

BMW가 아시아 최초로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연 드라이빙센터는 BMW의 차들을 직접 보고 타볼 수 있는 트랙이 있는 공간이다. BMW와 MINI, 모토라드까지 다양한 차들이 전시돼있다.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차에 타거나 직접 운전해서 트랙을 달리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자동차 모터스튜디오도 다양한 현대자동차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와 아이오닉, 그랜저 등이 상설 전시되며, 특별 전시 기간에는 다채로운 행사들도 열린다. 서울 강남 도산대로와 경기 하남 스타필드에 있다.

▲ BMW 드라이빙 센터는 최근 방문객 40만명을 돌파하는 등 마니아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BMW코리아 제공

조만간 문을 여는 고양모터스튜디오에는 다양한 체험 시설까지 마련했다. 올해 말께 기아자동차도 같은 성격의 체험관을 공개할 예정이다.

토요타와 렉서스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복합문화공간 ‘커넥트투’를 운영중이다. 휴식을 취하면서 토요타와 렉서스의 인기 모델을 직접 보고 기능 체험까지 할 수 있다.

▲ 토요타와 렉서스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커넥트투'를 운영 중이다. 토요타 제공

볼보는 서울모터쇼에 불참하는 대신 앞으로 3개월간 전국에 팝업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이름은 ‘메이드 바이 스웨덴’. 볼보의 크로스컨트리와 S90 등 주요 모델을 전시하고 체험, 시승까지 제공한다. ‘셀피존’에서는 크로스컨트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볼보 액세서리와 장난감을 뽑을 수 있는 뽑기 기계도 설치한다.

▲ 볼보코리아는 서울모터쇼에 참가하는 대신 앞으로 3개월 간 전국을 돌며 팝업스토어 '메이드 바이 스웨덴'을 운영할 계획이다. 볼보코리아 제공

한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과 카셰어링이 보급돼도 멋지고 빠른 자동차에 대한 동경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며 "다양한 체험기회를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자동차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심어주는 것은 미래 자동차 시장을 위한 일종의 투자다"고 설명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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