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실성한 사람처럼 공포의 바다로…"
"그녀는 실성한 사람처럼 공포의 바다로…"
  • 한국스포츠경제
  • 승인 2015.08.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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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r . 마켓 <119회> 글·김지훈

“ ……. 레이저 쇼 같은데?”

빛은 점점 넓어지며 하늘을 덮었다. 밀림 밑바닥처럼 회색으로 우거지는 암녹색-. 잉크가 퍼지듯 공간으로 스며들고 아래로 흘러내려 바다에 닿았다. 짙은 녹색 안개가 해변으로 다가왔다.

에바는 갈매기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조트 난간에서 일광욕하던 사람들은 갑자기 변한 하늘을 바라봤다. 영문을 알 수 없어 하는 멍한 표정들……. 허공에 초록색 페인트를 뿌린 것 같았다. 물의 빛깔이 어두워졌다.

정신없이 바다에서 놀던 이들도 하늘을 올려봤다. 녹색 빛이 닿은 곳, 바다가 하얗게 끓어오르다가 비누처럼 굳어지고 먼지 거품으로 사라졌다. 녹색 빛은 바다를 연기처럼 증발시켰다.

사람들은……. 비명을 질러야 할지 환호성을 외쳐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빛은, 원을 그리며 거리를 좁히는 하이에나처럼, 조여들어 왔다. 주위를 둘러보던 에바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사방이 녹색 안개로 포위되어 있었다.

“우린……. 갇혔어.”

그녀의 목소리는 비명에 묻혀 친구에게 들리지 않았다. 누군가 빛에 삼켜진 것이다.

초록빛에 ‘먹힌’ 사람은 고통스럽게 울부짖고……. 하얀 부스러기가 되어 바스러졌다. 공포로 가득 찬 외마디가 사방에서 곤두섰다.

바다에 있는 사람들은 초록 안개를 피해 백사장으로 올라왔다. 그들은 사자에게 쫓기는 얼룩말처럼 정신없이 달아났다. 서프보드를 붙잡고 해변을 향해 수영 치던, 닉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쥐가 난 다리가 펴지지 않았다.

에바가 소리쳤다.

“닉! 어서 서둘러!”

닉은 뒤에서 다가오는 초록빛을 바라보고, 해변에서 소리치는 그녀에게 미소 지었다. - 어색한 미소, 죽음에 발목 잡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구하겠다고 바다로 뛰어들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녀를 위태롭게 할 순 없다. 미소는, 그녀를 진정시켜 줄 것이다.

바다가 하얀 거품으로 사라지고, 물고기들과 해초들은 바짝 마른 회색이 되어 바스러졌다. 세상의 종말일까? 이럴 줄 알았다면 꾸물대지 않고 반지를 주는 건데. 더 많이 사랑해야 했다. ‘살다 보니 별 희한한 …….’ 중얼거리는 순간 빛이 그를 에워싼다. 통증 ……. 무감각 ……. 소멸 ……. 안녕 내 사랑 ……. 아름다운 젊음이 사그라지고, 한 줌의 재가 되었다. 에바는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 지르며 바다로 뛰어들려 했다.

친구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정신 차려! 도망쳐야 해!”

사람들은 차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그들은 마라톤에 참가한 선수들처럼 같은 방향을 향한다. 해변의 반대편 ― 도시.

언덕에서 산책하던 노인은 초록 안개를 피해 달아나는 사람들을 내려다봤다. 초록빛에 닿은 사람들은 경련을 일으키며 하얗게 부스러졌다. 사람뿐 아니라 파라솔, 튜브, 비치볼, 수상스키, 아이스크림 자동차, 건물까지 ……. 초록 안개는 모조리 갉아먹었다.

안개는 막바지에 이른 죽음처럼 점점 가팔라졌다. 노인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군인이었던 그는 수많은 전쟁터를 경험했었다. 전쟁터의 잔인한 살육자들은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죽였지만, 녹색 안개만큼 철저하진 못했다.

“저런 식이라면 이번에는 숨을 수 없겠어 ……. 하긴 너무 오래 살았어. 아내가 하늘나라에 갔을 때, 서둘러 따라갔어야 했는데……. 너무 미적거렸어. ……. 오래 산 것도 죄라면 죄겠지.”

노인은 중얼거리며 함께 나온 강아지의 목줄을 풀어주었다. 그는 자신이 빨리 달릴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어서 가거라.”

쫓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강아지는 다가오는 초록빛을 보며 불안해하지만, 곁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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