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면 위를 질주하는 '경정 여전사' 박정아. 경륜경정사업본부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성환] 남녀가 함께 뛰는 스포츠 종목이 흔치 않다. 올림픽 종목에서는 승마가 유일하다. 이는 힘이나 스피드 등 남녀 간 신체적 차이 때문이다.

보트를 매개로 이뤄지는 경정은 동등한 조건에서 남녀가 승부를 가린다. 경정은 남성의 파워와 여성의 섬세함이 동시에 필요한 스포츠다. 최고 시속 80km가 넘는 보트의 힘찬 질주와 수면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전법과 섬세한 조종술이 경정의 백미다.

경정 종주국인 일본은 여성선수가 190여명이다. 이들의 평균연봉은 약 1억5,000만원에 달한다. 한국에는 150명의 경정 선수 가운데 여성선수는 18명이다.

우승 횟수로만 따지면 남녀 간 차이가 상당히 큰 것이 사실이다. 여성선수는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공백 때문에 꾸준한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는 여성선수들이 있다. 박정아(38) 박설희(35) 이지수(37) 김인혜(27)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다승부문에서 20위 안에 이름을 올리며 남성선수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 박정아.

이 가운데 박정아는 현재까지 9승(승률 40.9%ㆍ연대율 59.1%)을 거두며 다승 공동 2위에 올라있다. 10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동민(남ㆍ29)을 바짝 추격하며 ‘경정 여전사’로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삼연대율은 95.5%에 달한다. 출전한 대부분 경주에서 3위 이내로 입상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상위 3명을 맞히는 ‘삼복승’에서 박정아는 보증수표로 꼽힌다.

박정아는 데뷔 이후부터 꾸준한 기량을 보였다. 데뷔 첫해인 2004년과 2008년(9각 9승)을 제외하고는 매년 10승 이상을 달성했다. 2013년에는 29승으로 한 시즌 개인 최다승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에도 시즌마다 20승 안팎을 기록하며 경정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박정아는 현재까지 개인 통산 225승으로 여자선수 중 누적 최다승을 올리고 있다. 이는 남녀 통틀어 해당 부문 23위의 기록이다.

출발반응속도(피트력)가 빠르고 선회력이 뛰어난 것이 박정아의 장점으로 꼽힌다. 경주운영이 노련하고 자기관리가 철저한 것도 꾸준한 성적의 원동력이다.

다만 큰 경주에 약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지금까지 출전한 대상경주에서 우승 없이 한 차례 3위 입상 기록이 전부다.

올 시즌에는 출발이 좋다. 준비를 잘 한 만큼 대상경주 우승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경정전문가들은 “현재의 추세라면 대상경주 우승은 물론 여성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300승 고지를 밟을 것이다”고 예상하고 있다.

김성환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