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현] 시중은행이 작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관계형금융 실적이 확대되고 있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저금리, 저성장, 저유가 등 3저 시대로 인한 경제절벽 앞 중소기업으로서는 반가운 얘기다.

▲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관계형금융 지원을 2조3,000억원 취급했다고 발표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관계형금융은 신용등급이 낮거나 담보는 부족하지만 기술력이 우수하거나 성장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말한다. 그간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양적으로는 늘었으나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은 대출비중이 줄었다.

각박한 경영 사정 탓에 담보나 보증 위주의 대출도 감지덕지다. 담보나 신용 뿐만 아니라 비재무 경영정보(대표자 전문성, 업계 평판, 거래신뢰도, 사업전망, 노사관계 안정성 등)를 활용해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게 원할한 자금지원은 가뭄 속 단비와 같다.

하지만 5일 금감원이 발표한 관계형 금융 수치를 들여다 보면 개운치 않은 면이 있다. 애매모호한 실적이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관계형금융 취급실적은 전년보다 6,617억원 증가한 2조3,411억원으로 2014년 제도 도입 이후 최대 증가폭을 시현했다고 한다.

장기대출엔 2조3,203억원, 지분투자는 208억으로 중기에 대한 대출지원 확대에 기여했다는 것. 하지만 전체 중소기업 대출 실적 속에서 관계형금융 취급 실적 근거의 경계가 없다. 비재무 경영정보를 통해 국내은행의 중기 대출실행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알 길이 없다. 전체 중소기업 대출 실적이 관계형금융 실적으로 둔갑한 셈이다.  

여전히 중기 대출 절반 이상이 담보나 보증을 통한 여신행태가 여전하고 3년 이상 장기 대출 신장 추이의 근거도 부족하다. 관계형금융의 평균 대출기간은 3.61년으로 집계됐다. 3년 이상을 기준으로 보는 관계형금융의 대출기간도 단기자금 위주의 대출관행이 개선됐는지도 의문부호다.

현실은 냉험하다. 중소기업의 경우 재무적 평가가 우선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기업 경영환경 상 대출의 경우 1년 단위로 재무실적 평가에 따라 추가 지원이나 대출이 실행된다. 또한 중소기업보다 시중은행 지점 인근의 자영업자들에게 소액으로 대출받는게 대부분이다. 각박한 경제 상황에 시중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 오히려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무적 평가없는 부실 가능성이 높아 비현실적이다. 더욱 중기 대출실적이 오른 것은 기술금융에 기인한다. 재무실적과 더불어 기술평가서 토대의 기술금융 실적과도 중복된다.  

금감원도 관계형금융 출범이 불과 햇수로 3년에 불과해 수치에 대한 모호한 점을 인정한다. 일각에서는 실적발표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관계형금융 제도는 만들었고 성과는 내야 하는데 실적 발표에 급급한 행태라는 것이다.

환자에 대해 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통해 처방을 내리듯 금융감독당국 역시 관계형 금융의 재정립과 현장에서의 중소기업 대출 행태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더욱 정책금융도 관계형금융에 포함된 탓에 중기 대출실적을 부풀리는 요인이 된다.

상관관계가 애매하고 얽힌 관계형금융이다.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실적이 증가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관계형 금융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금감원의 자료로는 알수 없는 일이다. 금감원이 올 4분기에 관계형금융 제도운영 실태 점검을 예정하고 있다. 실질적인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자금지원 활성화를 위한다면 성과 부풀리기보다 정확한 진단을 통한 해법찾기가 필요하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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