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국내 유저들에게 사랑받아 온 PC용 리듬게임 ‘오디션’이 반쪽짜리 서비스를 진행할 위기에 놓였다. 기존 퍼블리셔(서비스사)인 와이디온라인과 개발사 티쓰리엔터테인먼트(T3)간 분쟁으로 기존 게임DB가 초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협상을 요구한 와이디온라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T3 측은 이를 단호히 거절하며 맞서고 있다.

■ 계약부터 일방적 통보까지…상도의 져버린 T3

앞서 개발사 T3는 2005년 9월 6일 와이디온라인의 전신인 ‘예당 온라인’과 클럽 오디션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T3는 오디션 출시 후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다 퍼블리셔인 예당온라인의 마케팅과 지원을 통해 급성장할 수 있었다. 예당온라인은 엔터테인먼트 계열사를 통해 구축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오디션 매출 수직상승에 큰 기여를 했고 T3도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

이후 2008년 7월, T3와 와이디온라인은 오디션의 판권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 체결 내용은 2010년 9월에 맞춰 5년 추가 재연장을 주요 골자로 했다. 즉, 올해 9월까지 계약을 유지하는 조건이었다.

같은 해(2008년) T3는 퍼블리셔 한빛소프트를 인수하며 자체 퍼블리싱이 가능한 구조를 구축했다. T3와 한빛소프트의 개발은 김기영 대표이사가, 경영 및 마케팅은 동생 김유라 한빛소프트 부사장이 각각 책임지는 구조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향후 몇 년간 T3와 와이디온라인의 퍼블리싱 계약이 이어질 것으로 점쳤다. 개발사가 퍼블리셔를 교체할 경우, 기존 계약업체의 고정 매출이 사라지기 때문에 일정한 수익구조를 찾을 때까지 계약을 연장하는 관례가 있다. 만약 서비스를 이관하더라도 종료시점에서 유예기간을 협상하는 사례가 대다수다.

그러나 T3는 돌연 한빛소프트를 퍼블리셔로 선정한다고 통보하며 와이디온라인에 게임 이관을 요구했다. 계약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대가없이 게임 데이터베이스(DB)를 넘겨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게다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서비스까지 독자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와이디온라인은 T3가 공동소유권을 규정한 양사간 계약서 규정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퍼블리셔와 체결한 계약에서도 계약기간 종료 시 해당 게임의 상표권과 게임DB를 와이디온라인에 반납하는 조항이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3는 게임 서비스 이관만을 주장하며 어떠한 협상도 없이 독자 서비스만을 주장하고 있다.

■ 협상 테이블 피하는 T3, 장고 뒤에 악수두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배경을 두고 T3의 수익구조 악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T3는 오디션 이후 인기작 개발에 어려움을 겪으며 한빛소프트의 경영도 악화일로를 걷는 중이다.

실제로 한빛소프트의 2분기 실적은 매출액 31억7,000만원으로 나타나 지난 1분기보다 9억5,000만원가량 줄었다. 영업손실은 총 9억6,000만원을 기록해 전 분기 대비 4억원가량 규모가 확대됐다. 당기 순손실은 12억원으로 최종 집계됐다.

신작의 부재와 기존 모바일 주력 매출원인 ‘FC매니저 모바일’ 및 ‘세계정복’의 매출 감소 영향이 컸다. 최근 출시한 모바일 게임 ‘천지를 베다’ 역시 성공을 장담키 어려워 ‘오디션’ 서비스가 결정적인 수익처가 될 전망이다.

반면 와이디온라인은 모바일 게임 ‘갓 오브 하이스쿨’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한데 이어 퍼블리싱을 시작한 ‘이카루스’ 등 3종 게임으로 온라인 게임 매출도 커버가 가능한 상황이다. 즉, 와이디온라인은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로 게임DB 이관을 보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와이디온라인은 원활한 게임 이관 연착륙을 위해 T3에 지속적인 협상을 요청했지만 일체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개발사의 의무이행, 상도의를 져버렸다는 주장이다.

현재 게임DB를 이관받지 못할 경우 기존 정보없이 독자 서비스를 진행할 방침이다. 와이디온라인은 T3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을 경우 오디션의 DB를 파기한다고 밝혔다. 이대로 오디션 게임 이관이 진행될 경우 해당 유저들은 게임 정보를 모두 잃게 되는 상황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게임 서비스를 이관할 때마다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입장이 협상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사안의 경우 T3가 자회사인 한빛소프트를 새로운 파트너로 선택하면서 수익 개선을 목적으로 상도의를 져버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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