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영화 ‘프리즌’에서 한석규, 김래원 만큼 주목을 받은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신성록이다. 감옥의 절대 제왕 익호(한석규) 뒤통수를 호시탐탐 노리는 건달 창길 역을 맡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실 건달보다는 비열하고 지질한 양아치에 가까웠다. 신성록 역시 전형적인 건달 캐릭터가 아니어서 매력적이었다고.

“모두 익호에 굴복하지 않냐. 창길만이 1인자 자리를 엿보는데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친한 형들은‘나한테 하는 짓 그대로 하네’라고 하더라(웃음).”

창길은 익호 뿐만 아니라 전직 꼴통 경찰 유건(김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큰 코 다쳤다. 영화 초반 유건을 물구나무 세우고 고문하는 신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내 유건에게 귀를 물어 뜯겼다. 김래원과 운동장 일대일 격투신 및 주방 액션신 등에서도 계속 맞아 몸이 남아나질 않았다. 김래원은 188cm인 신성록이 자신에게 드롭킥을 맞아 날아갔다고 증언했다.

“(김)래원 형이 한번에 오케이를 받으려고 세게 찼다. 가슴이 아니라 쇄골을 차서 세 달 동안 멍이 들어 있었다. 내가 또 쇄골 돌출형이라 볼록 튀어나와 있다. 사실 멍도 잘 안 드는데 정말 아팠다. 그런데 자기는 제대로 때린 줄 알더라.”

실제로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하지만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더 친해졌다. 낚시라는 공통 관심사도 있다. “같은 회사라고 다 친한 건 아니다. 형과 잘 맞는 부분이 많다. 현장에서는 연기 관련 얘기를 하면서 가까워졌다. 촬영 쉴 때 낚시도 같이 갔다. 하지만 결혼해서 형처럼 한 달 동안 낚시를 가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대선배 한석규와 호흡에 대해서는 “난 정말 행운아다. 모든 배우가 인정하고 존경하는 선배이지 않냐. 어떤 느낌을 가지고 연기에 임하는지 보는 것 자체가 큰 공부였다. 물론 촬영 들어가면 선배로 인지하지 않고 창길과 익호의 관계만 보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한석규 외에도 이경영, 김성균, 정웅인, 조재윤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창길 말고 탐나는 캐릭터가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시나리오 보고 창길이만 하고 싶었다. 물론 큰 역할에 욕심도 있다. 주인공은 이미 결정 돼 있었으니까. 아마 다른 역이었으면 포기했을 것 같다. 계속 발전하고 새로운 걸 보여줘야 되지 않나. 큰 상상력이 안 느껴지는 건 당기지가 않는다”고 짚었다.

‘프리즌’은 남자들의 영화로 불리고 있다. 감옥 안 죄수들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지만, 극중 여배우가 등장하지 않는다. 여자 출연자라고는 극 초반 살해당하는 성매매 여성(연송하)가 전부다. “단역으로 나온 분도 쫑파티 때 처음 봤다. 촬영하면서 여배우를 만난 적이 없다. ‘밀정’때도 여배우는 한지민만 출연해서 ‘여배우가 이렇게 안 나오냐?’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여배우가 없는, 끝인 작품을 만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럼에도 영화는 25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청소년관람불가 핸디캡과 비수기도 문제되지 않았다. 신성록이 지난해 출연한 영화 ‘밀정’은 750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 연달아 흥행에 성공해 뿌듯한 마음이 클 터.

“기분이 좋다. 무대 인사를 돌면서 반응이 피부로 와 닿는다. 작년에 고생하면서 찍었는데 좋아해주니까 더할 나위 없다. 감옥, 남자 얘기에 편중돼 많은 사람들이 볼까 걱정했다. 예상했던 것 보다 잘 되는 것 같다. 난 초긍정맨이기 때문에 500만 이상 보고 있다.”

신성록은 2003년 드라마 ‘별을 쏘다’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뮤지컬을 넘나들며 맹활약 했지만 유독 영화에서는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난해 ‘밀정’부터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의열단의 핵심단원 조회령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한석규, 송강호 선배와 연기하면서 많이 배웠다. 배우의 연기 스타일은 실제 생활에서도 투영이 된다. 선배들이 봤을 땐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밀정’ ‘피고인’ 두 작품을 하면서 다른 작품보다 2배속으로 발전한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신성록은 6월부터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에 들어간다. 쉬지 않고 작품을 하는 이유에 대해 “예전에 점쟁이가 ‘배우 일을 공무원처럼 할 거라’고 하더라. 다행히 일이 끊이지 않는다. 해가 지날수록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뮤지컬, 드라마, 영화 가리지 않고 활약 중이지만 좀 더 애정이 가는 분야가 있을 터. 수십 편을 찍은 뮤지컬이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답은 예상 외였다. “누군가 굉장히 싫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제일 꿈을 뒀던 건 영화다. 무대는 영화를 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본업이 됐다. 배우들은 대부분 영화를 보면서 꿈을 키우지 않나. 어렸을 때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피가 끓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원톱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영화는 기회가 많이 없었다. 30대 중반에 두 번의 기회가 왔으니까 잘 살려보고 싶다. 인생작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앞으로 의미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성록은 배우로서 욕심이 많아 보였다. 10년 전 인터뷰에서도 연기 잘하고 흥행도 책임지면서 관객들이 좋아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데뷔 15년 차가 됐지만 여전히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은 듯 했다.

“그 동안 시행착오를 겪은 것 같다. 30대가 되기 전에는 시켜만 주면 다해보자는 마인드였다. 군복무 후 내가 잘 할 수 있는 역을 하자고 마음 먹었다. 두 가지 심리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좋다. 로맨스도 할 수 있다. 관객들에게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진=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최지윤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