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딱 맞은 배역을 한 번 소화하면 배우 인생은 활짝 열린다고 한다. ‘넘버3’의 송강호, ‘서울의 달’ 한석규, ‘추격자’의 하정우·김윤식 등 톱배우들의 시작이 모두 그러했다. 
 연기생활 5년째인 최우식에겐 지난달 31일 종영된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이 그런 작품이다. 극중 ‘강호구’는 맞춤옷처럼 최우식과 아주 잘 달라붙었다. 왜소한 체구에 작은 눈, 어눌한 말투까지 ‘호구’ 역할에 다른 배우를 떠올리기 힘들 정도다.   
 가까이에서 만난 최우식은 달랐다. 솔직하고 당당하며 소신이 분명했다. 자기 표현에 서툴고, 너무 착해서 답답한 ‘강호구’와는 차이가 있었다. 단순히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캐릭터를 연구하고 소화해낸 배우로서의 힘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자신의 실생활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호구’와 잘 맞았다.
 “실제와 다르다. ‘호구’는 너무 답답하지 않았나. 나는 아주 솔직한 성격이라서 궁금하면 그 자리에서 물어보는 스타일이다. 다만 연애할 때엔 ‘호구’와 같다. 머리를 쓰거나 ‘밀당’을 못한다.”

-작품이 호평 속에 종영됐다. 케이블의 한계 속에서도 매회 화제의 중심이었다.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었다. 첫 주연작인데 사실 주위의 반대가 심했다. ‘굳이 왜 최우식이냐, 그것도 유이 상대가’ ‘저 친구가 16부작을 끌고 갈 수 있을까’ 등 말이 많았다. 표민수 감독이 그런 것 신경 쓰지 않고 믿어주신 게 큰 힘이 됐다. 감독 이름에 먹칠을 안 해서 아주 기쁘다.”

-우려를 씻어내고 성공을 거둬서 더 의미가 남다르겠다.
 “시청률이나 기사 댓글에 많이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의외로 좋게 봐준 시청자들 덕분에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나도 16부작을 끌어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증명해서 좋다. 사실, 주연이 혼자 드라마를 끌어가는 게 아닌 것도 절실히 느꼈다. 주인공을 잘 살려주려고 애쓰는 상대 배우와 스태프의 배려 덕분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배려는 무엇인가.
 “유이와 키스 신을 찍을 때다. 로맨스는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유이가 많이 맞춰주고 배려해줬다. 그동안 키스 비슷한 것도 찍어본 적이 없으니 ‘어떻게 다가가야 여배우가 잘 나오려나, 방향은 어디로 가면 되지?’ 등 물음표 투성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열 번 넘게 NG를 냈다. 그 때마다 친절하게 잘 설명해주고 의견을 교환해서 만족스러운 장면이 완성됐다.”

-끝날 무렵 ‘병아리 댄스’로 화제를 모았다. 
 “즉흥적으로 나온 애드립이었다. 호구 캐릭터를 만들 때 동요를 좋아하는 부분도 더해지면 좋겠다 싶었다. 작가가 아주 만족해하며 매회 동요 한 곡씩을 넣었다. 마지막엔 ‘삐약삐약 병아리’란 동요를 랩버전으로 불러야 했지만 도저히 오글거려서 안 됐다. 부끄러움에 그냥 막춤으로 승화시켰는데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었다.”

-캐나다 명문 학교에서 무대 연출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의 꿈도 배우보다는 연출 쪽에 가깝나.
 “무대 연출을 전공하진 못했고, 정확하게는 교양 수업 형태로 듣다가 마무리를 못하고 한국으로 왔다. 지금은 연기 잘하는 게 최우선 순위다. 정말 나중에 아주 운좋게 기회가 된다면 하정우나 유지태 선배들 처럼 내 장르를 신선하게 보여주고 싶긴 하다.” 
-첫 주연을 아주 성공적으로 소화했으니 차기작부터 아무래도 배역 욕심이 생기겠다. 
 “주연 한 번 했다고 해서 계속 그럴 것 같지 않다. 그렇게 주연만 고집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지금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긴 하다. 섹시한 남자? 하하, 몸을 아주 잘 키워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
 “여태까지 쉬지 않고 직진만 했다. 준비를 많이 해서 다음 캐릭터에선 조금 다른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 작품 활동뿐 아니라 카메라 밖에서도 인성이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ㆍJYP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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