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첫 여성 은행장’인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이 이달 10일부터 한국금융연구원에 새 둥지를 튼 가운데, 행정고시 출신 고위인사들은 자본시장연구원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경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1월부터 자본시장연구원에서 고문이나 초빙위원 등 별다른 직책 없이 부정기적으로 출근해 본인의 관심분야를 연구원들과 논의하고 자문한다.
 
직책이 없어 보수나 수당 등은 지급되지 않으며 장소는 제공되지만 최 전 이사장을 위한 사무실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최 전 이사장은 행정고시 14회에 합격한 뒤 조달청장 등을 역임했다.

역시 행정고시(26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을 거친 박재식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도 최 전 이사장과 마찬가지로 자본시장연구원에 부정기적으로 나오고 있다. 별다른 직책은 없다. 박 전 사장은 지난해 보험개발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밖에 행시 출신으로 재경부(현 기획재정부) 국고과장을 지낸 최규현 전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자본시장연구원 고문 겸 초빙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위에 두 사람과는 달리, 정식으로 보수를 받는다. 연구보조비 정도 수준으로 그리 많은 액수는 아니다. 최 고문은 지난달에 현대산업개발 사외이사로도 선임되면서 나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외 김성진 전 조달청장(행시 19회)과 김경호 전 주택금융공사 사장(행시 21회), 배국환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행시 22회) 등 전직 금융 고위관료들도 임기 완료 후 자본시장연구원 고문 및 초빙위원으로 재직한 것으로 전해진다.
 
절정을 지난 퇴임 관료만 자본시장연구원에 표류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3년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을 퇴직하고 NH농협금융 회장으로 선임되기 전까지 약 한 달 간 자본시장연구원의 고문 겸 초빙위원으로 재직했었다. 임 위원장은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거쳐 금융위원장에 올라섰고 한때 경제부총리로 내정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대형 증권사와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등이 출자해 설립돼 정부 지분이 전혀 없지만 유독 행시 출신 관료를 고문 등으로 선호하는 모양새다. 인사교류를 맺고 금융위와 서로 인력을 파견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은행들이 100% 출자해 만들어진 금융연구원은 행시 출신을 크게 선호하는 것은 아닌 분위기다.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 역시 행시 출신은 아니지만 초빙연구위원으로 발탁됐다. 이번에 권 전 행장과 함께 비상임연구위원에 선임된 서근우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도 행시 출신이 아니다.
 
현 금융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인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최공필 전 우리금융지주 전무(미래금융연구센터장)와 김영욱 전 중앙일보 기자 등도 모두 행시 출신이 아니다. 심지어 금융연구원 부원장과 금융위 부원장을 지낸 정찬우 현 거래소 이사장도 행시 출신이 아니다.
 
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거쳐 간 인사의 절대적 수로는 금융원구원이 더 많을 것이고, 특별히 연구원이 행시 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며 “과거 구조조정으로 연구원 수가 줄어 빈방이 늘었고, 예우 차원에서 전현직 관료에 제공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금융연구원이 금융 전체를 다루면서 더욱 다양한 인사가 거쳐 갔을 것”이라며 “행시 출신을 비롯한 경험 많은 인사들이 자본시장 발전에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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