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121회> 글·김지훈

이곳저곳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듀아멜은 질문이 잦아들 때까지 잠자코 스크린을 응시했다.

듀아멜은 벽면에 설치된 모니터로 촬영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실제보다 뚱뚱해 보였다. 머리숱은 더욱 많아 보이지만 안색이 어두웠다.

“모든 것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아쉽게도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아직 없습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반입자 폭풍도 검토하고 있지만, 확신할 수 없는 단계입니다. 다만,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근거는?’

“정확한 근거는 찾고 있는 중입니다.”

‘칠만 명의 목숨이 사라졌는데, 원인조차 모른단 말입니까?’

“원인 규명에 도움될 만한 증거들이 수집되고 있습니다. 녹색붕괴 이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리옹 섬 전체가 하얗게 변했는데, 그 백색지대에서 발견된 광물 성분에 이산화탄소가 다량 함유되었고, 그 추정치가 대기 중에서 줄어든 탄소량을 상쇄합니다. 수학적으로 따지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극렬하게 반응해서, 녹색붕괴가 일어난 셈입니다. 최종 결정을 내릴 단계는 아니지만, 이산화탄소 과잉을 해소하려는 자연적인 현상일 수 있습니다.”

‘결국, 당신도 모르는 거군.’

일본 총리가 직설적으로 물었다. 일본은 지진과 태풍 같은 자연재해 과학기술이 가장 앞선 곳이었다. 듀아멜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조그마한 소란이 일었다.

“녹색붕괴는 검은 장미와 같습니다. 자연계에 검은 장미는 존재하지 않지만, 한 번 생겨나면 ……. 적당한 조건이 될 때마다 검은 장미가 피어날 겁니다.”

‘녹색붕괴가 다시 발생한다는 뜻입니까?’

브라질의 과학 장관이 물었다. 그는 듀아멜과 친분 있는 사이였다.

“가능합니다. 특히 이산화탄소 과잉에 따른 현상이라면 ……. 안심할 수 없습니다. 이산화탄소는 산업화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 * *

마킷은 TV 앞에 앉아 일어나질 못했다. 뉴스와 다큐에서 나온 녹색붕괴의 참상은 충격적이었다. 녹색붕괴는 모든 것을 탄산염 광물로 변화시켰다. 사람, 자동차, 건물, 심지어 바위까지 …. 용감한 자원 봉사자들이 리옹에서 시체라도 건져내려고 했지만, 자원 봉사자들이 찾아낸 것은 모래같처럼 잘게 흩날리고, 연탄재처럼 쉽게 부스러지는 백색더미뿐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뉴욕이나 도쿄에 녹색붕괴가 발생할 수도 있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 주인님, 럭키세븐 그룹의 지우 회장이 연락해왔습니다. 연결할까요? -

인공지능 루시가 TV화면 왼편에서 홀연히 나타나 보고했다. 그녀는 녹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의 모습이었다.

“그래.”

- 주인님, 지우 회장의 감정이 매우 불안정합니다. 연결을 미루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리옹에는 지우의 여자가 있었어. 감정이 안정적이라면, 그게 더 이상하지.”

- 감정 패턴이 슬픔이 아니라, 분노입니다. 지우 회장은 주인님에게 화를 내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더 연결해야지. 녀석의 화를 받아주겠어.”

-알겠습니다. -

곧바로 지우의 영상과 목소리가 TV안으로 들어왔다.

‘알고 계셨죠!’

분노를 억누른 목소리였다.

“몰랐네.”

‘녹색붕괴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수천수만번 반복했어요.’ 지우의 표정은 사무라이 검처럼 날카로웠다. ‘그건 자연 현상이 아니예요. 정교하게 제작된 입자가 작용한 거죠. 원자폭탄처럼 인간이 만든 겁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왜 내가 그렇게 어려운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이번 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가 기후거래소의 설립입니다. 당신이 추진하던 사업이 아닌가요?’

지우의 목주위 혈관이 불거져나왔다. 흥분할 때, 보이는 모습이었다. 마킷은 팔짱을 끼며, 턱을 낮췄다.

“이해가 안되는군. 기후 거래를 시작하면, 녹색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건가?”

한국스포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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