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최태웅 감독/천안=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천안=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최태웅(42) 현대캐피탈 감독은 흠잡을 데가 없는 사람이다. 처음과 끝, 앞과 뒤가 똑같다. 몸가짐에서부터 겸손함이 절로 묻어난다. 현장에서 만난 그는 항상 먼저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네고 얼굴 가득 인심 좋은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대한다.

속된 말로 “미쳤다”고 할 만큼 머릿속에는 온통 배구 생각뿐이다. 술은 입에 대지도 않고 별다른 취미도 없는 그의 배구 사랑은 도가 지나칠 수준이다. 그 성실성에 대해 구단 관계자는 “하도 일만 해서 다른 취미도 좀 가져보라고 억지로 내보냈더니 얼마 후 금세 돌아와 일하는 모습에 단장님이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했다. 스스로도 “우승하고 이제 좀 쉬어야지 하면서 누웠는데 몸이 자동적으로 일어나 다시 컴퓨터를 켜게 된다”며 웃었다.

훌륭한 인성을 갖춘 감독은 명석한 두뇌로 밤새 연구하고 몰두하는 것이 일과다. 선수단으로부터는 수평적인 리더십으로 신뢰를 얻었다. 이런 젊은 지도자를 보면서 현대캐피탈의 롱런을 예감했다. 천안 배구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 구단 전용 시설에서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최 감독을 만났다.

-우승 실감이 나는가, 요즘 기분이 어떤지

“새로운 시작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제는 지나간 과거이고 다가올 미래를 보게 된다.”

-한 시즌을 차분히 돌아본다면

“돌아보면 앞이 캄캄했던 그런 순간도 있었다. 국내 선수들이 의기투합을 해서 어려운 시기를 잘 넘어갔던 것 같다. 마지막(대한항공에 1승 2패로 뒤졌을 때)에는 절망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선수들이 긍정적으로 똘똘 뭉쳐 이를 잘 극복해냈다.”

-짧은 기간 안에 정규리그와 챔프전을 각각 우승했다

“내가 뛰어난 건 아닌 것 같고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코트장 안에서 경기를 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줬다. 결과적으로 구단ㆍ스태프ㆍ선수들과의 3박자가 잘 맞은 것 같다.”

-‘코트는 놀이터’라는 등의 많은 어록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코트장에서 놀라고 1년간 했더니 식상해졌다. 이건 약발이 다 됐다. 1년 지나니까 기본 상식이 바닥났다. 그러자 (문)성민(32)이가 ‘재탕하셔도 됩니다’라고 하더라(웃음). 선수들에게 사례나 사자성어를 들어 얘기할 때 설득력이 좋아진다. 가끔 책이나 이런 거 보면서 찾아보기도 하고 외우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시즌에는 승부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훈련이나 경기를 할 때 너희들이 밝게 해야 된다고 당부한다. 그러나 밝고 즐겁게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다. 선수들이 훈련을 할 때는 악착같이 한다. 강한 승부욕이 내면에 있어야 된다. 팬들이 보고 있기 때문에 인상 쓰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외유내강이다.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안으로는 강한 승부욕이 꿈틀대야 한다.”

-문성민이 유독 잘 따르는 것 같다. 비결이 있다면

“내가 특별히 언변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다. 제 소신을 가지고 솔직하게 다가가려고 했던 게 전달된 것 같다. 뭐라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다. 원래 선후배 사이였었고 시간이 오래 됐다. 성민이는 주장으로서 강한 카리스마를 지녔다. 나는 성민이를 많이 알고 있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성민이가 내 마음을 알지 않았나 싶다.”

-새 시즌 준비는

“당장 앞에 있는 트라이아웃 선발 선수에 따라서 팀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FA(자유계약) 선수들이 있어 집안 단속도 해야 한다. 팀 색깔은 유지하지만 톱니바퀴 돌아가듯 조화를 이뤄야 한다. 조금 더 매끈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

▲ 최태웅 감독/천안=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한국 배구의 국제 경쟁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배구도 판을 키워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유소년 감소 문제는 많은 회의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시간이 지나야 정책이 만들어 질 것이다. 국제 경쟁력 같은 경우 자꾸 지다 보니까 주눅이 든 측면이 크다. 빨리 이거를 승리하는 쪽으로 돌림으로써 한국 배구가 아시아에서 강해졌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부족한 점은 없는 것인가

“기술적으로는 크게 밀리지 않는다. 결국 힘이나 높이의 차이다. 그걸 뚫고 나가기 위한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야 되는데 (해법을) 찾으려면 북한에 있는 사람들을 데려와서 해야 되지 않을까(웃음). 자원이 많아야 인재도 나오는데...”

-미래 대표팀을 이끌 생각은

“(손사래를 치며) 아직 대표팀은 아니다. 지도자 자격증도 없다. 지금도 너무 부족하다.”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는다면

“시련이라고 한다면 2010년이다. 트레이드가 됐고 발목 수술을 했고 그 해에 암(림프암) 판정을 받았다. 시련을 겪으면서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긍정적인 마인드 하나가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구나 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사람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긍정의 힘을 몸소 느껴서 그런지 긍정의 힘을 원하는 스타일이다. 긍정의 힘을 믿는다.”

-최단기간에 많은 것을 얻었다. 앞으로 남은 목표가 있다면

“항상 우승이다. 더 넓게는 나중에 선수들이 배구를 은퇴할 때 현대캐피탈에 있었던 게 정말 행복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배구라는 종목을 선택해서 현대캐피탈에 온 게 즐겁고 행복했다는 느낌을 갖게끔 하는 게 목표다.”

-미래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

“나중에 늙어서 원로가 됐을 때쯤 내 얘기가 후배들한테 전달이 된다면 그들이 ‘그 분은 배구에 미쳤던 사람이었다’라고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최태웅에게 배구란

“제일 곤란한 질문이다. 평생 풀리지 않는 숙제다. 해도 해도 풀리지 않는다. 현역 시절도 은퇴해도 지도자로서도 느낌은 똑같다.”

천안=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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