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속초상고-건국대를 졸업하고 2005년 삼성 유니폼을 입은 조영훈(33ㆍNC)은 입단 때부터 ‘포스트 이승엽’으로 주목 받았다. 당시 삼성 2군 인스트럭터로 있던 김성근 현 한화 감독도 그의 타격 재능을 높이 샀다.

 그러나 조영훈은 늘 기다림과 싸웠다. 대타, 대수비로 주로 나서며 자리를 지키는 것만도 버거웠다. 결국 2012년 KIA로 이적했고, 이듬해 2차 드래프트로 다시 또 팀을 옮겼다. 신생 팀 NC의 부름을 받아 2013년 처음으로 주전 자리를 꿰차며 규정 타석도 채웠다. 그 해 120경기 출전에 타율 0.282, 6홈런 39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마침내 잠재력을 폭발하려던 시점.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 외국인 타자 제도 도입으로 팀에 에릭 테임즈라는 거물급 용병이 들어왔다. 테임즈와 1루 포지션이 겹친 조영훈은 다시 백업으로 돌아섰다. 2014년부터 ‘조커’ 임무를 맡은 그는 또 기다림과 싸웠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조영훈은 첫 144경기 체제가 된 올해 후반기를 기회라고 여겼다. 어느 때보다 긴 레이스를 치르는 만큼 선수들의 피로도가 더욱 쌓일 것으로 봤다. 그리고 예상대로 기회는 왔다. 지난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테임즈가 한 타석만 소화하고 컨디션 저하로 빠지자 대신 나가 2루타 1개 포함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조영훈이 잘해줬다”면서 그를 다음 경기인 21일 대구 삼성전에 4번 1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조영훈은 중심 타자로서 또 한 번 멀티히트를 치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22일 인천 SK전에서는 허리가 안 좋은 이호준 대신 지명타자로 2번에 배치됐다. 기록은 3타석 1타수 무안타였지만 테이블 세터답게 2개의 볼넷으로 기회를 중심 타선에 곧잘 연결했다. 조영훈은 이날 현재 선발로 나갔을 때 교체 출전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선발 출전 때는 12경기에서 타율 0.333, 교체 출전은 64경기에서 타율 0.271을 각각 기록 중이다.

 그는 “최근 타격감은 나쁘지 않았다”며 “주로 경기 후반부에 대타로 나갔지만 시즌 막판에는 주축 선수들이 피곤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꾸준한 연습으로 준비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타순에 대해서는 “4번 자리에 선다고 꼭 무게감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단지 중심 타자로서 기회가 오면 쳐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어느 자리에 있든 주자가 없으면 출루를 신경 쓰고 찬스가 오면 해결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사진=NC 조영훈.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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