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공정위쯤이야?

롯데그룹이 '형제의 난'이전까지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물'로 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 신동빈-신동주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기 전 공정거래위원회는 수 차례에 걸쳐 소유구조와 관련한 자료를 롯데에 요구했지만 롯데 측은 해외계열사 관련 내용을 쏙 빼놓고 국내 자료만 제출해 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 들어 4차례(1월·4월·6월·7월)에 걸쳐 롯데그룹에 소유구조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롯데는 이때까지 국내 소재 계열사 자료만 제출하고 일본 광윤사, L투자회사, 롯데홀딩스 등 해외계열사 지분구조 관련 자료는 제출 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롯데그룹 해외계열사 지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7월31일 주주현황, 주식보유현황, 임원현황 등 해외계열사 관련 내용을 특정해 요구했다. 위기감을 느낀 롯데는 8월 20일이 되어서야 공정위가 원하는 자료를 넘겼다.

외국에 소재지가 있는 해외법인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은 아니어서 공정위에 현황을 보고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런 자료가 국내 계열사를 지정하는 데 필요한 자료라면 충실히 보고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롯데 총수 일가가 해외계열사를 통해 국내에 있는 회사에 지배력을 행사했다면 국내 회사를 계열사로 공정위에 신고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해외계열사를 통한 전체 지분율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20일 롯데가 제출한 일본 등 해외 소재 계열사 관련 자료에 국내 계열사 범위를 새로 확정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은 공정위가 국내 대기업집단 계열사를 지정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대기업이나 특수관계인에게 요구할 수 있도록 하면서 공정위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최대 1억원의 벌금으로 형사처벌토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있다"며 "롯데에 해외계열사 자체의 소유지배구조 현황을 특정해 요구한 것은 지난달 31일이 처음이다"고 설명했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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