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윤제문이 ‘아빠는 딸’(12일 개봉)의 매체 인터뷰에 나섰다. 하지만 예정된 모든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끝났다. 다행히도(?) 윤제문과의 인터뷰를 별 탈 없이 마쳤지만 유난히 씁쓸함이 남았던 시간이었다. 영화가 무슨 죄가 있으랴, 술을 입에 댄 장본인에게 책임이 있지. 때문에 윤제문의 인터뷰가 홍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바다.

모자를 푹 눌러쓴 윤제문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눈을 비비며 힘겹게 말을 꺼냈다. ‘‘아빠는 딸’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었냐’고 묻자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었다. 언제 또 이런 역을 해보나 싶었다. 배우로서 욕심이 났다”고 답했다.

영화는 하루 아침에 아빠와 딸의 몸이 바뀌면서 사생활은 물론 마음까지 엿보게 되는 이야기다. 윤제문은 47세 만년 과장 아빠 원상태와 17세 여고생 딸 원도연(정소민)을 오가는 1인2역을 맡았다. 스스로 “아쉬움보다 만족도가 높았다”고 할 만큼 코믹 연기를 능청스럽게 소화했다. 연기는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악역 이미지가 강한 윤제문에게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는 작품으로 보였다. 윤제문은 “아직까지 악역 보다코믹 연기가 어렵다”며 “코미디 영화는 기본적으로 웃겨야 되지 않냐? 평소 개그맨들을 보면서 천재가 아닌가 생각했다. 사람을 웃긴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털어놨다.

윤제문은 실제 고3, 대학교 2학년의 두 딸을 두고 있다. 촬영 기간 여고생 연기를 위해 딸의 일상을 유심히 관찰했다. 시나리오로 읽을 때와 달리 실제로 연기할 때 벽에 부딪혔다.“어떻게 해야 되지?”순간 막막했다. 너무 여고생처럼 연기하면 오버하는 것 같고, 절제하면 재미없어 보였단다.“처음에 균형을 잡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무뚝뚝한 아빠”라며 딸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둘째 꿈이 배우다. 그쪽으로 공부하고 있는데 술 한 잔 먹고 집에 가면 쓸 데 없이 조언하곤 한다”고 했다.‘영화처럼 핸드폰에 딸 사진이 가득하냐’고 묻자 “없다. 어렸을 땐 아이들 사진을 많이 들고 다녔는데 지금은 없다. 몇 장 있었는데 없어졌네”라며 민망해했다. 또 “참 어렵고 곤란한 질문”이라며 머쓱한 듯 웃었다. 그래도 딸들을 VIP 시사회에 초대했다며 “내가 찍은 영화는 거의 다 보러 왔다. 평까진 아니고‘아빠 잘했다, 멋있다’고 주로 칭찬을 많이 해준다”고 좋아했다.

윤제문은 1999년 연극 ‘청춘예찬’으로 데뷔했다. 지난해 말 20여 년 만에 다시 ‘청춘예찬’ 무대에 올랐다. “박근형 형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해서 시작했다. 정말 재미있었다.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더라. 열정 하나만 가지고 연극 무대에 섰을 때가 떠올랐다. 공연 후 선후배랑 술 먹고 싸우기도 하고….그 때 기억들이 새록새록 생각나더라. ‘열심히 해야겠구나’ 다짐했다.”

윤제문은 20년 넘게 연기하다 보니 “가치관도 바뀌었다”고 했다. 처음엔 멋도 모르고 연기했는데 책에서 배우고 선배들이 해주는 조언 등이 다 부질없더란다. 연기할 때만큼은 “미친놈이 되는 게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선배들이랑 술자리서 주로 연기 얘기를 한다. 후배들한테도 조언을 많이 했는데 나중에는 할 얘기가 없더라. 이제 후배들과 술자리 하면 연기 얘기는 안 한다. 후배들이 하는 얘기를 듣기만 한다. 자기가 부딪혀 봐야 안다”고 설명했다.

윤제문은 연극 무대부터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았다. 조ㆍ단역을 거쳐 주연 배우로 우뚝 섰다. 이제는 주연에 대한 욕심 보다 “책임감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처음부터 극을 이끌어 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연을 하면 좋지만 작품을 책임져야 해서 부담감이 크다. 지금은 마냥 주연 욕심을 부리기보다 정말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아빠는 딸’ 인터뷰를 한 지 하루도 안 돼 초심이 무너진 듯한 모습을 보여 안타까웠다. 주연 배우는 극중에서만 책임지면 된다고 생각한 걸까. “주연은 한 작품의 얼굴”이라고 한 윤제문의 말이 쓴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워너비 펀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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