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정부가 농작물보험에 대한 환급제도를 1년만에 폐지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작물보험 무사고환급 제도를 뒤늦게 협의하면서 올해 농민들은 특약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기획재정부와 예산을 두고 입장차가 벌어졌고, 지난해 말 농어업재해보험법 조항이 신설되면서 특약을 재조정해야 했지만 벼농사가 시작될 4월까지도 협의를 마치지 못한 탓이다. 반짝 상품이 아니라 큰 그림을 그려야 농민들이 안정적인 수혜를 얻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자를 사상최대 폭으로 늘렸던 무사고환급 제도가 출시 1년 만에 특약에서 빠지면서 벼농가 농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자를 사상최대 폭으로 늘렸던 무사고환급 제도가 출시 1년 만에 특약에서 빠졌다.

농작물재해 보험이란 2001년 정부가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보전해주려 손해보험사와 손을 잡고 도입한 정책성보험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NH농협손해보험에서 단독 판매한다.

지난해 ‘무사고 환급제도’가 도입됐다. 농민들이 자연재해를 겪지 않은 해에 들어간 보험료를 아까워하면서 보험 가입 비율이 낮아지자 보험료 일부를 농가에 돌려준다는 취지였다. 보험기간 중 재해를 입지 않은 농가는 부담한 보험료의 70% 정도를 환급 받는 특약이 마련됐다.

특약 출시 직후 2001년 농작물재해보험 도입 이래 최대치 가입면적이 확보됐다. 2016년 5월을 기준으로 21만8202헥타르(ha)의 가입면적이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가입면적(18만5993헥타르)보다 17.4% 늘어난 수치다.

농림부는 ‘벼 무사고보험료환급보장 특약’으로 우선 벼 품종에만 무사고환급 특약을 지원한 뒤 점차 늘려나간다는 전망을 내놨지만, 1년 만에 신기루 제도가 됐다.

무사고 환급제가 사라진 이유가 농림부의 뒤늦은 대처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부는 재해보장성 보험은 재해를 막는 게 최우선 목적이므로 보험료를 일부 환급하는 제도가 취지에 맞지 않다며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환급금까지 지원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이야기다.

도입 초기 대대적인 확대를 장담했던 입장과는 180도 달라졌다. 일각에서는 기획재정부와 예산 합의가 제대로 되지 못하면서 사업이 멈췄다고 꼬집었다.

농림부 관계자는 “(무사고환급 제도를) 처음 도입할 때 예상을 잘 못해서, 예산이 이렇게 크게 들 줄 몰랐다”고 답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보험료의 50%는 정부가, 약 30%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주며 농가는 20%가량을 부담한다.

내홍이 일자 지난해 12월 농어업재해보험법 10조2항이 신설되면서 보험사가 재해보험료를 환급할 수 있도록 했다. ‘재해보험사업자는 사고 예방을 위하여 보험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를 환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농림부가 무사고 환급금 탓에 오른 보험료를 손해보험사가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보험사와의 입장차도 벌어졌다.

농림부 관계자는 “환급에 필요한 보험료가 올라가는데 환급에 필요한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하는 건 규제에 맞지 않고 보험료 상승분에 대해서는 자체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도록 보험 사업자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협의가 지지부진하면서 NH농협손해보험에서 판매하던 농작물재해보험 판매는 평년보다 2주가량 늦춰지고 있다.

NH농협손보 관계자는 “농작물재해보험 판매가 연기된 것이 맞다”며 “평년에 비해 2주정도 늦게 판매가 개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때를 맞춰야 한 해 수입이 보장되는 농업에 정부 부처가 지나치게 안일한 대처를 일삼았다는 볼멘소리가 터졌다. 직후 협의가 이뤄졌다면 농사철 전 보험사가 무사고 환급제도와 유사한 상품을 개발하거나, 최소한 재해보험의 방향성이라도 잡힐 수 있었다.

농림부 관계자는 “폐지가 아니라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협의 처리 시기를 묻자 “협의가 늦기는 늦었는데, (무사고 환급금) 제도가 있고 없고에 따라서 농사를 짓고 안 짓고를 결정하지는…”이라며 말을 흐렸다.

한편 무사고 환급금제도가 빠진 농작물재해보험 벼 품목은 이르면 다음주 초 판매될 예정이다. 타 품목은 여전히 협의 중이다. 재해보험은 1년 단위로 보장하는 단기 보험으로 내년 정책안도 안갯속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올해 농작물재해보험 품목에서 무사고환급 제도가 전부 빠질지 등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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