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정에서는 선수의 기량 못지 않게 모터의 기력이 중요하다. 현재 경주에 투입된 160대의 모터 가운데 66번 모터가 최강의기력을 자랑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성환] 경정에는 ‘기칠인삼(機七人三)’이라는 말이 있다. 경주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모터가 70%, 선수 능력이 30%라는 의미다. 경정에서 모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거에는 모터 기력이 떨어져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선수의 조종술이나 각 선수에게 맞는 프로펠러 장착 등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프로펠러를 임의로 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프로펠러 고정제’가 도입되면서 모터에 대한 의존도는 과거보다 더 높아졌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는 경정에 사용되는 모터를 2년마다 일괄적으로 교체한다. 모든 모터들은 동일한 공장에서, 동일한 규격으로 생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능에 있어서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경정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기력이 좋은 상급 모터를 선호한다.

지난해 도입된 160대의 모터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우수한 성적을 발휘하는 모터는 66번 모터다. ‘입상 보증형’으로 손꼽히며 누적 착순점(경주별 결승선 도착순서에 따른 순위점수를 득점으로 환산한 것) 9.02점으로 모터 순위 1위에 올라있다. 최근 9경주 착순점도 8.75점이다. 일반 및 이벤트 경주에서 1착 착순점이 10점, 2착 착순점이 8점인 것을 감안하면 66번 모터는 ‘모터가 선수를 끌고 간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최강의 기력을 자랑하고 있다.

▲ 경정에서는 모터의 기력이 승부에 변수가 된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제공

모터 순위 2위는 평균 착순점 8.18점을 기록 중인 44번 모터다. 직선 가속력에 있어서는 출중한 성능을 자랑하지만 선회력은 조종자(선수)에 따라 편차를 보인다는 평가다. 평균 착순점 7.77점의 97번 모터가 모터 순위 3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97번 모터가 44번 모터 보다 기력이 뛰어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97번 모터가 44번 모터 못지 않은 탄력을 겸비했고 선회 시 받쳐주는 힘과 순발력은 오히려 44번 모터를 앞선다는 평가다. 특히 97번 모터는 온라인 스타트(모든 보트가 동일 선상에서 출발) 경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다음으로 17번(착순점 6.68점), 7번(착순점 6.64점), 84번(착순점 6.37점), 34번(착순점 5.67점) 모터 등이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모터 순위 상위권을 점하고 있다.

최근 급부상 중인 모터들도 있다. 21번 모터가 대표적이다. 누적 착순점은 6.00점이지만 최근 9경주 착순점은 무려 9.11점으로 모터 순위 1위인 66번 모터와 맞먹는 기록을 내고 있다. 출력이 안정적이고 무엇보다 직선 가속력이 뛰어난 것이 상승세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35번 모터의 약진도 돋보인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중급 기력을 유지했던 평범한 모터였다. 누적 착순점이 5.33에 불과했지만 최근 가속력이 살아나며 최근 9경주 착순점이 8.22점까지 치솟았다.

이 외에도 1번 46번 98번 103번 114번 144번 모터들이 꾸준한 성능과 안정적인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4번 19번 77번 모터는 상급에 속해 있었지만 간혹 기대 이하의 성능을 보이는 모터들이다.

경륜경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경정에서 모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경륜경정사업본부가 회차별 기력과 성능이 비슷한 모터보트를 배정하고는 있지만 모터 성능에 대한 세심한 분석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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