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인회가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사진=이호형 기자.

[부천=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필드에선 화끈한 장타와 세리머니로 카리스마를 뽐내고, 기자회견장에선 넉살 있게 취재진을 대하는 허인회(30ㆍJDX멀티스포츠)는 따로 인터뷰 해보고 싶은 취재원 중 한 명이었다. ‘괴짜 골퍼’와 ‘게으른 천재’ 등 독특한 수식어가 달리는 그의 인생관을 한 번쯤 허심탄회하게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허인회-육은채(29) 부부를 최근 경기 부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허인회는 “지난 해 12월 초 태국 치앙마이로 전지훈련을 가 지난 달 12일 한국에 들어왔다. 퍼팅과 어프로치샷, 멘탈을 가다듬었고 현지 대회에도 출전하면서 경기 감각을 살렸다”고 근황을 전했다.

▲ 허인회(오른쪽)와 아내 육은채씨가 손을 잡은 채 거리를 걷고 있다./사진=이호형 기자

궁금했던 허인회의 인생 스토리를 듣기 위해 초반부터 ‘괴짜 골퍼’, ‘게으른 천재’라는 수식어를 던졌다. 그러자 그는 계기가 있었다며 살아온 이야기를 풀었다.

▲ 허인회 프로필

허인회는 “어렸을 땐 축구를 제일 좋아했다”고 운을 뗐다. 그런 그에게 골프를 권유한 사람은 바로 아버지 허천욱(57)씨였다. 허인회는 “축구 대신 억지로 하게 된 골프가 공부만큼 싫었다”고 했다. 허인회는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1960~70년대 실업야구 도루왕 출신의 하갑득씨를 만나면서 골프 선수의 길을 가게 됐다. 허인회는 “야구선수 후 골프 프로 자격증을 따신 하 코치님이 나를 두고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이다’고 칭찬하셨다. 그때부터 선수로의 길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허인회는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그는 골퍼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골프채를 잡는 게 그리 달갑진 않았었다고 지난 날을 떠올렸다.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해도 혼만 났기 때문이다. 허인회는 “아버지는 늘 ‘우승은 못해도 좋으니 열심히만 하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털어놨다.

▲ 허인회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호형 기자

허인회는 청소년 시절 골프 대회들에서 수 차례 정상에 섰다. 골프를 시작한 초반엔 연습을 많이 했지만, 이후엔 남들보다 적게 훈련하고도 우승을 하는 ‘천재성’을 발휘했다. 그런 탓에 ‘게으른 천재’라는 별명이 붙었다. 허인회는 “2006년 도하 아시안 게임 때 아쉽게 출전권을 놓쳤다. 원래 아시안게임은 랭킹에 따라 출전권이 주어졌다. 당시 랭킹이 1위였는데 도하 아시안게임 전에 규정이 바뀌었다. 선발전을 치러 출전권을 가져가는 식으로 변경됐다. 선발전에서 뜻하지 않게 탈락해 충격으로 골프를 관두고 2년 정도 방황했다. 국가대표도 반납했다”고 고백했다.

허인회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는 25살 때와 군대 시절이었다. 그는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낸 터라 한 달에 쓰는 돈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허인회는 “25살 때 부모님 카드를 빼앗긴 후 돈 1만 원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지난 해 9월 전역한 허인회는 군 복무 또한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대에서 월급을 한 푼 두 푼 모아 착실히 생활하는 친구들을 여럿 보면서 ‘내가 세상 물정을 몰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대우받고 칭찬만 받았던 터라 그런 걸 잘 몰랐다”며 “그래서 복무 기간 월급을 모아 300만 원 정도를 만들었고 부모님께 고스란히 드렸다”고 전했다. 그는 “부모님께서 엄청 좋아하셨다. 아직도 그 돈을 안 쓰셨다”고 웃었다.

인생 철학을 묻자 허인회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그는 “아프리카 사람들은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행복지수가 높다. 그런데 주변엔 돈이 많아도 공허하고 우울해 하는 사람이 있다”며 “경제적으로 소박하면서도 행복한 사람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너무 돈 없이 살아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돈을 맹목적으로 좇아갈 필요도 없는 것 같다. 금전적인 부분을 계속 생각하다 보면 좌절하게 될 수 있다. 중간 입장에서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허인회(오른쪽)와 아내 육은채씨가 활짝 웃고 있다./사진=이호형 기자.

그와 아내 육은채씨는 그런 부분에서 비슷한 가치관을 지녔다. 옆에 앉아 있던 육씨는 자신에 대해 “씀씀이가 크지 않은 편이다. 생활력이 강하다는 말도 듣는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들 부부는 돈의 있고 없음에 따라 함부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허인회는 올 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와 한국프로골프투어(KGT)를 병행한다. 그는 “높게 잡았지만, 시즌 목표는 일본 4승, 한국 2승이다”고 말했다. 허인회는 “메이저대회 우승이 아직 없는 탓에 GS칼텍스 매경오픈이나 코오롱 한국오픈 등에서 정상에 서고 싶다”고 부연했다. 그의 국내 첫 출전 대회는 5월 4일부터 열리는 매경오픈이다.

허인회는 원만한 투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스폰서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처음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은 곳이 JDX멀티스포츠다. 인생 조언을 해주시는 김한철 대표님과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직원 분들 모두 감사하다. 오래 함께 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 아내 육은채(왼쪽)씨가 남편 허인회를 바라보고 있다./사진=이호형 기자

끝으로 허인회에게 투어 발전에 대해 물었다. 그는 “투어 생활을 하면 기름값, 숙식비, 캐디비 등 경비만 연 5,000만 원 정도 든다. 시드 최하위 선수는 연봉이 약 3,000만~4,000만 원인데 그러면 결국 적자가 된다. ‘투 잡’하는 선수들이 많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골프라는 종목, 그리고 투어가 함께 발전하면 좋겠다. 생계가 달린 문제라 어렵겠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갤러리들과 소통하려는 자세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어 대회 수와 상금이 꾸준히 늘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천=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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