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직접 운전할 럭셔리 세단을 찾는다면 조금이라도 망설일 이유가 없겠다. BMW가 내놓은 새로운 뉴 5시리즈가 있기 때문이다.

5시리즈는 1972년 처음 세상에 나와 지난 2월까지 7세대에 걸쳐 출시된 BMW의 스테디 셀러다. 가격은 6,000~7,000만원대. 3리터 디젤엔진을 장착한 530d의 경우는 9.000만원에 가깝다.

▲ BMW 새 5시리즈. 길어진 전장이 눈에 띈다.

520d와 530i를 타봤다. 각각 2리터 디젤과 가솔린 엔진. 국내에는 M스포츠 패키지가 기본 장착되기 때문에 트윈 터보까지 달려 나온다.

처음 5시리즈를 만난 느낌은 ‘거대함’이다. 전작보다 전장이 29mm, 전폭이 8mm, 전고가 15mm나 늘었다. 그러면서도 5시리즈의 중후하면서 날렵한 매력은 유지했다.

▲ 에코프로 모드 계기반. 순간연비와 평균연비를 비교할 수 있게 해서 묘하게 경쟁심을 자극한다.

문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서면 이런 느낌은 배가 된다. 운전석과 조수석 크기가 7시리즈 못지 않다. 휠베이스로 비교하면 5시리즈가 2,975mm, 7시리즈가 3,070mm로 차이가 있다. 대신 7시리즈 2열 크기가 압도적으로 길기 때문에 1열 공간을 거의 비슷하게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테리어 역시 7시리즈에 비견할만 하다. 곳곳을 장식한 가죽과 나무 재질 마감. 7시리즈와 같은 수준의 디스플레이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특히 제스처 컨트롤 기능은 7시리즈보다 업그레이드 됐다. 허공에 대고 동그라미를 그리면 마술처럼 멀티미디어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 국내 출시 모델에 기본 장착되는 M스포츠 패키지.

M 스포츠패키지와 함께 기본 장착된 스포츠 시트는 그야말로 ‘예술’이다. 높낮이, 등받이 각도, 7시리즈급에나 달리던 레그레스트까지 조절할 수 있다.

럭셔리카 감상은 여기서 끝이다. 이제 BMW ‘M’의 위력을 느껴볼 차례다. 5시리즈는 스포트, 컴포트, 에코 프로 세가지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고급스러움이 넘치는 변속 레버 옆에 스위치를 누르면 된다.

스포트 모드로 전환하자 ‘그르릉’ 소리와 함께 등 양쪽이 꽉 조여졌다. 계기반 클러스터도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속도와 RPM 중심으로 바뀌었다. 조향감도 더 무거워진 느낌이다.

여기부터는 520d와 530i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520d는 정지 상태에서 움직일 때 까지는 더 가볍다. 최대토크가 40.8kg·m. 530i가 35.7kg·m로 다소 부족하다.

하지만 막상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530i가 훨씬 부드럽게 쭉 뻗어나간다. 시속 200km까지는 거뜬할 것 같은 느낌이다. 반면 520d는 150km/h를 넘어서면 더 속도를 내기 어려워진다. 최고출력 차이가 252마력, 190마력이다.

그렇다고 해서 520d가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530i가 워낙 뛰어날 뿐이다. 520d는 5시리즈 중에서도 잘 팔리는 차다. 왠만한 동급 가솔린 모델 수준으로 잘 달린다.

연비에서는 당연히 520d가 앞선다. 공인연비는 14km/ℓ 정도다. 300km 정도를 거의 스포트 모드로만 쥐어짜듯 달려서 8~9km/ℓ가 나왔다. 530i는 공인연비가 11km/ℓ 정도, 실 연비는 7~8km/ℓ정도였다.

520d의 정숙성도 예상외였다. 밖에서 보면 520d의 디젤엔진 소리가 분명히 들린다. 하지만 차에 타면 아니다. 530i와의 차이가 거의 없다.

특히 고속에서는 두 차 모두 ‘100점’을 주고 싶다. 시속 150km를 달리는데 풍절음이 전혀 없다. 플래그십 세단이 아니면 느끼기 어렵다.

▲ 스포트 모드 계기반. 붉은색이 마구 달리고 싶게 한다.

노면 진동도 그렇다. 분명 서스펜션은 단단하게 세팅됐다. 하지만 불쾌한 진동은 전혀 올라오지 않는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그 기분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차체 안정성은 ‘명불허전’이다. 후륜구동 기반의 올타임 사륜구동. 왠만한 속도에서는 아무리 급하게 방향을 틀어도 꿈쩍하지 않는다.

시승 중 돌발상황을 만나 100km/h를 넘나드는 빠른 속도에서 급하게 스티어링 휠을 틀게 됐다. 약간의 그립이 느껴졌지만 차체는 아무렇지 않게 움직이는 데로 달렸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동승자는 위험한 상황이었는지도 몰랐단다. 당시에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안전하게 조향을 돕는 기능도 있단다. 

BMW는 글로벌 완성차사 중 친환경 기술에도 관심이 많은 브랜드다. 물론 새로운 5시리즈에도 이런 모습을 확인해볼 수 있다. 바로 에코 프로모드다.

에코 프로모드를 작동하면 계기반이 왼쪽에 속도, 오른쪽에 연비가 표시된다. 순간 연비를 확인하며 자연스럽게 연비 운전을 하게 한다.

▲ 센터페시아만 봐도 7시리즈 못지 않은 고급스러움이 묻어나온다.

재밌는 것은 연비 표시 클러스터에 현재 평균 연비를 출력해주는 기능이다. 순간 연비가 평균 연비를 넘어가면 왠지 불쾌한 기분이 든다. 연비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전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새 5시리즈는 좋은 연비를 위해 운전자의 마음까지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국내에 출시되는 5시리즈에 기본 장착되는 기능이 또 있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다. 첨단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과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전후방 충돌 보조 시스템 등 최첨단 ADAS가 달렸다. 굳이 작동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차선 이탈과 전방 추돌 경고 기능은 작동한다.

고속도로에서 ASCC와 LKAS를 함께 사용해봤다. 반 자율주행이라고 불리는 그것이다. 앞차와 간격을 잘 맞춰서 달려준다. 내비게이션의 교통상황을 분석하고 상황에 맞춰 속도 조절까지 해준다.

낮과 밤, 악천후 속에서도 이상이 없다. 마침 시승일에 비가 쏟아졌다. 이 때다 싶어 이런 저런 확인을 해봤지만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밤에도 마찬가지다.

단 LKAS가 완벽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평범한 도로의 굽은길에서는 굳이 스티어링 휠을 잡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 돌아나갔다. 하지만 이상하게 차선이 넓은 도로에서는 좀처럼 가운데를 찾지 못했다. 새 5시리즈에서 발견한 단 하나의 옥의 티다.

일단 3월 기준으로 새 5시리즈는 베스트 셀링카를 되찾지 못했다. 경쟁 모델 인기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새 5시리즈가 가성비가 높은 것으로 입소문을 넓혀가는 중이다. 실제로도 경쟁모델보다 저렴하면서 옵션도 많다. 4월 판매량 소식이 기다려진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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