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카드부정복제 피해가 한 해 100억원에 육박하지만, 카드사마다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Fraud Detection System) 역량이 천차만별이라 피해를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금융회사가 보완 등을 이유로 FDS 방법을 공개하지 않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각사의 FDS 시스템을 통합운영으로 관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감독당국이 은행내 카드사들의 FDS 운영실태와 효과성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일침도 나왔다.

▲ 20일 관련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카드사의 FDS 감지 건수는 늘었지만 피해 금액은 100억원대에 육박했다. 카드사별로 다른 FDS 시스템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1일 관련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카드사의 FDS 감지 건수는 늘었지만 피해 금액은 100억원대에 육박했다. FDS란 보이스피싱, 부정 사용 등 평소와 다른 사용패턴을 감지해 부정 거래를 막는 예방 시스템이다.

금융감독원이 6일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카드사별 FDS 감지·차단 건수와 카드복제 피해 건수·금액’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 업계의 FDS 감지·차단 건수는 각각 46만9,086건, 차단 37만1502건으로 2012년 5만1,437건, 차단 2만9,852건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감지 건수가 늘었는데도 피해규모는 줄지 않았다. 피해 금액은 2012년 104억원에서 2013년 98억원, 2014년 94억원, 2015년 100억원, 2016년 91억원으로 100억원대에서 소폭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감지를 해도 피해를 막지 못한다는 통계는 FDS가 그만큼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FDS로 잡지 못한 이상거래는 손안의 모래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박 의원에 따르면 1월 한 달간 8대 시중은행이 FDS를 통해 감지한 3,662건의 거래 중 실제 적발 건수는 363건으로 10%에 그쳤다. 이상거래로 감지를 하고 실제 이상거래로 판명된 건수가 열에 하나라는 이야기다.

FDS가 허술한 원인으로 각사의 기준이 천차만별로 다르다는 점이 꼽힌다. FDS 고도화 시스템을 직접 개발하는 카드사가 있는가 하면 외부 기관에 저가 입찰로 사업을 맡기고 뒷짐을 지는 카드사도 있다는 이야기다.

카드사의 FDS가 이런 사정이지만 금융당국이 별다른 계도를 하지 않으면서, 카드사들이 ‘제 알아서’ 기술 개발을 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일부 카드사들은 최근 딥러닝과 빅데이터 분석 등을 차용해 고도화 FDS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8개 전업 카드사 중 신한카드와 하나카드, 롯데카드, 국민카드 등이 오는 하반기에서 2018년 사이 고도화 FDS를 실현하겠다는 것.

일각에서는 개별사가 따로 개발하고 있는 기술을 통합해 배포하는 공익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정보 보완은 각자도생할 분야가 아니라는 일침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도화 시스템을 개발 중인 카드사들이 신기술을 공익 차원에서 금융당국과 타사에 공유하는 방침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개별 카드사가 금융당국의 역할을 대신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국내 최초 ATM기 불법복제 등 범죄 수법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주먹구구식 감지 대신 FDS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은행내 카드사인 씨티은행과 농협은행 등의 FDS 운영실태를 관리·감독하지 않고 수수방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두 곳의 FDS 운영을 은행인지 카드부문인지 파악조차 하지 않았으며 금감원 은행감독국 혹은 여전감독국에서 조차 관리·감독해오지 않았던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나오자 금감원은 17일부터 해외 부정인출 사고를 막지 못한 씨티은행에 대한 FDS 운영실태를 현장·점검하고 있다.

허인혜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