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이 잇따라 1분기(1월~3월) ‘깜짝 실적’을 내고 있다. 이자이익이 높아졌고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 기여도가 올라간 덕이다. 대손충당금 환입이나 채권 매각 등 일회성 요인도 더해졌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이 1분기 성적표를 공개했다. 우리은행은 6,375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43.8%(1,942억원) 증가했다. 2011년 2분기 이후 최대 실적이면서, 증권사들의 예상치(4,511억원)를 크게 웃돈 수치다. 카드, 종금 등 자회사 실적을 제외하고 은행 개별기준으로 산출한 당기순이익은 6,057억원이다.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1.44%로 지난해 4분기(1.37%)보다 0.07%포인트 상승했다. 중국 화푸관련 대출채권매각익 1,706억원(세전)을 제외하더라도 NIM이 전분기 대비 7bp 개선됐다고 우리은행은 설명했다.

▲ 4대 은행 1분기 실적.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20일에는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나란히 성적표를 내놔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신한금융의 1위 수성이냐, KB금융의 1위 탈환이냐를 두고 ‘리딩뱅크 쟁탈전’이 예고됐으나, 신한금융이 1위 자리를 수성했다.

그러나,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 성적에서는 국민은행이 6,635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신한은행(5,346억원)을 앞섰다. 분기 순이익 기준으로 국민은행이 신한은행을 앞선 것은 2015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신한금융의 올 1분기 연결 당기순이익은 9,9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3%, 전분기 대비 62.9% 증가했다. 2001년 지주사 설립 이래 최대 분기 순이익으로, 시장 전망치를 50% 가까이 뛰어넘으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5,34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7.0% 줄었다. 이자이익이 1조1,7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9.8% 증가했지만, 비이자이익이 2,237억원으로 5.6% 줄어들어서다.

신한금융에 이어 KB금융 역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KB금융은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8,701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59.7%(3,251억원) 늘어난 것으로 분기 기준으로는 2008년 9월 출범 후 역대 최대 규모의 순익이다.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1분기 6,635억원을 기록, 지난해 동기대비 71.4%(2,763억원) 늘었다. 여신성장과 마진 개선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 신탁수수료 증가,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매각 관련 일회성 요인(1,580억원) 등이 성장의 요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와 비교했을 때 일회성 부문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이익은 KB금융이 더 낫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1분기 4,92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 분기 대비로는 444.5%(4,017억원) 늘었고,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서는 12.4%(542억원) 증가했다. 하나금융은 “조선업 구조조정 관련해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3,502억원을 쌓았음에도 2012년 1분기 이후 최대 수준의 분기 순익을 기록했다”며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1분기 순이익은 8,4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4,780억원의 순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

이같은 실적에는 본업에서 거둔 이자이익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 컸다. 이자이익의 증가는 NIM의 개선에 기인했다. 은행 4곳의 1분기 NIM은 1.44∼1.66%로 전 분기 대비 0.04∼0.07%포인트 상승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 1분기 NIM이 2.01%로 2015년 1분기 2.11% 이후 처음으로 2%대에 진입했다.

비은행 계열사의 선방도 실적에 힘을 보탰다.

신한금융지주의 신한카드는 대손충당금 환입 효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70.0% 늘어난 4,018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신한금융투자도 111.1% 늘어난 460억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해 현대증권과 합병한 KB증권은 1분기 6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98.8% 늘었고, KB캐피탈도 90.1% 증가한 365억원의 순익을 냈다.

하나카드는 5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2014년 통합 카드사 출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회성 요인도 한 몫 했다.

먼저 신한금융의 경우 신한카드사의 대손충당금 3,600억원(세후 2,800억원)이 환입된 효과가 컸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그룹 내부등급법 사용 승인을 받았고, 올해부터 신한카드의 대손충당금 산출 때 이를 적용하면서 충당금 환입이 발생하게 됐다.

KB금융은 일회성 이익이 1,600억원 가까이 나와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을 매각해 1,580억원의 일회성 수익이 잡혔다.

우리은행도 중국 화푸빌딩 관련 대출채권을 매각해 1,706억원의 수익이 발생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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