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도 17호선 섬진강변 대나무숲.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성환] 산과 들판에 초록의 생기가 만연하다. 이 땅에 봄이 무르익어 간다. 마음 상쾌해지는 봄날 드라이브 계획한다면 참고한다. 한국관광공사가 5월 가볼만한 여행지로 팔도에 이름난 드라이브 코스 몇 곳 추천했다. 어떤 길은 고운 볕 반짝이는 호수를 에둘러 달리고 또 어떤 길은 푸른 바다와 사이 좋게 나란히 간다. 외딴 마을, 꽃 예쁜 한갓진 강변을 지나는 길이 있고 산 허리를 끼고 돌며 준봉들이 만들어 내는 장쾌한 풍경 속을 관통하는 길도 있다. 봄바람에 살 비비며 한바탕 뒹굴고 나면 각자의 마음에 비로소 봄이 당도한다.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여운 오래 간다.

▲ 국도 17호선 섬진강변 대나무숲. 한국관광공사 제공

▲ 섬진강 풍경 따라 느린 여행…국도 17호선 전남 곡성~구례 구간

섬진강 좋아하는 이들 많다. 우리나라 이름 난 강(江) 가운데 사람 손 가장 덜 탄 풍경에 마음 빼앗겨서다. 전북 진안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남원에서 큰 강이 된다. 전남 곡성과 구례를 관통할 때는 국도 17호선과 나란히 달린다. 약 50km의 이 구간이 드라이브 명소로 이름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섬진강의 물길은 쏜 살 같은 시간의 흐름에도 아랑곳 없이 느리게 흘러간다. 초록의 자연과 여기에 살 붙이고 사는 사람들이 봄볕처럼 곱고 예쁜 풍경을 만들어낸다.

길 주변으로 제법 낯익은 명소들이 많다. 곡성 읍내로 이어진 길 들머리에는 이국적 풍경의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다. 영화 ‘곡성’에서 주인공 종구(곽도원 분)가 딸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달렸던 길이다.

그 유명한 섬진강기차마을에는 정겨운 증기기관차가 달린다. 기차는 가정역까지 10km 거리를 30분이나 걸려 운행하니 섬진강의 천연한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기 딱 좋은 이동수단이다. 더 느린 풍경이 보고 싶다면 레일바이크 떠 올린다. 가정역에서 침곡역까지 약 5km 철길을 레일바이크를 타고 갈 수 있다. 기차보다 풍경 더 잘 보인다.

도깨비를 테마로 한 섬진강도깨비마을, 섬진강과 지리산을 굽어볼 수 있는 사성암, 지리산의 천년고찰 화엄사 등도 빼 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특히 국도 17호선 구례에서 순천 방향 ‘구례휴계소’ 부근 섬진강 변에는 바람에 이는 댓잎 소리가 기가 막힌, 예쁜 대나무 숲이 있다.

▲ 청평호를 보며 달리는 가평 국도 75호선. 한국관광공사 제공

▲ 수도권 드라이브 명소…국도 75호선 경기 가평~강원 화천

가평을 가로질러 화천까지 이어지는 국도 75호선은 물길과 나란히 달리는 풍경이 아름다워 ‘알만한 사람은 아는’ 수도권 드라이브 명소로 꼽힌다.

가평읍 지나면서부터 이런 풍경 눈 앞에 펼쳐진다. 칼봉산 연인산 명지산에서 시작된 물길은 가평에서 큰 물길이 되고 자라섬에서 북한강과 만난다. 산과 물이 그려낸 풍경이 꽃보다 아름답다.

이 길은 재미도 있다. 그림 같은 풍경 속에는 펜션과 카페가 즐비하고 잣국수와 잣두부 같은 이색 먹거리, 막국수와 숯불닭갈비 등 별미를 내 놓는 ‘맛집’들이 수두룩하다.

이 길은 또 수상레저의 메카다. 길 따라 모터보트 수상스키 웨이크보드 바나나보트 플라이피시 땅콩보트 제트스키 등 다양한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곳들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중간중간 쉬어갈 곳도 많다. ‘한국의 작은 프랑스’로 잘 알려진 쁘띠프랑스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낭만적인 복합문화공간이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 온다. 인터렉티브아트뮤지엄은 관람객의 행동과 소리에 반응하는 인터렉티브 아트 작품을 전시한다. 레일바이크를 타고 경춘선 철길을 달릴 수 있는 가평레일파크도 기억한다.

▲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 강릉 헌화로. 한국관광공사 제공

▲ ‘모래시계’의 추억과 바다…강원 강릉 헌화로

강릉 정동진해변에서 심곡해변을 거쳐 옥계면 금진해변까지 이어진 해안도로가 ‘헌화로’다.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이 붙어있는 도로다. 한쪽은 깎아지른 암벽, 반대편은 바다. 바람 좀 심할 때는 파도가 도로를 점령하는 일이 참 많다.

정동진은 20여년 전 ‘국민드라마’로 히트했던 ‘모래시계’ 촬영지다. 정동진역 역시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다. 안을 둘러볼 수 있다. 역 안에는 ‘모래시계’로 유명해진 ‘고현정 소나무’가 있다. 플랫폼에서는 ‘우우우 우우~’로 기억되는 드라마의 주제곡도 흘러나온다. 인근 모래시계공원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시계가 있다.

금진항을 지나 심곡항에 이르는 구간이 하이라이트다. 파란 하늘과 해안 절벽, 쪽빛 바다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천천히 걸으며 풍경 음미해 본다. 지난해 이 일대에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 조성됐다. 심곡과 정동진 2.86km를 잇는 이 길은 분단 이후 일반에 개방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자연이 오롯하다.

백사장이 넓고 사위가 고요한 금진해변은 한여름 피서지로도 적당하다. 경포해변이나 정동진해변처럼 복잡하지 않다.

정동진에서 북상하면 복합문화 예술공간인 하슬라아트월드, 등명락가사, 강릉통일공원, 강릉커피거리, 영진해변, 주문진수산시장 등을 만날 수 있다.

▲ 수마노탑으로 유명한 정선 정암사. 한국관광공사 제공

▲ 하늘과 맞닿은 강원 정선 만항재

정선군(고한읍), 영월군(상동읍), 태백시가 만나는 곳에 고갯길이 지나는데 이게 만항재다. 고원 드라이브 코스의 정수다. 고갯마루가 무려 1330m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포장도로가 놓인 고개 가운데 가장 높다. 길은 남한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함백산(1573m) 턱밑까지 오른다. 첩첩이 이어진 백두대간의 고산 준봉이 어깨쯤에서 물결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가을이면 단풍이 물들고, 겨울이면 눈꽃이 만발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야생화가 피고 지는 천상의 화원이다. 밤에는 은하수가 펼쳐지고 이른 새벽에는 안개가 피어 오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정선에서 고갯마루에 올라본다. 출발점은 국도 38호선과 414번 지방도가 갈리는 고한읍 상갈래교차로다. 이곳에서 정암사를 지나 만항재 넘어 태백의 화방재까지 16km쯤 달린다.

만항재 인근에는 폐광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 삼탄아트마인, 수마노탑으로 이름난 정암사를 비롯해 만항야생화마을, 만항야생화공원 등이 자리잡고 있다.

▲ 금산 방우리 가는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 비단처럼 고운 금강과 나란히…충남 금산 방우리~적벽강 구간

금산 부리면 방우리와 적병강을 잇는 길은 금강 상류를 따라 호젓함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국도 37호선과 601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금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6개나 넘나들며 금강이 선사하는 넉넉하고 편안한 정취를 만나게 된다.

금산 오지마을인 방우리마을은 ‘육지의 외딴섬’이다. 금산을 통해서 갈 길이 막막해 무주IC를 이용한다. 무주읍에서 내도리 앞섬다리(내도교)를 지나 좌회전하면 방우리 가는 길. 구불구불 강변길을 따라 약 5km 달리면 목적지다.

방우리는 금강 상류의 절경을 숨겨두었다. 화려한 절벽과 단아한 강물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음 참 편안하게 만든다. 전북 장수에서 발원한 금강은 방우리를 시작으로 금산과 만난다. 마을 참 호젓하다. 다닥다닥 붙은 아담한 밭 사이로 흙담집이 보이고 반딧불이도 날아다닌다.

수통리에 있는 적벽강은 산을 휘도는 강줄기가 육중한 암산으로 둘러싸여 붉은빛을 띠는 곳이다. 높이 30여m 기암절벽 아래 고요한 수면과 자갈밭이 넉넉하게 펼쳐진다. 물 속에서는 쉬리 참마자 꺽지 등 민물고기들이 헤엄친다. 적벽강 맞은편에는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오토캠핑장이 있다.

▲ 영월 선암마을 한반도지형. 한국관광공사 제공

▲ 산길, 강길에 찬란한 봄 정취…88번 지방도 경북 봉화~강원 영월 구간

88번 지방도 경북 봉화 춘양에서 강원 영월까지 구간도 메모해둘 만하다. 만산고택에서 청령포를 지나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까지 이어진다.

조선양반 가옥의 원형을 보여주는 만산고택과 천년 고찰 각화사에는 고즈넉한 봄 정취가 가득하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싱그러운 봄기운으로 생동감이 넘친다.

영월로 접어든 길은 산모롱이를 따라 굽이돌며 이리저리 휘고, 때로는 강과 만나며 찬란한 봄 풍경을 보여준다.

아프리카와 관련한 유물을 모아놓은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은 아이도 좋아하고 어른도 즐거운 곳이다. ‘김삿갓’으로 알려진 김병연의 흔적이 있는 난고 김삿갓 유적지, 조선 역사상 가장 불행한 임금으로 꼽히는 단종이 묻힌 장릉을 지나면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과 선돌에 닿는다. 한반도를 빼닮은 모습과 절벽이 쪼개져 두 개로 나뉜 풍경 앞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에 절로 감탄이 인다.

▲ 마늘과 유채가 어우러진 남해도 해안도로. 한국관광공사 제공
▲ 남해도 가천다랭이마을. 한국관광공사 제공

▲ 봄빛ㆍ쪽빛 가득한 보물섬 드라이브…경남 남해도 일주도로

남해(도)는 봄에 아름다운 섬으로 유명하다. 다랑논에서 마늘이 쑥쑥 자라고 노란 유채 꽃이 흐드러진다. 작은 어촌 마을들은 쪽빛 바다를 품고 빛난다.

남해는 1973년 남해대교가 준공되며 경남 하동과 연결됐다. 2003년 창선ㆍ삼천포대교로 사천과 이어지면서 드라이브 명소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남해는 나비처럼 생겼다. 두 날개 위쪽으로 경남 하동과 사천이 자리잡았다. 드라이브는 남해대교로 들어와 명소를 둘러보고 창선ㆍ삼천포대교를 통해 나가거나, 그 반대로 진행한다. 왼쪽 날개에 해당하는 지역에는 남해 관음포 이충무공 유적, 남해유배문학관, 가천다랭이마을 등이 있다.

오른쪽 날개에는 상주 은모래비치, 물건리 방조어부림, 독일마을, 원예예술촌 등이 있다. 특히 물건리에서 미조항까지 이어진 ‘물미해안도로’는 바다와 가까이 달릴 수 있어 인기다. 길 따라 가다 예쁜 포구나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차를 세우고 느긋하게 풍광을 즐기는 게으름도 부려본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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