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 유통업체 중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가 20년 만에 중국 사업 철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통무덤’이라 불리는 중국시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이마트 베트남 1호점 고밥점 전경. / 이마트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올 연말까지 중국사업 완전 철수한다. 향후 수익성과 비전 등을 고려할 때 중국 사업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남아있는 6개 매장을 모두 정리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날 이마트 관계자는 “남아있는 점포 6개에 대해서 개선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고 만약 개선작업에도 효과가 없을 때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아직 내부적으로 매각한다, 철수한다 등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선 최근 이마트가 내실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어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중국 사업 철수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이마트는 이미 지난 2011년부터 중국 사업 구조조정에 돌입해 현재 7개 매장만 운영 중인 상태이다. 이중 이달 말 임대 계약이 끝나는 상하이 라오시먼점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현재 남아 있는 지점은 루이홍점, 무단장점, 난차오점, 창장점, 시산점, 화차오점 등 6개 점포인데, 장기 계약에 따른 임대료 정산 문제, 고용 문제 등의 협의가 끝나는 대로 연내 폐점할 가능성이 높다.

이마트는 지난 1997년 상하이에 1호점을 오픈한 후 한때 중국 내 매장을 27개까지 늘리며 사업을 확장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중국시장은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쓴 맛을 볼 정도로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중국 당국의 까다로운 규제, 사회적 네트워크나 인맥관계를 중시하는 ‘관시(關係)’ 문화, 해외기업에 대한 배타적 태도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은 유통업체 무덤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이마트의 경우 여기에 ‘현지화 실패’와 ‘좋지 않은 입지’가 더해져 고전하는 상황이었다. 중국은 민족주의 성향과 자국 우선주의가 강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외국색’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마트는 한국 점포와 비슷한 형태로 고급스럽게 매장을 꾸몄다. 중국 소비자들의 문화와 익숙치 않아 외면당한 것이다.

또 입지가 좋지 않은 점도 그 이유로 꼽힌다. 후발주자이다 보니 점포 입지가 좋지 않았고, 이에 수익성이 나지 않았다.

이마트는 매년 매장수를 줄여 영업 적자 폭을 지난 2014년 440억원, 2015년 351억원, 2016년 216억원으로 해마다 줄여왔다. 점포 수를 확 줄이고도 최근 4년간 누적 적자액은 1,500억원에 달했다.

중국 사업의 손실이 커지면서 이마트는 다른 사업에 집중해 왔다. 먼저 국내 사업으로 중국 사업 손실을 만회했다. 이마트타운 등 전문점과, 피코크·노브랜드 등 자체브랜드의 성적이 좋아, 해당 사업 위주로 힘을 많이 쏟았다.

또 국내에선 신규출점의 제약이 많아 해외사업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데 중국 시장 외에 다른 시장을 공략해 왔다. 최근 이마트는 몽골과 베트남에 1호점을 각각 오픈했다. 몽골의 경우 중국에 비해 외국기업에 협조적이며, 베트남은 철저한 사전답사와 현지화에 힘을 쏟았기 때문에 중국 사업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직 1호점 뿐이라 평가하기엔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매출액, 현지반응 등 초기 상황을 보면 전망이 밝다는 것이 내부적인 평가”라며 “중국에 비해 사업성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사드 여파로 더 큰 영업 손실을 보고 있는 롯데마트는 “아직까지 중국사업 철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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