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금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디지털 부서의 외연 확장에 힘쓰고 있다.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의 초기 모델을 설계한 전문가를 디지털전략 담당 수장으로 앉히고, 인공지능(AI) 도입을 통한 신기술 금융전략을 총괄할 ‘디지털전략부’를 신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움직임은 대내외 환경변화와 관련이 있다. 핀테크와 4차산업혁명의 패러다임 속 대면에서 비대면의 영업구조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또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케이뱅크)의 돌풍으로 디지털 시스템의 전환을 대항마로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부서를 확대·강화하면서 은행의 핵심부서로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은행들은 디지털 관련 부서를 따로 그룹화해서 사업들을 추진해왔는데, 디지털을 경영전략이나 영업추진 등과 떼어두고 생각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디지털 유관 부서에 힘이 실리고 있다.

▲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부서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돌풍으로 저마다 디지털을 강조하는 가운데, 디지털 부서의 내실을 다지면서 은행의 핵심부서로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기존 ‘스마트금융그룹’을 디지털 전략 및 신기술 테스트 베드(Test Bed)와 플랫폼사업 등을 담당하는 ‘디지털금융그룹’으로 재편했다. 또, 디지털금융그룹 산하에 디지털전략부를 신설해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고, 빅데이터, AI, IoT,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적용한 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 기존의 스마트금융부는 ‘디지털금융부’로 명칭을 변경해 비대면채널 운영 및 마케팅에 집중하게 된다. ‘스마트’라는 용어를 은행권에서 더 이상 쓰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통상 조직개편은 연말이나 연초에 났었는데, 변화가 빠른 ‘디지털’ 관련 부서다보니 시기에 상관없는 조직개편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전략기획부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서 빅데이터, AI, IoT 등 신기술이 금융사업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며 “‘디지털전략부’라는 부서를 신설해 유관부서에서 하던 디지털 금융 관련 업무를 한 곳에 모아서 같이 하는 집중화 전략을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초 신설한 ‘디지털뱅킹그룹’을 1년 만에 해체하고 산하 부서를 기존 그룹에 편입시키거나 새로운 부서로 따로 만들었다. 디지털뱅킹그룹 안에 있던 써니뱅크 사업부가 영업기획그룹으로 옮겨지면서 써니뱅크 사업본부로 격상됐다. 써니뱅크 사업부와 마찬가지로 디지털뱅킹그룹 산하에 있던 디지털운영부, 스마트고객센터, 스마트금융센터는 영업기획그룹의 디지털금융본부로 묶였다.

신한은행이 써니뱅크 사업본부를 영업기획그룹으로 재편한 것은 좀 더 고객영업과 밀접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만들고자 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써니뱅크 사업부’라는 이름으로 디지털뱅킹그룹에 있었을 때는 은행 채널, 현장에 대한 감이 없어 영업현장에서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조직개편을 통해 현장의 의견과 은행을 이끌어가는 영업전략 등을 고려해 상품 및 서비스의 출시가 가능하게 됐다”며 “영업전략 및 영업현장과 관련된 부서들은 영업기획그룹으로 편입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렇게 개편이 되면서 좀 더 고객 중심의 서비스와 상품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 신한은행의 설명이다. 그 예가 이번 달 초 출시된 ‘써니 전월세대출’이다. 전세나 반전세 고객에게 전·월세 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으로, 부동산 중개사를 통해 임대차계약 체결 후 계약금으로 보증금의 5% 이상을 납입한 뒤 은행 방문 없이 써니뱅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앱이 너무 많다’는 고객들의 불만에 앱 효율화를 위해 신한S뱅크, 써니뱅크 등 메인 앱으로 흡수하려는 시도도 이 부서에서 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의 초기 사업모델을 설계한 조영서 전 베인앤드컴퍼니 금융대표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금융권에서는 조 본부장을 영입한 것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경영 목표 중 하나인 ‘디지털 전환’을 맡기기 위해서인 것으로 봤다. 조 본부장은 지난 2011년 신한은행의 디지털 사업모델 관련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모바일뱅킹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은행들이 디지털 강화를 외치는 것이 기존 은행권의 공통된 숙제가 됐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의 디지털 금융부서를 핵심부서로 자리잡게 해 은행에서도 특히 이들 부서 관련해서는 조직개편 등에서 빠른 대응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서연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