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할 사람도 줄었는데"… 청년층에 거세지는 고용 한파

2월 취업자 수 31만2000명 증가 매출 500대 기업 절반 이상 "상반기 채용 없거나 계획 미정"

2023-03-16     김호진 기자
청년층 취업자 수 감소는 결과적으로 국가 위기를 뜻한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보다 31만2000명 늘며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 202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인구 감소와 경제 불황 등 경기 둔화의 영향이 고용시장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올해도 경제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용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청년 취업자 수가 크게 줄어들었는데, 한층 더 좁아진 취업 문에 청년들의 고민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16일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2만5000명 감소한 385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2월(-14만2000명)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자 4개월 연속 감소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감소하기 시작했고 11월 -5000명, 12월 -2만5000명, 올해 1월 -5만1000명을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20~24세가 -7만3000명으로 감소 폭이 가장 컸고, 25~29세는 -2만1000명, 15~19세는 -3만1000명으로 뒤를 이었다.

취업자 수 감소 여파로 전체 청년층 고용률은 지난해보다 0.4%p(포인트) 하락한 45.5%로 나타났다. 25~29세는 청년층 중 고용률이 유일하게 올랐지만, 15~19세와 20~24세는 각각 1.3%p, 0.9%p씩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고용률이 최고치를 찍었는데 그와 비교해 지금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면서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둔화하고 있는 부분은 경기 영향권 안에 조금씩 들어오는 게 아닐까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기 둔화를 우려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절반 이상인 54.8%가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거나 채용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채용하지 않겠다’는 기업은 15%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9배 늘었다.

전경련은 고물가와 고금리, 공급망 불안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 침체가 길어질 조짐이 보이면서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규 채용을 축소하거나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제활동의 허리를 담당하는 청년층의 취업자 수 감소는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은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오는 2040년이 되면 2852만명으로, 2060년에는 2066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2020년 생산연령인구가 3738만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이미 편성된 일자리 사업을 앞당겨 집행하는 등 고용 상황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청년층 취업자 수가 전년도 큰 폭의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 및 인구 감소, 경기 둔화 등으로 감소했다"며 "청년, 여성, 고령자 등 고용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 방안을 마련·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