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노동자 잇단 퇴사에 흔들리는 ‘K-급식’…“교육당국이 노동환경 개선해야”

퇴사자 중 ‘자발적 퇴사’ 비율 55.8%…“충원 미달로 일손 구하기도 어려워” 1인당 식수인원 150명 “대체인력 부족해 병가도 못내…배치기준 개선해야”

2023-04-23     박수연 기자
강득구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부 대책 촉구 공동 기자회견./ 강득구 의원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지난 3년간 학교급식노동자 중 퇴직자만 1만 4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교육당국의 유의미한 식수인원 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교급식 노동자 중 퇴직자의 절반은 자발적 중도 퇴사를 선택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0년 40.2% 수준이었던 자발적 퇴사자 비율은 △2021년 45.7% △2022년 55.8%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세종 84.8% △충남 78.0% △경기 67.7% 순으로 많았다.

특히 입사 직후인 ‘입사 6개월 이내 퇴사자 수’ 역시 급격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20년 23.8%(316명) 였던 비율은 2022년 36.6%(1104명)로 늘었다.

급식노동자들의 퇴사로 급식실의 일손이 부족해지고 있지만 신규채용 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2023년 17개 시도교육청의 신규 채용공고 이후 지원이 미달한 경우를 취합한 결과 미달률 평균 21.7%로 집계됐다.

신규채용 미달률이 높은 곳은 부산(48.8%)과 충남(45.1%) 등으로 나타났다. 강원 지역의 경우 조리실무사 6명을 채용하고자 했지만 6명 전원 미달로 채용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학교급식노동자들은 이와 같은 학교급식노동자들의 퇴사와 충원 미달이 열악한 노동환경과 극심한 노동강도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 18일 강득구 의원의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경숙 전국교육공부직본부 부본부장은 “급식 노동자 1인당 식수 인원이 과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노동자 인원수 대비 식수 인원은 약 150명에 달한다. 이는 서울대병원 등 주요 공공기관의 조리 인력 1명당 급식인원이 65명인 것과 비교하면 약 2배 수준이다.

앞서 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의원들이 학교급식종사자의 1인당 식수 인원이 타 공공기관 급식시설 대비 2~3배 수준임을 지적한 바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1인당 식수인원은 시도교육청별로 마련된 ‘배치기준’에 의해 정해지는 만큼 교육당국에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러한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

정 부본부장은 “이 열악한 배치기준은 발암물질인 조리흄의 1인당 노출 빈도를 높일 뿐 아니라, 근골격계질환이나 찔림과 베임, 화상, 넘어짐 등 각종 산업재해 빈도를 높이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올해까지도 전체 규모 수준에서 유의미한 배치기준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열악한 노동환경에 따라 폐암을 판정받는 급식노동자도 늘어가는 추세다. 14개 시도교육청의 학교 급식 종사자 중 32%는 폐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급식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중간 결과에 따르면 급식종사자 2만4065명 중 31명이 폐암 확진을 받았다. ‘폐암 의심’ 또는 ‘매우의심’인 종사자는 139명이며 ‘양성결정‧경계성결절’ 등 이상소견을 보인 종사자는 6772명에 달했다.

최혜정 인천지부 부지부장은 “주변에서도 ‘학교급식실에서 일하면서 골병든다’, ‘급식에서 일하면 폐암 걸린다’ 라고들 한다”며 “어렵사리 버티며 일하는 노동자들은 오랜 기간 고강도의 일을 하다 보니, 어깨가 아프고 잘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대체인력이 없어 병가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도 힘들지만 웃으며 일하고 싶다. 학생들에게도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더 버티기 어려워 한명, 두 명 떠나가는 급식실에서 조금이라도 원만하게 일할 수 있도록 인당 식수인원 완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강득구 의원은 “학교급식종사자들의 희생으로 쌓아 올린 ‘K-급식’이 기반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교육당국이 현장의 위험과 불합리한 처우를 방치하고 있으니 당연한 귀결”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