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왼쪽)이 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글렌다박 기자] 정부는 4대 의료 정책을 발표했다. 그것은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원격 의료 시행)이다. 이 정책에 반발한 의료진은 일선 의료현장에서 한꺼번에 벗어나 집단행동에 나섰다. 졸업을 앞둔 의대생 3000여 명 중 91%에 해당하는 2700여 명은 국가고시에 응시하지 않았다. 내년 의사 수련의의 공백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국 종합병원의 전공의가 파업에 돌입하고, 교수를 꿈꾸는 전임의가, 공무원 신분의 의사가, 꿈과 안정성을 박차고 사표를 던졌다. 수십에서 수천만 원의 수입을 포기한 개원가 의사와 병원장이 파업에 참가했다. 여러 대학병원 교수진 역시 성명서를 내고 집단행동에 참가했다. 의·정간 대립 사이 그 어느 곳도 팽팽하게 물러서지 않고 그들은 한 달이 넘게 줄다리기를 했다.

4일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독단으로 민주당과의 합의하였다. 소식을 들은 전공의들은 서명식을 막기 위해 스크럼을 만들어 온몸으로 막았지만 서명식은 이루어졌다. 이 ‘날치기’ 서명에 파업에 참가한 의사들은 피눈물을 쏟았다. 현재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협회 소속 의사들은 ‘합의 무효’를 주장하며 의사, 특히 전공의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지 않은 최대집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4대 의료 정책 중 가장 화두로 떠오르는 건 ‘공공의대 설립’이다. 공공의대의 주요 목적은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국립공공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인원은 10년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공공보건의료기관, 즉, ‘지방’에서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 격차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우리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 환자는 지방에 살아도 서울의 병원을 선호한다

전북 익산에서 가정의학과 개원의로 환자를 만나고 있는 김수연(여, 42세, 가명) 선생은 “전북엔 국립대인 전북대병원을 비롯해 전북우리병원, 익산성모병원 등 크고 작은 종합병원이 얼마든지 있지만, 개원의에게 방문하는 환자들은 서울의 일명 ‘빅5’ 병원에 방문하기 위해 진단서를 발급을 원한다.”라고 밝혔다. 익명을 자처한 모 교수는 “지방에도 매우 훌륭하고 실력 있는 의사들이 포진해있지만, KTX가 생긴 이후, 지방의 환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으며, 그들은 서울로 향했다. 오죽하면 SRT를 ‘Suseo Rapid Train’이 아니라 ‘Samsung Rapid Train’(‘삼성병원 직행열차’)이라고 부른다.”라고 밝혔다.

SRT 정류장 앞에는 심지어 삼성서울병원 전용 셔틀버스가 운행될 정도이다. 이것은 지방의 수많은 환자가 거점의 병원과는 상관없이 서울의 병원, 그리고 명망 있는 교수를 직접 찾아 나선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달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증원 반대 목소리를 드높였다. /연합뉴스

◆ 우리나라 사회는 ‘학벌’을 중시한다

‘SKY’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병원에서 수련의, 전공의 과정을 마친 뒤 신경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여 고향인 강원도 원주로 돌아간 이정민 선생(남, 37세, 가명)이 개원을 준비하며 인테리어 공사 중 가장 먼저 설치한 것은 다름 아닌 모교의 로고 간판이다. 2년 전 개원한 그는 매일 왼쪽 가슴에 큼직하게 출신 대학 로고가 새겨진 하얀 의사 가운을 입고 진료를 본다. 원주 시내에서 그는 소문난 의사이다. 실력 좋고, 친절한, 그리고 무엇보다 ‘SKY 출신 의사’로.

이정민 선생은 “환아의 어머님이나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종종 ‘이곳이 **대 선생님 계신 곳 맞지요.’ 물으며 방문하는 때도 있다. 일명 ‘맘 카페’를 통해 실력이나 경력과는 무관하게 ‘이 지역에 SKY 출신 의사가 있다’며 소문이 나는 것이다.”라며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의 병폐, 그러나 그를 통해 자신이 받는 혜택을 소개했다. 아직 우리나라는 ‘학연’, ‘지연’, ‘혈연’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법을 지키지 않으면 그에 합당한 죗값을 치르면 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1일, 공식 SNS에 ‘의사 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세요’라는 제목으로 문제 4개를 제시했다. 이 내용의 1번 질문은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 둘 중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 문항은 ‘ⓐ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 ⓑ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 등으로 이뤄져 현직 의사들은 ‘전교 1등 출신 우수한 인재’ 그리고 공공의대 출신들은 ‘수준 이하의 의료인력’으로 깎아내리는 모양새였기에 누리꾼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해당 게시글은 얼마 있지 않아 수정 되었지만,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 둘 중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 ‘? 마취 후 성폭행 하는 의사, ? 리베이트 받아먹고 대리 수술 맡기는 의사, ? 의료 사고로 환자가 여러 번 사망했지만, 여전히 면허 유지하는 의사, ? 풀컨디션 최대집’ 등의 내용으로 만들어진 패러디 물이 쏟아졌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어느 직종에서든 범법행위가 자행되며 이러한 행위를 하는 인물이 적발될 시에는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이런 몇몇 의사 때문에 수만, 수십만의 의사의 신성하고 투철한 직업 정신이 매도되고 비난받는 것 또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 그리하여

의사는 그 어떤 직군과 비교해 특별한 직군이다. 전문의가 되기까지 대학 학과 과정과 수련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실력이 좋은 의사, 성실한 의사, 그리고 윤리적인 의사. 우리는 그런 의사를 원한다. 현재 대학교수 일부도 집단행동에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어느 시선에서 보면 정부가 발표한 4대 정책에서 피해를 볼 인물이 아니다. 이들이 나섰을 땐 우리도 정부의 정책에 대해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글렌다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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