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탁 변호사.

[한스경제=글렌다박 기자] 살아가며 원치 않는 뉴스를 보면서 일종의 스트레스와 때에 따라서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각종 사건 사고. 그중 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며 모든 시민의 시선을 사로잡고, 두드러지는 극명함으로 다가오는 사건들도 있다. 피의자 이름만으로도 모두에게 각인되는 사건들이 있다. 예를 들면 성범죄자 조두순이 그러하며, 살인죄 등으로 오는 11월 대법원 상고심을 앞둔 고유정, 연쇄살인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유영철, 정남규 (2009년 옥사) 등이 그러하다. 언제나 모두가 비난하며 손가락질할 때 유일하게 이들을 변호하는 이가 있다. 바로 ‘국선전담변호사’(혹은 ‘국선변호인’)이다.

◆ 국선전담변호사 vs 국선변호인

자주 헷갈리는 ‘변호사’와 ‘변호인’의 호칭은 지위와 직업의 차이이다. 변호’인’은 형사 소송에서의 지위이며, 변호‘사’는 ‘직업’을 뜻한다. 즉, 국선변호‘사’가 아닌 국선변호’인’과 국선 전담변호‘사’가 맞는 표현이다. 국선 변호인 선발 과정은 법원에서 각 지방변호사회에 국선변호인 지원변호사의 추천을 의뢰하면 각 지방변호사회에서는 국선변호인에 지원하는 변호사의 신청을 받아 지원자 명단을 법원에 통보하고, 법원은 지원자 가운데 국선 변호인을 지정하여 지정된 국선 변호인에게 사건을 배당하게 된다.

국선 변호인과 달리 국선 전담 변호사는 법원의 관할 구역 안에 사무실을 두거나, 혹은 두게 될 예정인 변호사가 지원할 수 있다. 국선 전담 변호사는 해당 법원의 형사사건만 전담으로 맡을 수 있으며, 변호사의 관할 구역 법원이 2년마다 국선 전담 변호사를 재지정하고 있다. ‘국선 변호인’과 ‘국선전담변호사’의 차이는 국선 변호인은 사선 변호사를 병행하면서 국선 변호인으로서 사건을 배당받으면 국선 변호인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반면, 국선 전담 변호사는 유료상담이나 민사, 가사, 행정사건 등의 업무는 할 수 없으며, 오로지 국선 변호인의 업무만 하게 된다.

앞서 조두순, 고유정, 유영철, 정남규 등 잔혹한 범죄자 모두 ‘국선’이라는 호칭을 지닌 이들의 도움을 받아 법정에서 변호했거나, 하는 중이다. 국선 변호사는 과연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는 사건을 변호하게 될 때 어떠한 느낌을 받을까?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이사이자 법률사무소 JT의 대표 변호사인 문종탁 변호사는 사선 변호를 하면서도 지방변호사회의 지원자 중 지정되어 대법원 및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국선 변호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억울했던 꼬마, ‘국선변호인’이 되다

문종탁 변호사가 특별히 국선 변호인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2학년 시절, 학교에서 문종탁 변호사가 깨지도 않은 복도의 큰 시계 깼다며 담임 선생님이 반 친구들 앞에서 자백을 강요하고 체벌을 한 사건 때문이었다.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학교에서는 강압적인 체벌이 만연했고, 1시간 동안이나 친구들 앞에서 혼나며 결국 하지도 않은 일을 억울하게 자백해야 했던 문종탁 변호사는 어린 마음에 크게 상처를 입게 되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꼬마 아이였지만 ‘내가 어른이 되면 나처럼 최소한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도와줘야겠다’라는 마음이 파릇파릇 피어나기 시작했다.

“‘억울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변호사가 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국선 변호인에 지원한 것도 있지만, 동생이 공직을 수행하는 것을 보며 오빠로서 ‘국선변호인으로 공적인 일을 해야겠다’라는 책임감도 함께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문종탁 변호사의 동생은 행정고시 재경직에 합격 후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서기관인 문종숙 팀장이다. /KBS 방송화면 캡처

문종탁 변호사는 의뢰인들의 민사, 행정, 가사 등 형사 외 타 분야 사건 상담도 하고 사건 수임 업무를 해야 하므로 형사만 담당하는 국선전담변호사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변호사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는 소신껏 모든 일에 임하는 문종탁 변호사는 특별히 사선과 국선 임무에서 차이를 두자면 그는 사선 변호사로 활동할 때는 선임료를 의뢰인이 부담하기에 경제적 능력이 있는 의뢰인을 만난다. 반면, 국선변호인은 국가에서 선임료를 부담하기에 경제적으로 힘든 의뢰인들을 도울 수 있다는 보람을 느낀다. 특히, 사선이라면 만날 수 없는 의뢰인을 만날 수 있는 매력도 있다고 말한다.

◆ 국선변호인 선임 제도

사회를 뒤흔든 중범죄자들의 재판과정에서 사선 변호사들은 변호를 거부하거나 변호를 한다고 해도 승소의 여지가 없었기에 중간에 사임한 사례가 여럿 있었다. 형사소송법 제33조 등에 의거, 다음과 같은 경우에 법원은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다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 1.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영장실질심문절차에 회부된 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없을 때. 2. 피고인이 구속된 때. 미성년자인 때. 70세 이상인 때. 농아자인 때.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자인 때.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 3. 피고인의 연령, 지능, 교육정도 등을 참작하여 권리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고,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희망하지 아니한다는 명시적인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때. 4. 치료감호법상 치료감호청구사건의 경우. 5. 군사법원법이 적용되는 사건의 경우. 이렇게 국선변호인은 위 사항에 해당하는 피고인의 사건을 수임하게 된다.

다만, 피고인은 빈곤 및 그 밖의 사유로 피고인을 선임할 수 없을 때 법원에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이 정한 사유에 따르면 월평균수입 270만 원 미만,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자,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지원대상자, 『기초연금법』에 따른 기초연금 수급자, 『장애인연금법』에 따른 수급자,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호대상자인 경우로 법원은 국선변호인 담당 사건을 점점 늘리고 있는 추세이며, 국선 변호인은 법원이 선정함으로 국선변호인이 피고인을 선택할 수는 없다. 그러나 피고인은 임의적 국선변호인 선택제도에 따라 재판부별 국선변호인 예정자명부에 등재된 변호인 중에서 피고인이 원하는 변호인을 선택하여 법원에 선정을 청구할 수 있다.

국선변호인 선정제도는 사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피고인을 위하여 법원이 국가의 비용으로 변호인을 선정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변호사에게 직접 부담하는 비용은 ‘0’원이다. 국선변호인은 사건 당으로 보수를 받으며 사건 당 보수는 30만 원 내외이다. 국선변호인이 구속 변호인의 접견 수가 많거나, 변론의 참여가 많을 경우, 기록 복사비가 드는 등 변호인 사비가 쓰인 것에 대해 보수 증액 신청을 할 수 있지만, 기본 보수액은 현저히 낮기에 공익과 직업에 대한 자부심으로 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문종탁 문종숙 남매 어린 시절.

◆ 국선변호인에 대한 피고인의 불신 그리고 실망

사선 변호로 누군가는 30억 원을 로비자금으로 받았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1/10000도 안 되는 금액에 국선을 맡는다. 문종탁 변호사는 2016년 한 칼럼 기고를 통해 상고이유서 작성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는 한 피고인을 위해 1심과 2심을 거치며 억울함과 법조인에 대한 불신에 마음이 아파 최선을 다해 상고이유서를 썼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는 상고이유를 중대한 사실오인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와 양형이 심히 부당한 현저한 사유로 하고, 이마저도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10년 미만의 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라도 그는 상고심에서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며 궁극적으로 입법으로 해결해야 하며, 항소심에서는 항소이유서의 기재를 적극적으로 해주기를 바란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유는 양형부당만 다툰 항소이유서가 피고인의 억울함을 해소하기엔 전적으로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피고인을 위해 노력하지만, 힘이 빠지는 일도 있다. 한번은 1심 사건에서 피고인이 확실한 증거가 있음에도 범죄를 부인하고 무죄의 변론을 해 달라고 종용하였다. 이 경우 법원은 피고인이 뉘우치는 마음이 없다고 하여 형량을 감경하지 않고 가중처벌을 한다. 그렇기에 문종탁 변호사는 피고인을 여러 번 설득 해보았으나, 피고인은 오히려 거짓 변론을 요구하였고, 결국 그는 변호인과 피고인 간의 신뢰가 깨졌다고 보고 법원에 사건에 대한 국선변호인 사임신청을 하였다. 문종탁 변호사에게는 아직도 매우 씁쓸한 기억으로 국선변호인에 대한 회의가 들었고 그는 그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떠나 마음을 내려놓고 봉사활동에 나섰다.

2015년 법무부 법교육 강사로 초등학생들에게 법윤리 교육 당시.

◆ 그래도 희망이 있기에 그는 오늘도 국선변호를 한다

엊그제는 문종탁 변호사 어머니의 칠순 생신이었다. 그리고 그날 오전에도 그는 국선 변호 사건 변론을 하였다. 이번 사건의 피고인은 정신질환이 있어 ‘처벌’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피고인이었다. 피고인은 이번 사건 직전에도 실형으로 감옥에 다녀왔고, 출소 후 같은 범죄를 저질러 누범으로 계속해서 가혹한 형량으로 수감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정신질환이 있는 피고인에게 그전 변호인들은 ‘정신감정’ 신청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정신감정 신청을 하게 되면 재판과정은 자연스럽게 길어지고 힘들어지므로 국선 ‘전담’ 변호사들조차 이런 피고인에 대해 정신감정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문종탁 변호사는 담당 판사에게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을 신청하였고, ‘피고인은 심신상실로 무죄이나, 치료감호가 필요하므로 유일하게 권한이 있는 검사가 치료감호신청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검사는 치료감호신청을 거부하였고, 그는 형벌이 최고 원칙인 책임주의에 따라 심신상실에 따른 무죄를 주장했다. 국선변호인의 보수는 매우 열악하기에 사선 사건과 병행하는 국선변호인에게 최선을 다하는 변론을 기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이유는 국선변호인 신청제도가 남용되었기 때문이다.

피고인은 본인 책임에 따라 피고인이 본인 자비로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법원은 오히려 사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피고인에게도 신청이 있으면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주었다. 국가의 예산은 한정적이므로 늘어나는 국선변호인 사건에서 국선변호인의 보수는 비현실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일부 국선변호인은 변론에 충실하게 할 수 없고 ‘자백을 강요한다’라는 오명까지 받고 있다며 문종탁 변호사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정말로 국선변호인이 필요한 힘들고 억울한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이 제대로 된 조력을 받을 기회를 주고, 대신 사선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피고인에게는 국선변호인 신청을 허락하지 않으면 국선변호인의 보수도 현실화되고 국선변호인의 취지를 살리는 일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문종탁 변호사는 국선변호를 하며 힘들 때마다 최선을 다해 변론하여 억울한 피고인에게 도움을 주고, 사건에서 경제적으로 힘든 피고인이 벌금형에도 집행유예의 판결을 끌어낸 순간을 기억하며 위안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렇게 도왔던 피고인에게 받은 편지들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지금도 가끔 꺼내보곤 한다.

안 문종탁 변호사가 피고인에게 받은 편지들.

◆ 변호사의 사명 vs 사회의 질서

국선변호사는 모든 피고인은 법정에서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기에 피고인의 권리가 지켜지길 바라는 직업의 사명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은 죗값을 달게 받고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으며 사회의 질서가 지켜지길 바라는 것 역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문종탁 변호사가 형사사건의 피의자를 변호하며 겪는 딜레마는 무엇일까?

피고인이 변호 받을 권리는 헌법상의 권리이고 가장 낮은 곳의 인권 수준이 그 나라 인권의 수준이므로 심지어 중범죄자라도 그 과정에 억울한 점이 있다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변호를 받을 권리는 있고 변호사는 힘들지만 그런 사람을 위해서라도 변호는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문종탁 변호사는 주장한다. 물론, 변호사가 죄를 저지른 피해자를 무죄라고 주장하거나, 적절한 형량에 반대하지 않는다. 억울한 피고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심히 가혹한 형벌에 대해서는 변론을 통해 형벌의 최고 원칙인 책임주의에 따라 정당한 변호로 적정한 형벌을 위해 감형을 주장하는 것이다. 문종탁 변호사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의 이야기를 예로 들며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빵을 훔쳤다고 심한 징역형을 선고받는데 그런 것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라며 선을 긋는다.

문종탁 변호사는 검사는 최선을 다해 수사, 기소, 공판에서 피고인의 죄를 입증하여 정의를 지키고, 변호사는 최선을 다해 헌법상 권리인 변호사의 조력 받을 권리를 지킨다면, 판사는 올바르고 정의로운 판결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 점은 헤겔의 변증법, 정반합과도 유사하여 인류가 만든 최선의 선택이 현재까지는 검사의 ‘기소’와 변호사의 ‘변론’ 마지막으로 판사의 ‘판결’이라 생각한다.

“변호사는 피고인을 변호하는 사람입니다. 저의 동료 중 검사분들도 계시지만 검사는 정의를 추구하지요. 마치 영화의 원작인 웹툰 ‘신과 함께’의 진기한 변호사가 한 대사 같지만, 제가 크리스천이기도 하고, 제 적성에는 차가운 정의보다 따뜻한 용서가 더 맞는 것 같습니다.”

글렌다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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