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선수촌 국가대표 팀닥터 김세준(오른쪽) 주치의가 2018 평창올림픽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딴 윤성빈과 포즈를 취했다. /김세준 주치의 제공

[한스경제=글렌다박 기자] 전쟁 중에도 열렸던 올림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례 없던 전염병으로 인해 2020년 도쿄 올림픽이 1년 미뤄졌다. 그로 인한 후폭풍은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에게까지 다가왔다. 특히 작년 말,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장인 진천선수촌이 문을 닫음으로 인해 34개 종목 970여 명의 선수들이 퇴촌하게 되면서 선수들은 동년 11월 재입촌하기까지 약 7개월간 비대면 훈련을 했다. 올림픽 개최 예정인 2021년이 되었지만 재입촌하여 훈련하거나 비대면으로 훈련하는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 누구도 불안한 마음은 감출 수 없다. 여러 종목에서 제도가 바뀌며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이 재개최 되는 현상이 발생하여 어느 선수는 재도전의 기회를 얻었지만 다른 선수는 기회가 박탈 당할 처지에 놓였으며, 올림픽 개최 연도가 연기되며 마지막으로 이룰 수 있는 꿈이라고 생각했던 병역의 의무, 학업, 육아 등을 이행 또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났다. 진천선수촌 팀닥터 정형외과 주치의인 김세준 선생은 이러한 악재 속에서 훈련을 이어가는 선수들과 같이 먹고 자며,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지원하며 독려하는 수많은 이들 중 한 명이다.

◆ 짜릿한 ‘스포츠의학’만의 매력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손에 꼽히는 스포츠의학을 공부한 정형외과 전문의인 김세준 선생이지만 고교 시절의 그의 꿈은 ‘의사’와 전혀 거리가 멀었다. 어려서부터 막연히 법대 진학을 꿈꾸며 서울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해 문과(영어과)를 졸업했다. 뚜렷한 목표 의식 없이 즐겁게 지낸 고교 졸업 후, 그의 진로에 대한 고민은 재수하며 다니던 재수학원에서 첫 모의고사를 본 다음부터 시작되었다.

“너무 공부는 하기 싫은데 사법고시 도전은 못 하겠고, 다만, ‘의대를 입학해서 의사가 되지 못했다’라는 이야기는 그때까지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 막연히 ‘공부를 그만하고 싶다’라는 어린 마음에 의과대학에 교차 지원하였습니다. 입학하니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김세준 선생은 문과 출신으로 고신대 의과대학에 입학해 험난한 의대 생활을 보냈다. 본과 실습생 그리고 수련의 시절 그는 일반외과, 흉부외과, 그리고 응급의학과가 가장 멋지다고 느꼈다. 그러나 의과대학 6년도 학부도 힘들었거니와 이 세 전공에 대해 가장 부담스럽게 다가온 부분은 ‘미래가 불투명하고 절망적인 환자에게 위안을 주고 동행하는 것’이었다. 무거운 진단을 환자에게 알리고, 생사를 오가는 위중한 수술을 하고, 부담감과 압박 속에 잠을 청하지 못하는 삶을 매일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기가 망설여졌다. 그렇게 전공 선택을 앞두고 고민하는 그의 앞에 병원 앞 편의점, 식당, 오락실에서 있는 환자들이 눈에 띄었다. 분명 같은 외과 분야 환자들인데 말이다. 김세준 선생에겐 정형외과 환자들은 수술 후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가며 회복이 빨라서 의사가 환자에게 온전한 건강을 돌려주는 비율이 제일 높아 보였다. 물론 이 또한 시간이 지나 그가 그저 우연히 단면만 보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로 인해 현 전공인 정형외과를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 김세준 선생은 정형외과, 그중에서도 그의 전문인 스포츠의학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스포츠의학의 매력은 ‘치료한다’라는 차원을 넘어 ‘완전히 건강하고 질 높은 삶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 ‘재활’을 공부하다 ‘팀닥터’ 되기까지

김세준 선생에게 분당제생병원에서 했던 정형외과 전공의 과정 4년의 기억은 ‘힘들다’라는 기억뿐이다. 외래, 수술실, 응급실, 병동을 24시간 오가며 쪽잠을 자야 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환자가 수술 후 외래로 내원하면 불편한 곳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활치료로 이어지기가 어렵고 소염제를 한 달 어치나 처방하는 때도 많았다. 그는 환자가 수술 후엔 어떤 경과를 가지는지, 꾸준히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재활하면 얼마 만에 좋아지는지 등이 알고 싶었다. 그런 맥락에서 생각했을 때 병원 시스템은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정형외과와 많은 차이가 있었고, 당시 국내 의료수가로는 그가 원하는 진료환경을 갖춘 곳이 드물었다.

언론을 통해 프로 선수들이 재활을 위해 해외로 떠난다는 것을 인상 깊게 본 김세준 선생은 본격적으로 스포츠 재활에 대해 알아보다가 해외 스포츠 재활 의료진 중 정형외과 전문의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군의관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정형외과 전임의 과정에 부임하기 전, 카타르에서 3박 4일의 일정으로 개최된 IOC (국제올림픽위원회) 팀닥터과정 (Advanced Team Physician Course)에 참가하였다. 강의는 부상예방, 비수술적 치료, 수술 후 체계적인 재활의 기초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고, 국내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내용이었기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국에서는 그 시절 스포츠의학 교수 대부분과 의사 등 20여 명이 함께 참가하였고 그중에는 당시 태릉선수촌에서 근무하던 의사도 있었다. 같은 분야 전문가들이 이롭고 흥미로운 의견을 공유하며 3일은 빠르게 지났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선수촌에서 ‘상근 주치의’를 채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김세준 선생은 자발적으로 대한체육회 인사부에 이메일을 보냈다.

“‘미리 준비된 사람이니 언제든 불러주시라’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바로 불러주시지는 않았고, 2년 정도 후에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게 되었어요.”

IOC에서의 3박 4일간의 팀닥터 과정을 수료한 이후, 김세준 선생은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전임의를 거쳐 센텀정형외과신경외과의원 정형외과 과장을 역임한 뒤 2016년 8월, 대한체육회에 정식으로 입사해 ‘진천선수촌 메디컬센터의 전문의’이자 ‘국가대표 선수촌 팀닥터 정형외과 주치의’로서의 첫걸음을 시작했다.

펜싱 국가대표 박상영(왼쪽)과 부상 예방 프로그램 홍보 사진 촬영에 임한 모습. /김세준 주치의 제공

◆ 국가대표 선수촌과 스포츠의과학 프로그램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와 같이 진천선수촌에서 생활하는 김세준 선생의 일과는 오전 9시에 시작한다. 일반적인 종합병원이나 개원가의 병원과 같은 시간에 진료를 시작하여 오후 6시에 끝이 난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진료를 보며 야간이나 주말진료, 당직은 없다. 진료 인원이 적을 때는 주치의 1명당 1~20명, 많을 때는 4~60명, 최대 입촌 시 60~80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종합병원이나 개원가 병원에 비하면 편한 진료환경일 수도 있지만, 진료시간이 길고, 치료를 위한 회의나, 주사, 시술 등이 많으면 훨씬 힘든 날들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초진으로 방문한 환자는 평균 20분의 시간을 들여 진료를 본다. 종목 특성, 부상 기전 등을 꼼꼼히 살피고 선수 부상 장면 영상을 함께 모니터한 뒤 진단이 애매할 경우, 다른 전공 전문의와 함께 진료하거나 경기장에 초고속 카메라를 설치하고 영상분석팀의 자료를 받기도 한다. 선수의 치료 및 재활에 세부적인 계획이 필요할 경우, 의사-치료사-환자 거기에 때로는 코치까지 합세해 어떤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한다. 부상 기전이 잘 이해되지 않는 경우엔 치료사와 함께 경기장에 며칠씩 있기도 하고, 낯이나 밤마다 스포츠의학 관련 논문을 찾아본다.

현재 진천선수촌 메디컬센터에는 정형외과 전문의 2명, 재활의학과 전문의 1명, 가정의학과 전문의 1명이 있다. 주치의 대비 적절한 수의 환자를 전담해 진료하고 있기에 경기장에 가거나 치료 및 재활 계획을 세우더라도 진료에 큰 공백이 생기지 않고 환자(선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주치의와 환자 모두에게 좋은 점이다. 이런 시스템을 거쳐 올라간 선수들의 역량은 국제 대회에서 결과로 나온다. 이를 주목한 수많은 외신이 한국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 비결에 대해 궁금해하며, 얼마 전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역시 특집기사를 요청해왔다.

“동·하계 매 올림픽마다 10위권 안의 성적을 내는 나라가 드뭅니다. 국가대표 선수촌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규모의 집촌훈련시설입니다. 국가에서도 지속적 관심과 투자를 해왔으며, 대한체육회에서도 스포츠의과학 역량을 올리기 위해 수년간 지속적 투자를 해왔습니다.”

2020년엔 부상 예방 프로그램 운영 및 확산을 위한 IOC 기금을 대한체육회가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의과학 주제로는 최초였으며, 부상예방 프로그램 운영의 기법을 인정받은 사례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대한체육회는 여러 종목에서 다양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몇 가지 소개하자면, 양궁의 활 장력 조절 시스템은 한국만이 보유한 한국 국가대표팀의 오랜 기법과 기술력의 결과이다. 메디컬 리포트는 3차원 동작 분석, 근력 측정 등을 포함한 것으로 분석한 결과를 즉시 선수와 지도자에게 제공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스포츠 수중 재활 시설도 국내에 몇 곳 되지 않지만, 대한체육회는 수중재활에 대한 오랜 기법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듯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국내 영양, 심리, 웨이트트레이닝 전문가와 IOC 연구소, 카이스트, 한국전자전기통신연구원 등 여러 기관의 전문가가 함께 협업하고 있다.

◆ 선수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주치의 결정'

김세준 선생은 연평균 2~3회 대한체육회가 관리하는 동·하계 올림픽, 유스올림픽,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소규모 대회들에 국가대표 선수단의 팀닥터로 파견된다. 그는 2017년 알마티 동계 유니버시아드, 2017년 타이페이 하계 유니버시아드, 2018년 평창 올림픽,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하계 아시안게임, 2019년 크라스노야르스크 동계 유니버시아드 등에 참가하였고, 이번 도쿄 올림픽의 주치의로 내정되어 대회를 준비 중이다. 팀닥터는 회의를 통하여 대회에 적합한 내부 및 외부 의사를 선발하며, 팀닥터는 대회 도핑규정, 현지 기후, 식수, 시차, 질병 예방 등에 대한 준비 및 선수단의 부상, 질병 파악을 완벽히 하고 있어야 한다.

선수들은 언제나 최선을 다해 경기를 준비하기 때문에 주치의로서는 엄청난 무리와 위험을 감수한 부상이 있는 상태에서 출전을 하는 때도 있다. 국제대회가 임박하게 되면 부상이 있는 선수를 위한 전담팀을 만들고 집중재활 및 치료를 하게 된다. 이미 과거 언론에 알려진 이야기지만 펜싱 플뢰레 종목 올림픽 메달리스트이자 현재는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남현희 선수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3개월 앞둔 5월경 반월상 연골 복합파열의 부상이 발생했었다. 남현희 선수는 여러 언론에서 밝혔듯 골반 통증 때문에 사투하며 마지막 대회라고 생각하고 투혼을 발휘하고 있었기에 안타까운 부상이었다. 김세준 선생은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경기력이 나올 수 없다고 빠르게 판단하여 수술을 권유했다. 남현희 선수는 수술 직후인 6월 초부터 집중 재활 후, 무리라고 생각했던 6월 말부터 방콕아시안선수권 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이어 8월 중순에 열린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결국 동메달을 획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의 마지막 대회를 함께 준비하고, 곁에서 응원할 수 있었던 경험은 주치의로서 잊을 수 없는 좋은 기억입니다.”

펜싱의 경우엔 가장 빠른 직선의 찌르기 공격인 ‘팡트’라는 독특한 자세 특성상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간다. 펜싱의 사브르 윤지수 선수도 무릎 부상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가 있다. 윤지수 선수 역시 남현희 선수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똑같은 부상인 반월상 연골판 파열이 발생했었다. 그러나 윤지수 선수의 경우 6월 초 부상을 입었기에 수술적 치료를 한다면 시기상 8월 중순 열리는 경기엔 참가하기 어려웠다. 이제훈 선수촌 물리치료실장, 윤지수 선수, 펜싱 지도자 모두 함께 상의하여 높지는 않지만, 경기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확실히 있다고 판단하여 수술하지 않고 재활치료로 대회를 준비하였고, 윤지수 선수는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세준 선생이 아시안게임 당시 가장 가슴을 졸이고 지켜본 선수이기도 했다. 주치의이자 팀탁터로서 같은 대회, 같은 종목, 같은 부상 입은 두 명의 다른 국가대표 선수에게 다른 결정을 내려서 최선의 결과를 본 사례이다.

“주치의의 결정은 최선을 다해 달려온 선수의 의욕을 절망으로 바꿔버리기도 하고, 절망에 빠진 선수에게 응원이 되어서 메달로 이어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남현희 선수처럼 수술 받고 한 달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대회를 나가 메달을 획득하고 오거나 만성 부상을 잘 관리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전담팀에 메달을 걸어주며 인사를 할 때 선택한 ‘주치의’ 그리고 ‘팀닥터’라는 진로에 대해 다시 한 번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 주치의는 선수의 혹사 혹은 보호, 그 사이를 매일 같이 걷고 있는 직업이다. 그만큼 선수 가까이에 있어 선수와 지도자에게 비난을 듣기도 쉽지만 같은 목표를 위해 걷고 있는 동료의 존재이기도 하다.

“바깥 병원에서 해결되지 않던 문제를 저희가 해결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의료진의 실력 차이라기 보다는 선수들의 금전적 그리고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치 않아 지속해서 치료받을 수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만성 부상을 지녔던 선수가 회복할 때마다 정말 행복합니다.”

◆ 부상 방지를 위한 최고의 방법은 ‘예방’

김세준 선생이 선수촌의 주치의로서 꼽은 최고의 장점은 ‘시스템 + 장비 + 최고 전문가’이다. 의사라고 해도 환자의 부상 당일에 진료를 보고 선수, 트레이너, 코치가 정보와 종목특성을 1:1 과외 형식으로 상세히 설명을 해주고 매일 같이 경과를 지켜보다가 회복하는 과정까지 보는 경험은 매우 드물다. 그것을 지난 5년간 반복하면서 김세준 선생은 정말 많은 진료와 치료, 재활의 기법을 습득하며 쌓을 수 있었다. 환자가 수술이 필요한 경우엔 국내 분야 최고의 권위자와 전문가에게 의뢰를 하고 수술 후 선수촌으로 돌아와 재활하게 된다. 그렇게 여러 다양한 분야의 최고 권위자들과 프로그램을 공유하며 진료하다 보면 국내 어디에도 없는 최고의 병원에서 수련을 한 기분이 절로 들기 마련이다. 선수도 진료비 부담 없고, 최고 수준의 진료/치료 장비가 완비되어 있으니 어느 의사라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다. 또한,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며, 고민 상담도 하며, 운동도 배우니 나날이 젊어지는 느낌은 덤이다.

선수들은 주말이면 대부분 외박이나 외출을 나간다. 김세준 선생도 마찬가지다. 김세준 선생의 집은 제주도에 있다. 진료가 없는 주말마다 김세준 선생은 비행기를 탄다. 두 딸이 있는 집의 가장으로서 주 중에 아버지가 없는 부재를 채워주기 위해 1분을 더 소중히 아내와 딸들과 함께 보낸다. 그 바쁜 와중에도 그는 대한체육회 입사 후 2016년에서 2018년까지 IOC에서 스포츠의학 학위(2년 과정)를 이수했다. 이후 곧바로 2019년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석사과정에 입학해 이번 달에 학위 수여를 앞두고 있다. 쉼 없이 학업의 끈을 놓지 않고 달려온 김세준 선생이다.

“저는 ‘실용주의자’입니다. 학문을 통해 직접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고 보람된다고 생각해요.”

주중엔 진료를 보고, 주말엔 제주도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에 석사학위 진학을 마음 먹는 게 쉽지 않았다. 또한, 실용주의자인 김세준 선생에게 의료인으로 활동하는데 필요한 실용적인 도움의 확신이 부족했었다. 그러나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되며 환자에게 옛 지식으로 의도치 않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직업이 의사이다. 김세준 선생은 팔을 걷어 올렸다. 주 중에 제주에 가지 않을 때 공부하고 학교 수업에 참가하고, 논문은 오래 고민해온 주제가 있어 비교적 쉽게 작성할 수 있었다. 그의 석사학위 졸업 논문 주제는 “슬관절 불안정성과 전방십자인대 부상과의 연관성 - 2차원 비디오 영상분석을 통한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의 동적 슬관절 불안정성 분석”이다.

그의 이런 임상과 학업의 배경이 더해지니 그는 선수들의 습관과 행동만 보아도 일부 부상을 예측할 수가 있다. 김세준 선생이 선수촌에서 가장 많이 보는 질병은 과사용에 의한 만성 건염이 압도적이다. 종목별로 호발되는 진단명이 있는데 유도는 깃을 잡기 때문에 손가락 인대 부상이 치료가 매우 힘들다. 펜싱은 앞서 언급한 팡트 자세 때문에 무릎과 햄스트링의 부상이 잦고, 수영은 어깨 근육은 발달했지만 견갑골이 회전하여 발생하는 충돌증후군이 자주 발생한다. 김세준 선생의 강점은 종목명, 부상 경위, 훈련량 등을 듣고 종목 관련된 질문들을 통해 경험적으로 진단범위를 압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상 후 회복은 시간도, 경기력도 너무 큰 손실입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부상예방운동(준비운동, 정리운동)을 습관화해야 합니다.”

국가대표 주치의이자 스포츠의학 전문의로서 김세준 선생이 특별히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공공기관의 의료진으로서 환자들이 공감할 수 있고, 쉽게 할 수 있는 운동 및 치료법을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환자에게 ‘근력을 키워야 한다’라고 김세준 선생은 자주 처방을 한다. 그런데 선수가 아닌 일반인이 그저 한마디의 말로 ‘근력을 키워야 한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막연하고 막막할 뿐이다. 통증이 심한데 운동을 하기는 어렵고, 근력이 어느 정도 향상이 되어야 하는지, 운동하고 다시 내원하면 얼마나 근력이 향상되었는지 의사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근력 운동은 엄청난 인내가 있어야 하는데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 환자 대부분은 운동을 포기하고 다시 약물에 의존하거나 치료를 받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진천선수촌의 경우 근력 처방 시, 최초 근력을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하고, 예를 들면 “20% 강화”와 같이 목표를 설정하고, 환자의 통증을 배려하여 훈련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재평가해주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있다. 김세준 선생은 완벽하지는 않아도 고가의 전문 장비 없이 일반 병원에서도 선수촌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그것을 정형외과 전문의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그의 바람은 그가 연구한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최대한 개선도 되고, 많이 보급되어 환자들이 만족하는 재활도 경험하고 완치도 하는 것이다.

부상에 대한 최대한의 ‘예방’ 또한 ‘예방’이다. 다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상예방운동을 주 2~3회 6~8주 정도 꾸준히 하면 부상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정확한 자세로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고 있는 부상예방프로그램이 없다면 IOC에서 배포하는 ‘Get Set’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안드로이드와 ios에서 각각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현재 노르웨이 개발팀과 한국어판을 업그레이드 베타테스트 중이며, 이른 시일 안 쉽게 사용하는 앱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있다.

김세준 선생은 이 ‘Get Set’ IOC 부상예방프로그램에 2016년부터 참여하며 선수촌 선생님들과 함께 한글 버전을 제작하고, 국내 엘리트 스포츠 및 학교 체육 교과 수업 등에 알리는 노력을 해왔다. 2018년 평창 올림픽 당시 대통령 보고를 드리는 계기도 만들고, 올림픽 당시 부스를 제작하여 홍보도 하였다. 이외에도 의료정보는 일반인에게는 어렵고,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국가대표로 입촌한 선수들이 선수촌 밖 동료들의 고민을 대신 물어보는 경우도 매우 많다. 그래서 뜻이 맞는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이 협업을 제안하여 “펩톡메드”(Pep Talk: 전·후반 사이 라커룸에서 감독이 선수들에게 불어 넣어주는 말/스포츠현장에서 기운을 북돋워 주고 격려하는 멘트)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국가대표 주치의로서 근 5년간 가장 많이 들어왔던 질문들을 바탕으로 최대한 이해하기 쉽고 지루하지 않게 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수촌 수중운동치료실에서 이제훈 물리치료실장과 운동 지도를 하고 있다. /김세준 주치의 제공

◆ 최고의 스포츠클리닉 설립을 위하여

작년 진천선수촌이 문을 닫았던 3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김세준 선생을 비롯한 선수촌의 주치의들은 재택근무제도를 운영하여 평균 주 3일을 근무하였다. 선수가 없는 진료실에서 반 년간을 운영하면서 실로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 선수들이 밖에서 훈련량이 줄며 몸도 회복하고, 병원도 꾸준히 갈 줄로 예상했지만, 훈련량이 딱히 줄지 않았으며, 진료 접근성이나 진료비의 문제로 치료횟수가 오히려 줄어든 경우도 많았다. 선수들에겐 김세준 선생이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주치의이다 보니 카톡방이 항상 열 개 이상 열려있었다. 그때 그는 ‘집촌훈련’의 장단점을 피부로 느꼈다. 인프라를 집중해서 선수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 기간 내 앞서 소개한 부상예방 확산 목적의 IOC 기금을 취득하였고, 국내 대한체육회 운영 클럽 스포츠 및 해외 한국지도자, 외국팀에 관련 서비스를 발송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는 이뿐 아니라 IOC 팀닥터 과정 및 IOC 스포츠의학 학회에 매년 참가하고 있다. 주치의 외 수행해야 하는 대외적 업무도 많다. IOC 기금유치 등을 위한 스포츠의학 사업도 진행하고 있으며, 카타르 aspetar, 일본 JISS, 요코하마 스포츠메디컬센터, 노르웨이 OSTRC 등에 출장을 떠나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하는 역할도 한다. 또한, 한국전자전기통신연구원, 카이스트 등과 협력하여 선수 경기력 향상을 위한 국책사업을 신청하고 운영하고 있다. 강의 활동도 활발하게 하는데, 대한체육회가 전국으로 운영하는 클럽 스포츠에서 온·오프라인을 통해 부상예방 강의를 하며, 국내 스포츠의학 학회, 선수트레이너협회, 물리치료학회, 그 외 여러 대학, 병원 등에서 스포츠의학 강의를 하고 있다.

김세준 선생의 가까운 현재의 목표는 두 가지 이다. 첫 번째는 선수촌 주치의이자 대한스포츠의학회 총무이사로서 생활체육, 클럽 스포츠, 학교체육에 스포츠의학을 확산하는 것이다. 그 일환에 있어 시간을 내기 어렵지만, 여러 뜻이 있는 지인들이 함께하는 만큼 “펩톡메드” (Peptalk Med)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많은 분이 부상 없이 쉽고 재미있게 배워서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다. 또 다른 목표 또한 스포츠의학에 관한 것이다. 작년 요코하마스포츠메디컬센터에서 “스포츠 재활”이라는 책을 출간하였는데 스포츠의학에 처음 입문하였거나, 관련 센터를 운영하고 싶은 트레이너, 물리치료사, 의사 등에게 권하고 싶은 명저이기에 일본 측에 요청하여 이제훈 선수촌 물리치료실장과 함께 현재 번역 및 감수 과정에 있다. 그는 올해 봄에 출간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의료인이 실용 스포츠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입문하고, 더욱 쉽게 진입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세준 선생은 언젠가 한국에서 외국처럼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스포츠클리닉을 설립하는 것을 꿈꾼다. 스포츠클리닉은 운동하지 않는 일반 환자가 수술한 경우에도 재활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클리닉의 회복 목표가 건강의 회복이 아닌 최선의 경기력에 맞춰져 있으므로 지향점이 다르고, ‘아프지 않다’가 아니라 ‘건강한 운동할 수 있는 회복’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는 의사-치료사의 다학제가 완벽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다양한 질환, 다양한 연령대에 대한 치료 프로토콜, 병원 지속해서 내원하기 어려운 환자를 위한 ‘홈 훈련 프로그램’, 최신 의학 지견의 습득이 모두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그는 오랜 시간 다양한 분야의 여러 인원과 이러한 프로토콜을 준비하며 점차 완성해나가고 있다. 한국 의료제도에 맞추어 많은 인원이 선수촌 메디컬센터 수준의 서비스를 비용의 부담을 줄이고 이용하고 있으며, 비수술적 치료로 건강한 삶을 찾는 클리닉 설립을 지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은 오는 7월 23일 개최될 예정이다. 김세준 선생은 내정된 팀닥터로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도쿄의 경우 40도 가까이 오르는 덥고 습한 기후, 선수들의 방사능 노출 가능성에 대한 검토,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대책 및 일본 입국 시 필요한 예방접종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기에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여러 기관이 다각도로 안정성에 대한 검토를 하는 중이다. 얼마 전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각국 팀닥터를 대상으로 화상회의를 통해 대책을 보고했다. 그리고 오늘도 김세준 선생은 선수촌에서 환자인 선수를 만나고 있다. 올림픽에서 환자로 만난 선수가 메달을 딸 때 함께 웃을 날을 고대하며.

글렌다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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