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
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

예상대로 대통령선거 후보 1, 2차 토론에서 대장동은 뜨거운 쟁점이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두 차례 토론에서 대장동과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연관지었다. 그는 사업 추진 당시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했고, 대장동 개발사업을 설계했다고 언급한 점을 들어 공세를 퍼부었다. 화천대유가 막대한 수익금을 챙길 수 있도록 이 후보가 묵인 내지는 공조했다며 수익금 향방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에둘러 말했지만 사실상 이 후보를 몸통으로 지목한 것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기 전까지는 정치적 공세이자 의혹 제기에 불과하지만 지지부진한 검찰 수사는 갖가지 억측을 낳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정치공세 이면에 자리한 상식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조각만 조합해도 상식은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와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 곽상도 전 의원 아들, 박영수 전 특검 딸을 묶으면 야당 공세와는 다른 합리적 해석도 가능하다. 세 가지를 연결하면 야당 공세를 액면 그대로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우선 화천대유는 유력 인사들에게 50억원씩을 주는 ‘50억원 클럽’을 설계했다. 또 5년차 31살짜리 직원에게 퇴직금 50억원을 지급했고, 3년차 여직원에게는 회사 돈 11억원을 빌려줬다. 하나 같이 일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막대한 돈을 받거나 빌린 직원은 공교롭게도 ‘50억원 클럽’에 언급된 곽 전 의원 아들과 박 전 특검 딸이다. 이들은 정상 절차를 밟았다고 하지만 하나씩 짚어보면 상식에서 크게 벗어났다. 법원은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알선수재와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들었다. 검찰은 곽 전 의원 아들이 받은 50억원(실제 수령액 25억원)을 뇌물로 보고 있다.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성사시켜준 대가로 받았다는 것이다. 아들 곽씨는 성과금과 위로금 퇴직금을 포함한 돈이라고 했지만 ‘50억원 클럽’과 일치하는데다 입사 5년차 직장인 퇴직금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박 전 특검 딸이 화천대유에서 빌린 11억원도 개운치 않다. 박 전 특검 측은 “가정에서 필요에 따라 차용증을 작성하고 정상적으로 대출받은 돈”이라고 했다. 딸 박씨는 2016년 8월 입사해 연봉 6000여만원을 받다 지난해 9월 퇴사했다. 화천대유는 2019년 9월 3억원, 2020년 2월 2억원, 4월 1억원, 7월 2억원, 2021년 2월 3억원 등 3년간 모두 5차례에 걸쳐 박씨 계좌에 11억원을 송금했다. 화천대유는 회계장부에 회사 돈을 단기간 빌려주는 가지급금으로 표기했다. 5차례에 걸쳐 가정 문제로 회사 돈 11억원을 빌리는 게 일상적인지 의문이 남는다.

김만배‧정영학 녹취록에는 유력 인사들에게 50억원씩 나눠 주는 대화가 나온다. 곽 전 의원과 박 전 특검 외에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이 대상이다. 떡 나누듯 50억원을 입에 올리는 걸 보면 마피아 집단을 연상케 한다. 이들은 국민의힘 집권 당시 힘 있는 법조계와 언론계 인사였다. 권 전 대법관은 이재명 성남시장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정황상 화천대유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방패막이로 삼기 위해 ‘50억원 클럽’을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곽 전 의원 구속과 박 전 특검 딸은 심증을 뒷받침하고 있다.

5년차 직장인이 퇴직금 50억원을 받고, 3년차 직장인이 회사 돈 11억원을 빌릴 수 있다는 걸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없다. 곽 전 의원조차 “무슨 이유로 이만한 돈을 준 것인지 알아볼 기회가 없어 나도 궁금하다”고 했다. 자신도 믿기 어려운데 국민들보고 믿으라고 한다면 민망한 노릇이다. 국민들은 아들과 딸을 통해 돈을 받은 건 아닌 지 의심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종합하면 국민의힘 주장과도 다소 거리가 멀다. 대장동에서 재미를 본 사람들은 여당보다 야당과 가까운 이들이 많다. 여론은 여야를 떠나 부패 실체가 밝혀지길 기대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검찰은 검찰 수사가 국민 상식보다 못하다는 비판을 새겨야 한다. 상식은 합리적 인식이 쌓인 결과물이다. 누구나 수긍하고 이해할 수 있는 평균적인 기준 선이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상식은 단순하다. 큰돈을 번 전주(錢主)가 유력 인사를 거명하며 50억원씩 나눠주겠다고 했다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또 이들의 아들딸이 석연치 않은 방식으로 큰돈을 받았다는 건 개연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5년차 평범한 직장인이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고, 또 수시로 회사 돈 11억원을 빌리는 것 또한 일상적이지 않다. 검찰은 상식에 답할 책임이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과 팩트 만으로도 진상을 규명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주장하는 수사 독립은 정치권력을 벗어나 상식에 부합할 때 가능하다. 선거 결과를 의식해 머뭇거린다면 검찰도 국가도 멍들 수밖에 없다.

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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