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LNG선 14척 4조원에 수주…카타르발 호황 동참
7년 적자 불러일으킨 드릴십 매각도 첫 걸음
2023년 흑자 가능, 부채비율 100%대 전망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 사진=연합뉴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삼성중공업이 카타르에서 온 낭보를 발판 삼아 턴어라운드(흑자전환)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 2015년부터 7년 연속 큰 폭의 적자에 시달려 온 삼성중공업이 올 들어 ‘희망가’를 부르고 있다. 오랜 기간 숙제였던 드릴십 매각을 조금씩 해결해나가더니 LNG선 호황과 맞물려 카타르에서 한꺼번에 4조원 규모의 수주까지 일궈냈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렵지만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24년엔 흑자로 돌아서 경영 정상화 이룰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버뮤다와 아프리카 선주로부터 LNG운반선 12척과 2척을 각각 수주했다고 알렸다. 수주 금액은 총 3억9000억원이며 지난해 삼성중공업 전체 매출액의 59%에 달한다.

앞서 이달 초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 중간지주사)이 카타르 LNG 증산 프로젝트에 따른 LNG선을 나란히 6척씩 수주할 때만 해도 삼성중공업만 여기서 예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각에선 선주였던 JP모건이 삼성중공업에 발주했던 LNG선을 취소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14척 수주를 통해 LNG선 건조에선 세계 최고 수준임을 알렸다. 선가도 척당 2800억원 안팎으로 올 들어 가파르게 상승한 국제 시세에 부합한다.

이번 수주를 통해 삼성중공업은 경영진이 추진하고 있는 내년 흑자전환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2000년대 들어 한 척당 LNG선 3∼5척 수주 효과와 맞먹는 드릴십(석유시추선)을 팔아 새 전성기를 앞뒀으나 2014년 ‘아랍의 봄’ 이후 국제유가가 곤두박질치면서 드릴십 선주의 파산 혹은 인도 거부로 깊은 수렁에 빠졌다. 5척의 드릴십이 재고로 남아 큰 폭의 재고자산평가손실을 장부에 기록하게 됐고, 매년 수백억원의 드릴십 유지 비용까지 떠안았다.

2015년 9616억원의 영업손실을 찍으며 흑자 시대를 마감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조3120억원에 달했으며, 자본잠식 우려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엔 기존 보통주와 우선주의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무상감자를 실시한 뒤 1조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다행히 올 들어 반등을 시작하고 있어 내년부턴 9년 만의 흑자 시대를 맞지 않겠느냐는 게 시장의 견해다.

드릴십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는 넘어야 채산성이 맞아 선주 입장에서도 인수할 동기부여가 생기는데 국제 정세 변화로 올 들어 유가가 100달러 이상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드릴십 한 척을 매각해 4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고, 남은 드릴십 4척의 추가 매각 불씨도 살려놨다.

이에 더해 이번 LNG선을 괜찮은 가격에 대량 수주함에 따라 향후 수년간 매출 확대를 이익 증가로 연결시킬 길을 닦았다. 부채비율 역시 올 1분기 204.6%에서 더 내려가 100%대로 3년 만에 재진입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삼성중공업 내년 실적 컨센서를 300억∼500억원으로 바꾸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밝힐 순 없지만 다들 카타르에서 온 수주라고 여기는 것 같다"며 이번 LNG선을 주문한 버뮤다와 아프리카 선사들이 카타르 LNG 증산 프로젝트와 연관 있음을 사실상 시사한 뒤 "선주들과 협의를 하다보니 (14척을) 한꺼번에 발표하게 됐다"며 국내 조선업계에 불어닥친 LNG선 호황의 리더임을 알렸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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