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년 연속 영업적자
현금 줄고 빚 늘고
일동제약 본사. /일동제약 제공
일동제약 본사. /일동제약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일동제약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R&D(연구개발) 투자를 단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적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금이 줄줄이 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채비율이 200%를 넘기면서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동제약의 지난해 R&D 투자 비용은 1251억원으로 전년 1082억원과 비교해 16% 늘었다. 매출에 차지하는 19.7%로 투자 규모와 비율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일동제약의 R&D 투자 비율은 상장 제약사 중 가장 높다. 업계에서 R&D 투자를 대표하는 대웅제약과 한미약품이 각각 17.3%, 13.4%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동제약 신약개발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동제약은 기업분할 후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R&D 투자를 꾸준히 늘렸다. 2017년 400억원대에서 이듬해 500억원대로 올랐고, 2020년 700억원대로 뛰었다. 이어 2021년부터 1000억원을 넘겼다.

R&D 투자가 증가하면서 파이프라인도 함께 늘었다. 총 9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했으며, 3개는 임상 단계에 진입했다. 2형 당뇨병 치료신약 ‘IDG16177’는 독일에서, NASH(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 ‘ID19031166’은 미국에서,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ID120040002’는 국내에서 각각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한 먹는 코로나치료제 ‘조코바’는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업계 안팎에선 상반기 중 허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 함께 안구건조증 치료제 ‘ID1104103995’를 비롯해 파킨슨병 치료제 ‘ID119010338’, 간경변 치료제 ‘ID119050134’ 등도 자체 개발하고 있다.

R&D 투자가 늘어난 반면, 2년 연속 영업적자가 발생하면서 재무구조에 경고등이 켜졌다. 일동제약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735억원으로 전년 555억원에서 적자가 확대됐다. 

또한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535억원으로 전년 -114억원에서 5배 가까이 확대됐다. OCF는 기업이 주요 수익창출활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현금의 유출입을 말한다.

아울러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21억원으로, 전년 1356억원에 절반도 못 미쳤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31%에 달했다. 통상 100% 이하를 표준비율로 보고 있다. 다만 지난 2021년 342%과 비교하면 110%포인트 넘게 떨어진 수치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일동제약 오너 3세 윤웅섭 대표이사 부회장은 실적과 재무구조 악화에도 불구하고 R&D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지난 24일 열린 일동제약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없이는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며 “신약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지속과 함께 전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부회장은 실적 개선도 함께 이루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합리적인 자원 분배와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수익성 증대에도 역점을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동제약은 한국-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방한한 인도네시아 보건부 관계자들과 별도 미팅을 갖고 만성질환계 복합제를 비롯해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용한 원료와 제품 등, 현지 진출 전략 및 상업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뿐만 아니라 일동제약의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 설명하면서 기술수출 가능성을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조코바는 올 하반기 출시될 가능성이 높지만, 매출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R&D와 실적 두 마리를 토끼를 잡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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