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공격적 R&D 투자' 공통점
영업·포트폴리오·네트워크 강화 기대
한미약품, 부광약품 사옥 전경. /각사 제공
한미약품, 부광약품 사옥 전경. /각사 제공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에서 주요 관심사 중 하나로 '부광약품'이 떠오른 가운데, 연구개발(R&D)과 영업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OCI그룹은 바이오 분야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지난 2022년 부광약품을 인수했다. 자금력이 탄탄한 OCI그룹 편입에 거는 기대가 컸지만, 부광약품은 지난해 매출 1259억원, 영업손실 375억원, 당기순손실 344억원을 기록해 주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 같은 불똥은 한미그룹과의 통합에 튀었고, 일각에서는 "사업이 중복되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부광약품 적자에 대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이미 체질을 개선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경영목표로 삼고 있어 올해부터는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부광약품, R&D에 진심…외골수 기질

부광약품의 실적 부진의 원인은 R&D 비용이다. 실제로 R&D 투자 비용은 2021년 272억원, 2022년 294억원, 지난해 39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에서 31%으로 크게 확대됐다. 

한미그룹 역시 '외골수 기질이 대단한 전문가 집단'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통틀어 R&D에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이다. 

한미약품의 R&D 투자 비용은 2021년 1615억원, 2022년 1779억원, 지난해 205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제약 빅5(유한양행·종근당·한미약품·대웅제약·GC녹십자) 중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결'은 같지만 '방향'은 달라

한미약품과 부광약품은 'R&D에 진심'이라는 결은 같지만 파이프라인에서 차이를 보인다.

부광약품은 자회사 콘테라파마에서 개발 중인 파킨슨병 신약 'JM-101'의 임상 2상을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 중이다. 또한 지난해 11월까지 전립선암 치료제인 'SOL-804'의 국내 임상 1상을 진행했다. 세포 항암치료제인 CAR-T 치료제 개발을 위해 비임상을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부광약품은 부진한 의약품 사업과 유통업체 정리를 통해 현금성 자산 1329억원을 마련했고, 유통마진도 2%대로 줄였다. 

무엇보다 조현병 치료의 블록버스터 약품인 '라투다'를 올해 하반기부터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에 매출에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보유하고 있는 7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2개까지 정리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복합신약 '아모잘탄 패밀리' '로수젯' 등 국내 톱티어 수준의 원외처방 품목을 개발한 경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호중구감소증 치료 바이오신약 '롤론티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정식 허가를 획득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성장 중이다. 

이와 함께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비만 프로젝트인 'H.O.P(Hanmi Obesity Pipeline)'를 진행 중이다. 개발이 가장 빠른 물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다. 지난해 8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제출했고, 10월 승인 후 2개월여 만에 첫 환자 등록을 마쳤다. 차세대 삼중작용제 'HM15275'도 개발 중이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2023년 60억달러(약 7조 8000억원)에서 2030년 1000억달러(약 13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내달 5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에서 업계 최다 기록인 10개의 신규 연구과제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처럼 신약 파이프라인이 직접적으로 겹치지 않기 때문에 신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된다.

부광약품, 한미 영업력 올라탈까

부광약품의 경우 가장 약점으로 꼽힌 영업력 보완도 가능해진다. 이미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영업통'으로 잘 알려진 우기석 대표를 선임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아직 완료되진 않았지만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으로 발생할 시너지가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이와 함께 한미그룹과 OCI그룹 통합 이후 ▲부광약품 도입 신약을 한미그룹 영업력을 활용해 판매 ▲부광약품의 연구개발 자회사와 투자 벤처들과의 협업 ▲풍부한 자금 조달 ▲연구협업 등이 제시되고 있다.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실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OCI와 부광약품이 이미 투자한 부분에 한미약품이 참여한다면 시너지가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그동안 수많은 임상을 진행하며 얻은 인사이트(통찰력)들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미그룹은 국내 톱티어 수준의 영업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내수 시장에 집중됐다. 만약 통합이 성사된다면 OCI그룹이 보유한 풍부한 네트워크를 활용, 글로벌 영토를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지난 25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회사의 내수와 글로벌 시장 비중은 최종적으로 2:3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부광약품도 한미그룹과 마찬가지로 R&D 투자가 적극적이라는 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바가 크다"며 "하지만 아직 OCI그룹과의 통합 과정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만큼, 주주총회를 잘 마무리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