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롯데·쌍용·현대 등 원자재·인건비 상승으로 급등한 공사비 증액 요청
발주처 KT 물가변동 배제 특약 이유로 거부…갈등 해소방안 마땅치 않아 
지난해 10월 31일 진행된  경기 판교 KT 신사옥 공사비 갈등 규탄 시위 (사진=쌍용건설)
지난해 10월 31일 진행된  경기 판교 KT 신사옥 공사비 갈등 규탄 시위 (사진=쌍용건설)

[한스경제=문용균 기자] 통신 대기업인 KT와 대형 건설사들 간의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원자재 가격 등 인상분을 공사비에 반영해 달라고 주장하지만 발주처인 KT는 물가가 올라도 공사비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근거로 증액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결론이 나온다 하더라도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KT는 롯데건설, 쌍용건설, 한신공영, 현대건설 등과 공사비 갈등을 빚고 있다. 먼저 서울 광진구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시공을 맡아 공사를 진행 중인 롯데건설은 발주처인 KT에 1000억원대의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지만 이를 받지 못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급등으로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KT 측에 알렸으나, KT 측은 ‘물가 변동 배제 특약’에 따라 공사비 증액 지급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양1구역 재개발은 KT가 보유하고 있던 옛 전화국 부지 일대 50만5178㎡에 광진구청 청사와 구의회, 보건소, 호텔, 공동주택 등을 짓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1조원이 넘은 초대형 프로젝트다. 지난해 청약 경쟁률 98대 1을 기록한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1063가구)도 포함돼 있다.

주목할 점은 이 사업장엔 롯데건설 외에도 200여개의 하도급 업체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중 일부 업체는 비용 부담으로 공사를 중간에 포기했고 3개월 가까이 공사가 중단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준공이 늦어질 경우 지체상금과 책임준공확약에 따른 막대한 채무인수 부담은 모두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감당해야 한다.

쌍용건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지난해 4월 완공한 KT 판교 신사옥 관련 공사비 초과분을 놓고 KT와 분쟁 중이다. 2020년 계약 체결 당시보다 원가가 크게 오른 만큼 공사비를 171억원 증액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KT가 답변을 내놓지 않자 지난해 10월 31일 쌍용건설은 KT 판교 신사옥 현장에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항의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대형건설사가 대기업 발주처를 상대로 장외시위에 나선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달 12일에도 광화문 사옥 앞에서 2차 시위를 벌일 계획이었지만 KT 측이 협상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 시위는 연기된 상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현재까지 변동된 사항은 없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한신공영은 부산초량오피스텔 개발사업과 관련해 140억원 증액을, 현대건설은 서울 광화문 사옥 리모델링 공사 관련 300억원을 증액 요청했지만 KT는 모두 거부했다.  

쌍용건설, 한신공영, 현대건설 또한 롯데건설과 마찬가지로 계약 당시 어쩔 수 없이 작성한 ‘물가 변동 배제 특약’에 발목을 잡혔다. 이 특약은 물가가 상승해도 공사비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은 불공정한 관행”이라면서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쌍용건설, 한신공영, 현대건설 등은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 상태나 위원회에서 조정안을 권고하더라도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KT가 돌아서지 않는 한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 전문가는 “건설산업기본법 등 공사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은 사실 쉽지 않다”면서 “계약자유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대의 목소리가 분명 나올 것이기 때문에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하려면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로썬 정부 입장에서도 ‘물가 상승분을 반영 해줘라’ 수준의 권고가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 개정은 공익적 측면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는 점도 국회의원들이 선뜻 발의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는 “KT 최고 결정권자가 특별한 사항이라 판단하고 공사비를 올려준다고 결정해도 이사회에서 배임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면서 “사기업인 KT에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의사결정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조합과 건설사와의 관계는 조정의 여지가 있으나 법인과 법인간의 계약은 쉽게 풀리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만약 법정 싸움까지 간다고 해도 건설사들이 패소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건설사와 KT간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문용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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