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
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

ESG(환경·사회·거버넌스)가 시대 흐름으로 부상했다. 1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ESG 경영 우수 지방자치단체를 격려하는 자리는 ESG가 기업경영을 넘어 지방자치단체 운영에까지 깊숙이 파고들었음을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 ESG는 기업경영이나 투자를 결정하는 경제적 관점에서만 주목됐다. ESG행복경제연구소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한스경제는 ESG를 공공분야로 확대함으로써 시대 변화를 선도했다. 선정된 17개 지자체는 ESG에 기반해 행정체계를 혁신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에 다가서는 노력을 인정받았다.

ESG행복연구소가 평가 대상으로 삼은 기초단체는 226개였다. 권역별 종합대상자로 선정된 지자체는 11개. △세종특별자치시(광역) △양천구(서울) △기장군(부산) △달서구(대구) △연수구(인천) △울주군(울산) △원주시(강원) △계룡시(충남) △옥천군(충북) △해남군(전남) △창원시(경남)가 주인공이다. 또 △양구군(강원) △구로구(서울) △구례군(전남)은 사회부문 최우수상, 성동구(서울)는 거버넌스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충남 서산시는 충청남도 15개 시·군 가운데 환경 부문 1위를 차지, 환경혁신 분야 특별상을 받았다. 경기 연천군은 비무장지대(DMZ) 탄소중립 특구 조성을 제안해 선진행정 분야 특별상을 수상했다.

양천구청은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기초자치단체를 통틀어 종합평점 1위를 차지했다. 선정된 지자체 모두는 환경과 사회적 가치 실현, 건강한 지배구조라는 ESG 가치에 부합하는 행정을 펼쳤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ESG 경영은 자본시장과 기업경영을 뛰어넘어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으며 일상생활에서도 중요한 가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비롯된 기후위기와 사회 양극화는 자본주의 위기로 이어지면서 ESG 경영은 성장을 넘어 생존을 위한 시대정신이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사회적 책임과 가치 창출이라는 점에서 ESG 경영은 지방행정과 밀접하다. 나아가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과 국가균형발전에도 중요하다. ESG를 사회 전반으로 확대하고 새로운 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있어 지방자치단체 역할은 절대적이다. 기초단체 입장에서 ESG는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ESG 경영은 어느새 우리 곁에 왔다. EU는 2023년부터 탄소 배출 정도에 따라 탄소 국경세를 부과한다. 글로벌 투자기관들도 ESG를 ‘투자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 네덜란드 연기금은 자국 내 대기업 10곳에 대해 탄소 감축 방안을 촉구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국내 주식에 투자한 돈은 156조6000억원(6.24%)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투자를 결정할 때 ESG 요소를 기준으로 한다. 2015년 ESG 평가 모형을 마련한 뒤 2017년부터 국내주식 투자의사 결정에 ESG 요소를 반영하고 있다. 김용진 국민연금 이사장은 “투자대상 기업을 대상으로 1년에 두 차례 ESG 평가를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ESG 평가등급이 D인 경우 초과 편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역주민과 최 접점에 있는 지방자치단체 또한 ESG 경영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사실 ESG 경영은 공동체와 미래 세대를 생각하는 핵심 가치다. 지난해 지구촌은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을 겪었다. 가뭄과 한파, 게릴라성 호우, 이상고온, 산불 등 헤아릴 수 없는 기후재앙을 반복했다. 인류는 그동안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급격한 산업화를 이뤘지만 이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재앙으로 돌아왔다.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을 넘어서면 지구는 고위험지대로 들어선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지구가 배출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15ppm다. 과학자들이 설정한 임계점까지는 불과 35ppm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결국 ESG경영은 예상되는 파멸로부터 공동체를 지키고 미래 생명에 대해 책임지는 행위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혼자만 행복할 수 없다는 진리를 일깨웠다. 내가 건강하려면 상대가 건강해야하고 내가 안전하려면 상대도 안전해야 한다는 당연한 공동체 의식을 환기시켰다. 대전환 시대, ESG 경영은 물줄기를 바꾸는 시대정신이다. 정순표 한스경제 대표는 “아직은 지구를 건강하게 되돌릴 기회가 남아있다. 자치단체들이 앞장서 환경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을 염두에 두고 ESG 행정을 펼친다면 파멸을 피할 수 있다”며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또한 “ESG 영역이 공공분야로 확대되면서 지방정부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달성하기 위해 시장영역과 정부 및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영역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협업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지방정부도 ESG로 가는 길은 힘들어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잊지 말자.

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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