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뽀글머리에 촌스러운 화장, 땡땡이 치마에 화려한 액세서리까지. 자칫 과해 보일 수 있는 캐릭터가 임화영을 만나 빛을 발했다. 여느 드라마 여주인공보다 예뻐 보인 건 왜일까. 임화영은 종영극 ‘김과장’에서 다방 종업원 출신 오광숙을 연기하며 비타민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과장’은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가장 큰 수혜자는 임화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쏟아지는 관심에 들 뜰만도 한데 여전히 겸손했다. 수십 매체의 인터뷰를 돌고 왔는데도 에너지가 넘쳤다. 마치 오광숙이 화면을 뚫고 나온 듯 했다.

“에이~난 진짜 수혜자가 아니다. 배우들과 스텝들의 합이 정말 좋았다. 김과장’은 좋은 사람들을 남겨준 드라마다. 실제론 애교도 없다. 광숙이를 연기하고 나서 나도 모르게 애교가 생겼다. 평상시에는 화장을 잘 안 해서 다들 못 알아본다(웃음).”

오광숙이 인기를 끈 데는 “꽈장님~”이라고 부르는 특유의 콧소리가 한 몫 했다. 오디션에서도 이러한 매력을 십분 살려내 캐스팅될 수 있었다. 광숙이의 트레이드마크인 뽀글머리는 가발이 아닌 임화영의 실제 머리였다. 매일 3시간씩 한 올 한 올 마는 노력이 더해졌다. “엉덩이는 살짝 아팠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평상시 전혀 꾸미지 않고 다녀서 더 그랬던 것 같다”고 웃었다.

이러한 노력 덕분 일까. ‘김과장’은 이영애의 SBS ‘사임당, 빛의 일기’를 꺾고 당당히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어록도 생겨 열풍을 일으켰다. 임화영은 “첫 촬영을 남궁민 선배와 같이 했다.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방송이 시작되고 시청률 1위에 오르자 현장 분위기가 따따블로 좋아졌다. NG가 나도 싱글벙글이었다. 밤샘 촬영에 대기시간도 긴데 서로 농담 주고 받으면서 으쌰으쌰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꽝숙이의 분량이 줄어든 게 사실. TQ그룹 사원 선상태(김선호)와 러브라인도 살짝 보여줘 아쉬움이 컸다. “광숙이 분량 좀 늘려달라”는 시청자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오히려 임화영은 “난 정말 욕심이 없었다. 상태와 로맨스도 과하지 않아서 좋았다. 마지막에 상태가 광숙이에게 ‘자기’라고 부르지 않냐. 작가님이랑 감독님이 열린 결말로 끝내줘서 만족한다. 분량 욕심도 정말 없다”고 겸손해했다.

임화영은 질문에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똑같은 질문에 수십 번 답하기 힘들 법도 한데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러한 마음은 연기하면서도 그대로 투영된 것 같았다. “광숙이 캐릭터가 극에 정말 잘 녹아 들었다”고 하자 임화영은 갑자기 눈물을 글썽였다. “감동 받았다. 바로 내가 원했던 것”이라며 “작품을 할 때 잘 보이거나 튀기보다 캐릭터 안에 녹아 들고 싶다. ‘김과장’ 촬영하면서 ‘어때? 너무 튀지 않았어? 상대방이랑 잘 녹아 들었어?’ 계속 물었다. 안 그러면 혼자 벽에 공 던지는 거랑 똑같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오광숙 캐릭터가 사랑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시청자 반응이 궁금할 법도 한데 일부러 챙겨보지 않는단다. “댓글을 보면 그 안에 갇히게 될 것 같기 때문”이라고. “다들 댓글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밤새서 보게 된다고 하더라. 담배와 같단다. 내가 나온 기사는 매니저가 캡처해서 보내준다. 댓글을 안 보는걸 알아서 그렇다. 댓글에는 좋은 말도 많지만 많이 보면 얽매이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심지어“포털 사이트에 내 이름도 검색을 안 한다. 궁금한데도 참는다. ‘김과장’ 찍기 전에는 검색해봤다. 무플이 더 상처인 것 같다”고 했다.

임화영은 상대배우 복이 많다. ‘김과장’에선 남궁민, 영화‘어느 날’에선 김남길과 호흡을 맞췄다. 둘 중 누구와 호흡이 더 좋았을까 궁금해졌다. “두 사람의 매력은 확실히 다르다. 처음에 두 분을 봤을 때 많이 떨렸다. 남궁민 선배가 꽝숙이를 같이 끌고 가줘서 감사했다. 정말 성룡으로서 광숙이를 대해줬다. 김남길 선배는 나쁜 남자일 것 같은데 옆집 오빠처럼 편안했다. 정말 재미있다.”

임화영은 ‘김과장’으로 한 번에 뜬 벼락스타가 아니다. 2009년 데뷔, 10여 년간 무명 기간을 거쳐 대중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작품이 없을 땐 소속사에 말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든 시기를 견뎠다. 임화영은 이러한 시간을 값지게 여겼다. “역할 크거나 작은 거 상관없이 오디션을 보면서 열심히 길을 닦았다. 데뷔한지 그렇게 오래된 줄은 몰랐다. 물론 주인공 욕심은 누구나 있다. 그런데 작품에서 주ㆍ조연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주인공 같다. ‘여기선 내가 주인공인 거야!’라는 마음이다.”

사진=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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