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불한당)은 범죄영화다. 한국 영화계에서 범람하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영화는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와 신참 현수(임시완)의 의리와 배신을 담는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인만큼 거칠고 투박하지만 섬세한 감정선이 흐르는 게 기존 범죄 영화와의 차별점이다.

‘불한당’은 재호와 현수가 교도소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으로 막을 올린다. 현수는 어머니의 신장 이식을 조건으로 교도소에 몰래 잠입한 경찰이다. 재호는 교도소 안에서 담배사업을 벌이며 ‘왕’으로 군림한다. 현수는 재호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목숨을 잃을 뻔한 재호를 구하며 단짝이 된다. 출소 후에도 두 사람은 함께 마약 사업을 하며 세력을 확장하고, 재호는 조직 내 1인자가 된다. 하지만 좋은 시절도 한 때. 현수는 재호가 과거 엄청난 짓을 벌였다는 걸 알게 되고 결국 둘 사이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대략적인 내용만 봤을 때는 흔한 범죄 영화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범죄조직, 언더커버, 마약 등 기존 범죄영화에서 숱하게 쓰인 소재들이 어쩔 수 없이 쓰였으나 장르적인 피로도는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장면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 미장센이 화면을 보는 즐거움을 준다. 마치 만화를 보는 듯 오락적인 액션 신도 ‘불한당’만의 매력이다. 재호는 싸움을 할 때마다 이소룡 같은 소리를 내는데, 이 역시 영화의 무게감을 덜어내는 요소로 작용된다.

그 흔한 ‘브로맨스’ 역시 마치 한 편의 멜로를 보는 듯하다. 여리여리한 외모의 현수를 친동생 이상으로 챙기는 재호의 모습이 단면적인 예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버림 받은 재호와 경찰조직으로부터 버림 받은 현수가 서로에게 애틋함을 느끼는 모습은 브로맨스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영화는 믿음과 배신이라는 감정을 극대화한다. 현수를 아끼면서도 의심의 끈을 놓지 않는 재호, 그런 재호를 배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현수, 재호를 동료 이상으로 동경하는 병갑(김희원)의 감정 변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설경구와 임시완의 케미 역시 나무랄 데가 없다. 설경구는 기존의 ‘마초’ 이미지에 오락적인 면모를 캐릭터에 불어넣었고, 임시완은 거친 남성미와 함께 극에 달한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또 재호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지는 병갑을 연기한 김희원은 웃음과 애잔함을 동시에 준다. 흔한 범죄영화를 흔하지 않게 표현한 변성현 감독의 독특한 연출 역시 단연 눈에 띈다. 러닝타임 120분. 17일 개봉.

사진='불한당' 포스터 및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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