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보험사들의 여직원 근속연수가 남직원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여전한 유리천장과 고용 불안이 여풍을 흔들고 있다.

전체 직원 중 절반 가량이 여성임에도 여성 임원은 극히 드물고, 여직원들은 하급 직무에 몰려있는 실정이다. 공정한 근로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여성 직원들의 이탈이 꾸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여직원의 선택에 의한 사직이라고 항변했지만 업계의 불공정한 환경이 여직원들을 내몰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18개 보험사 중 여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남직원에 미치지 못하는 보험사가 15곳이었고, 보험사 여직원과 남직원의 평균임금 차이는 1.7배에 달했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11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주요 18개 보험사 중 여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남직원에 미치지 못하는 보험사가 15곳에 달했다. 여직원 근속연수가 남직원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동부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을 제외하더라도 13곳의 보험사가 남녀 근속연수의 편중이 컸다.

DGB생명은 여직원의 근속연수가 남직원의 절반을 겨우 넘겼다. DGB생명이 2014년 신청을 받았던 희망퇴직이 원인으로 꼽혔지만, 실제 DGB생명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해 이탈한 100명의 직원 중 남직원이 56명, 여직원이 44명이었다.

여직원들의 근무 환경과 근로 안정성이 여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보험사는 남자의 평균 임금(1억842만원)은 여자(6,471만원) 평균 임금의 1.7배를 기록했다. 여직원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코리안리도 8,700만원으로 전체 보험업권의 남성 평균연봉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단순 업무’에 투입된 여성 인원이 남성 인원보다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의 전체 직원 수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이유가 차별이 없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만큼 상담사 등 단순업무의 비중이 큰 원인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험 영업지점만 보더라도 지점장은 남자가, 일반 직원은 여직원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보험사 여직원의 감소폭과 근속연수는 고객·상품 상담원 등 상담조직 직원의 감소폭과 근속연수와 밀접한 연관성을 띈다. 그만큼 여직원이 관리직보다는 계약직 상담사 등 하급 직무에 쏠려 있다는 분석이다.

또 금융권의 구조조정에서 남직원이 한 명 그만둘 때 여직원은 두 명 사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원 승진도 하늘의 별따기다. 금융권의 유리천장은 ‘콘크리트 천장’으로 불릴 만큼 견고하다.

금융권은 전체 직원 중 절반(20대 금융사 기준 47.7%)이 여성일 만큼 남녀직원 간 비중의 차이는 크지 않은 업종이다. 이중 고위직에서 여성직원의 분포도는 크게 낮아진다. 일례로 지난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의 임원은 각각 62명·56명·58명이었지만 여성 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밖의 주요 보험사들의 임원 중 여성은 없거나 최대 3명으로 비율은 모든 보험사에서 3%를 채 넘기지 못했다.

한편 여성의 근속연수가 남직원을 넘긴 보험사는 동양생명(101.0%)과 삼성생명(105.6%), 한화생명(113.5%) 등이었다. 이들 보험사는 남녀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도 10년을 넘겨 충성도가 높았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친여성적인 기업문화가 여성 근속연수를 지속시키는 긍정적 요인”이라며 “매년 노사 협의시 여성복지를 강조하고 육아휴직을 법적 규정보다 강화하는 등 여성친화적인 직원복지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복직 이후에도 회사 생활 적응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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