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지점을 방문하는 고령층 고객의 경우 ATM기 사용도 어려워하세요. 때문에 창구에서 보는 은행업무는 입·출금 같은 단순 거래나 공인인증서 갱신인 경우가 많아요. 스마트폰을 가지고 계셔도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는 사례는 거의 보지 못했어요.” (서울 소재 신한은행 영업점 행원)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 등으로 인터넷·모바일뱅킹에 더 치중하는 은행들에 ‘디지털 양극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이들의 금융 절벽을 해소할 금융 서비스를 내놓는 은행들이 많아지고 있다. 고령층 고객을 위한 전담창구를 개설하는 것은 기본이고, 전화상담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은행들이 모바일과 비대면으로 방향을 틀고 오프라인 은행 업무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고령층이나 외국인을 비롯한 금융 소외계층은 밀려났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내놓은 ‘2016년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모바일 뱅킹 이용비율은 13.7%로 2015년 4.7%에서 비교적 크게 올랐지만 여전히 10%대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비율이 낮았다. 30대의 이용률이 62.1%인 점을 고려하면 세대별 차이가 매우 크다. 

▲ 신한은행은 지난 3월부터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폰뱅킹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보이는 ARS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23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지난 3월 말 기준 활동성 고객 중 60대 이상의 비중은 16.0%다. ▲20대(15.2%) ▲30대(21.8%) ▲40대(22.3%) ▲50대(18.9%)와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가 벌어지지 않았다. 전체 거래고객이 아닌 활동성 고객으로만 따지면 오히려 20대보다도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신한은행이 고령층을 중심으로 장애인, 외국인까지 이들을 위한 눈높이 맞춤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비교적 많은 시간이 필요한 고령 상담자에 대해선 상담요청 내용 확인 후 은행에서 다시 전화하는 ‘전화올림’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어려운 은행 용어, 복잡한 금융상품 탓에 상대적으로 통화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 신한은행의 설명이다. 펀드 상담 역시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진행한다. 어려운 펀드 관련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어 고객에게 설명해주는 전담상담 인력을 배치했다.

외국인 거래 고객이 증가함에 따라 외국어 상담 서비스를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 6개 국어(영어, 일어,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몽골어)에서 러시아어, 캄보디아어, 필리핀어, 인도네시아어를 더해 10개 국어로 확대해 언어 장벽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지난 3월부터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폰뱅킹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보이는 ARS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신한은행 폰뱅킹 번호로 전화를 걸면 고객들은 편의에 따라 음성으로 안내하는 기존 ARS와 ‘보이는 ARS 서비스’를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어르신 고객, 청각장애인 고객 등 안내 멘트 청취가 어려운 고객들의 불편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은행은 65세 이상 고령층을 위해 전용번호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상담전화의 경우 안내멘트에 따라 번호를 눌러 업무를 선택해야 하지만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전용전화의 경우 안내멘트 없이 고령층 고객 상담을 위해 전문교육을 받은 상담원에게 바로 연결된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0대 이상 고객의 비율은 14.3%로, 고객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30대(21.7%)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콜센터 ARS(자동응답시스템)에서 고령층 고객이 듣고 이해하기 쉽도록 ‘느린 말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은행들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좀 더 적극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달 펴낸 ‘디지털 금융시대의 금융소외 심화’ 보고서에서 “금융 접근성 개선을 위한 금융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취약계층의 금융 이용 애로는 여전하다”며 “소비자의 생애주기별 여건 변화 등 중장기적 요소를 고려해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행과 같은 금융사가 중심이 돼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고령층의 경우 은행 점포도 줄어가는 상황에서 모바일을 활용한 비대면 거래에 있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고령층과 같은 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금융기관과 학교 등이 협력한 정부의 교육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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