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로 탄핵 가능성이 커지면서 브라질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이에 그간 투자대안으로 재부상했던 브라질 국채에 지난 2015년 신용등급 하락 때와 같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브라질 국채 투자를 고객에 강하게 권장했던 증권사들의 입장도 난처하게 됐다.

24일 코스콤에 따르면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 금리는 지난 22일 11.0240%를 기록했다. 지난달 18일만해도 9.6540%로 10%를 밑돌던 것이 크게 뛰어오른 것이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가격은  반대로 하락하면서 투자자는 손실을 입게 된다. 

여기에 헤알화 환율까지 최근 치솟으면서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은 속을 끓이고 있다. 헤알화 환율도 상승하고 있다. 헤알화의 가치는 지난 18일 테메르 대통령 탄핵 우려로 6.35% 급락했다. 헤알화 가치 추락으로 수익이 반토막났던 과거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그간 브라질 국채 투자를 부추겼던 증권사들도 단기적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투자자의 비난이 쏟아질까 우려하고 있다. 강하게 브라질 국채를 권했던 일부 증권사 관계자는 아예 외부와의 접촉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A증권사 채권 관계자는 “브라질 국채는 그야말로 ‘하이일드 채권’”이라며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설이 나오는 마당에 테메르 대통령 탄핵 얘기가 나오면서 외국인이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급등락이 심한 상품을 단순히 브라질 경제 펀더멘털이 좋다거나 기준금리가 아직 좋다고 판매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테메르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더라고 당분간 브라질 경제 충격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일반적으로 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다른 회사채 등과는 달리, 외화채권의 거래 내역을 공시하고 있다. 외화채권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브라질 국채로 그만큼 환 변동에 수익률이 급변하는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B증권사 채권 관계자는 “증권사들도 판매를 위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며 “환차손 가능성에 변동성도 큰 브라질 국채가 얼마나 위험한 상품인지 투자자들도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증권사들이 브라질 경제 펀더멘털이 좋다고 마케팅을 했는데, 브라질 국채는 펀더멘털보다는 센티멘털(투자심리)에 의해 더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직 브라질 기준금리가 11.25%로 추가 하락 여지가 크고, 비과세 혜택과 저금리 상황에서 높은 금리 등을 고려하면 일부 자산을 투자하기에는 그리 나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크레딧팀장은 “여러가지 정치적 이슈로 단기적인 충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헤알화 가치가 100% 떨어졌던 지난 2015년에 비하면 브라질 경제여건이 더 좋고, 정기적으로 나오는 높은 금리이자와 비과세 혜택을 감안하면 일부 자산은 투자해도 괜찮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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