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정연대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 데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코스콤 차기 사장으로 내부 출신이 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코스콤 임직원 사이에서도 창립 40주년을 맞은 올해에는 내부 출신 사장이 등장해야 한다는 바람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자회사(지분율 76.6%)로 거래소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코스콤에 내부 출신 사장 등장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5월 취임한 정 사장의 공식 임기는 이달 8일자로 종료됐다. 정 사장은 정관에 따라 후임자가 선임되기 전까지 자리를 유지하게 된다. 대선이 끝나고 아직 금융위원장도 결정되지 않아 관련 인사가 ‘올스톱’ 상태에 놓이면서 새 사장 선임에 대한 구체적 윤곽은 나오지 않았다. 

3년 임기의 코스콤 신임 사장은 이사회를 통해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하고 공개모집과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인하게 된다. 말은 공개모집이지만 그간 코스콤에는 내부 출신 사장이 한명도 없을 정도로 기획재정부(재경부) 출신 관료나 정치권 관련 인사가 독식했다. 일종의 ‘전리품’처럼 여겨진 셈이다. 

지난 1982년부터 1988년까지 코스콤(한국증권전산)의 사장을 지낸 장태완 전 사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끈 신군부에 맞섰던 육군 수도경비사령관 출신이었다. 금융이나 정보기술(IT)과 전혀 무관한 인물이었지만, 정권을 잡은 전 전 대통령과 신군부 측은 그를 달래기 위해 ‘자리’를 제안했고 장 전 사장은 ‘가장 편한 곳을 달라’고 해서 코스콤 사장에 취임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다.

14대 사장을 지낸 정연태 전 사장과 15대 사장인 김광현 전 사장은 민간 IT 전문가였지만, 이들 역시 모두 청와대와 ‘끈’이 있는 인사들이었다. 

정 전 사장은 낙하산 논란에다 개인파산 경력까지 불거지면서 결국 취임 10일 만에 사의를 표명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김 전 사장은 과거 현대정보기술 재직 시 1억원 가량의 뇌물수수 혐의로 법정구속되면서 물러났다. 퇴임이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김 전 사장은 다시 코스콤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현 정연대 사장은 IT 전문가지만, 취임 당시 ‘서금회’(서강금융인회) 출신의 ‘친박’ 인사로 분류됐다. 다만, 2014년 41억원에 불과했던 코스콤 영업이익이 지난해 173억으로 불어나는 등 정 사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지난해에는 소프트웨어(SW) 산업 발전과 육성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하는 등 코스콤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정 사장은 평소 격의 없이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코스콤을 잘 이끌어왔다.

그럼에도 직원들은 내부 출신 사장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코스콤 노조 관계자는 “내부 출신 사람에 대한 임직원의 바람은 새 사장이 선임될 때마다 매번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전대근 코스콤 전 전무, 현 경영자문위원

현재 내부 출신으로 사장 도전 의사를 밝힌 유력 인사로는 전대근 전 코스콤 전무가 있다. 전 전 전무는 올해 초 전무자리에서 물러나 현재는 경영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홍익대 공대 출신으로 증권시스템부 매매팀장, PB업무팀장, 증권·정보본부장, 경영전략본부장 등 사원부터 전무까지 30여 년간 코스콤에 재직하면서 실무와 경영을 두루 거쳤다.

유독 사장 자리에 부침이 심했던 코스콤에서 5개월간 사장 대행을 수행하는 등 사장직도 이미 경험했을 정도로 내부 사정에 빠삭하다. 친근감 있는 성격으로 재직 당시 노조는 물론 외부 금융투자업계 인사와도 관계가 좋았다.

전 전 전무는 “최근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에서 내부 출신 인사를 수장으로 선임했다”며 “내부 출신은 도덕성과 경영능력을 검증받았을 뿐 아니라, 조직원을 통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시장 IT인프라의 개발과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코스콤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내부 출신 IT 전문가가 사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지금이 내부 출신 사장이 나오기 적기”라고 주장했다.

다만, 코스콤이 거래소의 자회사라는 점에서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의 거취가 확정된 이후에 내부 사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내부 출신은 사장은 IT전문 기업인 코스콤 업무적응 기간을 줄일 수 있고 직원들 사기를 올릴 수 있어 이제 한번쯤은 나와야 한다”며 “거래소 정 이사장은 임기가 아직 남아있는 상태니 그것과는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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