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업계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두 수장이 다른 행보로 해외에서 맞수를 펼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을 만나 경영전략을 설명하고, 현지 정부 관계자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면담을 하는 등 성격은 다르지만 글로벌 종합금융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는 분명해 보인다.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해외에서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직접 해외 IR을 진행하고 현지를 방문해 수익모델을 연구하는 등 글로벌 종합금융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각 사 제공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용병 신한금융회장은 12일부터 오는 16일까지 4박5일 동안 영국,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 4개국을 방문한다. 지난 4월 아시아지역 IR(기업설명회)에 이은 두 번째 해외 IR로 조 회장은 직접 유럽 기관투자자들을 만나 신한금융의 경영전략을 설명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이를 위해 3분짜리 영상을 직접 찍어 해외 기관투자자에게 미리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IR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IR의 경우 최고재무책임자(CFO)나 IR담당 임원이 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수장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에 따르면 조 회장은 연기금, 국부펀드 관계자들을 상대로 신한금융의 중장기 성장 전략인 ‘2020프로젝트’와 향후 경영전략방향을 설명할 방침이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2020년 신한금융을 아시아 최고 금융투자회사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조화로운 성장, 글로벌 가속화, 디지털화, 신한의 발전적 문화계승이 골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조용병 회장님의 취임으로 CEO가 6년 만에 바뀐 만큼 투자자들이 새로 바뀐 CEO의 전략방향이 궁금할 수 있다”며 “인사 겸 경영전략을 설명할 겸 투자자들 찾아뵙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의 취임 전 신한금융은 2011년부터 6년간 한동우 전 신한금융 회장이 이끌었다.

해외IR을 금융사의 수장이 직접 챙긴 이유는 ‘투자자 안심 측면’이 짙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 회사를 6년간 성공적으로 이끈 CEO가 퇴임하고 새로운 CEO가 오면 투자자들은 CEO 리스크에 대해서 당연히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들은 성장도 중요하나 안정도 중요하니 앞으로 (새 CEO가) 어떻게 조직을 이끌고 어떤 성장전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IR이 NDR(Non Deal Roadshow)이라고 신한금융은 설명하지만 이번 해외IR로 해외 기관투자자의 지분율 확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신한금융지주의 12일 기준 외국인 지분 보유율은 69.41%로 70%를 목전에 뒀다. 조 회장이 취임한 지난 3월 말 68% 중반대에서 꾸준히 오르고 있는 수치다. 지난 2011년 2월 말 이 수치는 59.44%로 60%도 넘지 못했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의 경우 아직까지 직접 해외 IR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회계법인 출신인 윤 회장이 지주 CFO를 지낼 시절, IR을 다니며 해외 투자자들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IR은 아니지만 이들이 국내에서 열리는 IR 참석차 방한시 소그룹 미팅이나 티타임 등의 방식으로 해외 투자자들과의 접점을 유지해가고 있다.

윤 회장은 올해 들어서만 미국과 동남아시장 출장길에 올랐다. 현재 적극적인 해외 출장을 통해 글로벌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중이다. 지난 2월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미얀마 등 동남아 4개 국가를 방문해 글로벌사업장 개소식 행사에 참여하는 것뿐 아니라 현지 정부 관계자를 만나는 등 글로벌 사업을 속도감있게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회장은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의 면담에서 하노이 사무소의 지점전환과 은행업 진출확대, 카드·증권 등 분야에서의 신규 진출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협조를 부탁했다. 푹 총리는 KB금융의 진출을 환영한다며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고 KB금융은 전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는 뚤뚬붕지점 개점식에 참석했다. 뚤뚬붕지점은 KB금융이 캄보디아에 세운 세 번째 현지지점으로 개인 사업자와 중산층이 밀집한 지역에 위치해 현지진출을 위한 전략기지가 될 것이라는게 KB금융의 설명이다.

지난 3월에는 일주일간 지주, 은행, 증권, 카드, 인베스트먼트 등 KB금융 주요 계열사 임원과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등을 방문했다. 구글 등 글로벌기업과 뉴욕의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 디지털을 앞세운 금융회사 등을 잇달아 찾았다.

윤 회장은 출장 후 열린 지주 임원회의에서 “디지털은 온라인, 모바일 채널을 얹는 수준의 점진적 서비스 개선이나 자동화 비용 절감 노력이 아니다”라며 “선도 핀테크 기업과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추진하며 궁극적으로는 유능한 인재들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고, 동시에 내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양성해 KB가 디지털 리더 사관학교로 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관계자는 “방문 회사별로 형식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KB금융그룹과의 사업 부문별 파트너십을 모색하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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