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뒷담화] 원더우먼 : DC 코믹스의 비정상의 정상화
[영화 뒷담화] 원더우먼 : DC 코믹스의 비정상의 정상화
  • 이성봉 기자
  • 승인 2017.06.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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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이 슈퍼맨을 이길 수 있느냐”

미국 코믹북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원더우먼>에서 주인공을 맟은 "갤 가돗‟은 위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은 캐릭터 능력에 대한 질문일 수 있고, 영화 흥행에 관한 질문으로 읽힐 수도 있다.
2010 년대 개봉한 DC 코믹스 영화는 마블 영화와 끊임없이 비교되며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개연성 약한 스토리 위에 영상미와 액션만을 강조했고, 일부 팬들은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배트맨 캐릭터가 기존과 너무 다르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적과 싸우더라도 살상은 하지 않겠다던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배트맨이 갑자기 기관총을 마구 쏘며 적들을 물리치는 모습은 기본 신념마저 바꾼 것처럼 보여 낯설게 느껴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블과 달리 어둡고 심각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유머코드 하나 없이 달려가니 관객들은 지치다 지루해할 수 밖에.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반전을 꿰하려했지만, 할리퀸 캐릭터를 살리는데 그쳤다.

이런 와중에 영화 <원더우먼>은 가뭄 속 단비 같이 찾아왔다. 원더우먼은 슈퍼맨, 배트맨과 함께 DC 코믹스의 대표적 캐릭터다. 최근 DC 코믹스 영화에 대한 실망으로 기대치가 상당히 낮은 상태에서 개봉한 <원더우먼>은 여러 우려 섞인 시선에 충분히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 사진 = 영화 '원더우먼'

아마존 '데미스키라 왕국'의 공주 "다이애나 프린스"(갤 가돗)는 섬에 불시착한 조종사 "트레버 대위‟(크리스 파인)를 통해 인간 세상의 존재와 그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신이 주신 능력으로 세상을 구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임을 깨달은 다이애나는 낙원과 같은 섬을 뛰쳐나와 1 차 세계 대전의 한가운데로 뛰어든다.

원더우먼 역할은 이스라엘 국적의 배우 "갤 가돗‟이 맡았다. 갤 가돗은 2004 년 19 세의 나이로 '미스 이스라엘'에서 우승핚 경력이 있으며, 여성에게도 국방의 의무가 있는 이스라엘에서 2 년 간의 군 복무를 마쳤다. 2007 년 드라마로 연기를 시작, 2009 년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지젤 하라보 역을 맟으며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 사진 = 영화 '원더우먼'

 

"젊은 세대에는 '원더우먼'의 고정된 이미지가 없다.”

원더우먼 하면 떠오르는 배우는 "린다 카터"다. 그는 1970 년대 등장핚 TV 드라마 <원더우먼>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원더우먼'하면 "린다 카터‟가 떠오를 정도로 당시 인기는 상당했기 때문에, 2017 년 새로운 원더우먼에 "린다 카터‟와 다른 외모와 몸매를 가진(?) "갤 가돗‟이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에 실망한 팬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된 일이다. 현재 20, 30 대에게는 고정된 "원더우먼"에 대한 이미지가 없다. 젊은 세대들에게 이제 원더우먼은 "갤 가돗"이다.

배우의 설명을 이렇게 길게 할 이유는 영화 <원더우먼>이 캐릭터 구축에 상당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한 이야기 구조와 극적인 갈등 없이 "원더우먼‟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한 계기를 설명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마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영화 <퍼스트 어벤져>와 같이 캐릭터의 탄생기를 다루고 있다.

 

▲ 사진 = 영화 '원더우먼'

원더우먼은 코믹스의 황금기인 1941 년에 슈퍼맨과 배트맨 성공의 뒤를 이어 최초로 등장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몰턴 마스턴은 남자 슈퍼히어로처럼 주먹으로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풀어가는 영웅을 구상했다. 심리학자인 아내와 의논해 여자 영웅을 만들어냈다. 그는 논문을 통해 "힘과 의지와 강인함이 결여된 현재의 젂형적 여성상만 강조된다면 소녀들 중 아무도 성인 여성으로
성장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슈퍼맨처럼 강인한 초능력과 함께 여성의 강점인 선량한 아름다움까지 겸비한 캐릭터를 창조함으로써 여성을 진정으로 해방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시대를 앞서간 여성 캐릭터”

영화 <원더우먼>은 제 1 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항복했고, 여성에게 투표권은 없었던 1918 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이 시대에 주도적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은 여성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부각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영화가 흘러가는 내내 "원더우먼"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액션 또한 원더우먼이 가진 능력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슈퍼히어로 영화의 첫 번째 여성 감독 '패티 젠킨스'는 창작자 마스턴의 의도대로 영화를 통해 "선량한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전쟁에 뛰어든 계기를 만들고, 원더우먼 캐릭터의 지향점을 드러낸다. 액션 또한 이러한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 활용된 수많은 CG 와 슬로 모션이 기존의 남자 캐릭터들의 액션 장면과 달라 생소하지만, 여성 캐릭터 액션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우아하고 아름다운 동작 위주로 구성했다는 것이 돋보인다. 최근 DC 코믹스 영화들이 볼거리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원더우먼>은 캐릭터 구축에 중점을 두며 이러한 시선을 피해 간다.

▲ 사진 = 영화 '원더우먼'

 

“DC 코믹스가 달라졌어요”

DC 코믹스 영화는 유머가 곳곳에 숨어있는 마블 시리즈와 달리, 어둡고 심각해 재미없다는 평도 받아왔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영화 후반부에 "원더우먼"이 등장했을 때, 슈퍼맨과 배트맨이 “쟤 네 친구야?”“난 네가 데려온 줄 알았는데”라고 말하는 대화가 유일한 유머였다. 덕분에 영화 <원더우먺>의 기대감이 올라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에 대해 이병헌 영화감독은 “슈퍼맨과 배트맨은 원더우먼에 빚졌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영화 <원더우먼>은 원더우먼이 살던 신화적인 아마존들의 터잔  "테미스키라"에서 트레버 대위를 따라 원더우먼이 인간들의 세계에 도착한 후 적응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런던 한복판에서 칼과 방패를 들고 다니고 인간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옷을 200 벌 이상 갈아입는 장면은 'DC 코믹스
달라졌어요'라고 말할 법하다.


아쉬운 점은 역시 있었지만, 방향을 잃고 가던 DC 코믹스 영화의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화시켰다는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원더우먼"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각인시키고 설명하는데 충분했고, 올해 이어서 개봉할 <저스티스 리그>를 기대하게 만드는데 공이 매우 크다. 6 월 2 일 기준으로 예매율 1 위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 <원더우먼>은 흥행에서 DC 코믹스의 "슈퍼맨"과 "배트맨" 시리즈를 이길 수 있을까. "원더우먼"의 새로운 시작을 여는 주인공 역의 "갤 가돗"은 미국 코믹북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원더우먼이 슈퍼맨을 이길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물론이다. 원더우먼은 슈퍼맨을 이길 수 있다”

 

▲ 사진 = 영화 '원더우먼'
▲ 사진 = 영화 '원더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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