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해외 보험사들이 인슈테크(InsurTech) 산업 발굴과 수익창출에 나섰지만 국내 업계들은 진입장벽에 막혀 걸음마도 떼지 못하고 있다.

AI보험이 5년 내 보험 판도를 뒤흔들 예정이고,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의 헬스케어 사업은 발전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작 국내사들은 의료법에 가로막혀 한숨만 쉬고 있다.

▲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계의 신 산업으로 불리는 헬스케어와 AI보험이 국내에서는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규제와 미비한 준비로 발전은커녕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I보험 산업이 실현될 때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5일 '인공지능 모집채널에 따른 규정 정비 관련 검토' 보고서에서 AI보험에 대한 장기적이고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 보험연구원은 “빠르면 5년 내 AI설계사가 보험설계사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5월 영국 런던에서는 150여개 보험사가 ‘우리 산업의 혁명’ 회의를 통해 AI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보험산업과 4차 산업혁명이 얽혀있어 미래 보험산업이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이미 IBM의 AI컴퓨터 왓슨(Watson)이 자동차 사고보고서를 읽고 보험금 지급을 결정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보험설계사의 숫자도 온라인 전용보험과 방카슈랑스 등의 여파로 급격한 감소세다.

AI보험이 대세로 부상하고 있지만 법안이나 가이드라인 제정의 움직임은 없다. 보건복지부는 AI보험 심사 토론회에서 AI보험 심사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는 등 회의적이다.

AI보험이 법적 근거가 없어 사각지대에 놓인 다른 산업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보험업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대규 보험개발원 원장은 5월 사설에서 “보험 생태계의 기술혁신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으며, 결국 다양한 환경에서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헬스케어와 보험의 접목도 1년 넘게 발목이 잡혀 있다. 의료계가 헬스케어 관련 의료법 개정에 강력 반발하면서, 기술을 갖추고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중이다.

헬스케어는 고령화시대와 4차산업시대를 묶는 유망 사업으로 손꼽힌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보험업계는 이미 헬스케어를 흡수해 다양한 사업모델을 꾸렸다. 미국 시그나그룹은 환자의 건강위험도를 4단계로 구분해 개인별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남아공의 글로벌 보험사 디스커버리도 건강관리 고객의 등급에 따라 차등 혜택을 준다. 일본은 원격진료가 허용되면서 헬스케어에서 한 단계 더 진화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반면 국내보험사와 국내에 진출한 해외사들은 헬스케어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보험사가 의료법인과 제휴를 맺어야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허용하는 분야도 교육이나 연구, 장례식장 운영 등 기초적인 7가지 사업뿐이다. 보험업계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요구하는 한편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요청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여태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데이비드 코다니 시그나그룹 대표는 4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보험업계는 지난 10년간 헬스케어에 주력해왔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미국과 같은 수준의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팎에서 규제 개혁 목소리가 나오지만 보험업계가 바라보는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정권이 바뀌면서 보험산업에 대한 규제가 한층 심화됐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료 인하 요구에 이어 차보험료까지 손을 댄다는 말이 나온다”며 “가격 규제가 시작된 상황에 신 산업에 대한 규제 약화는 먼 나라 이야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규제와 개혁에도 최소한의 주기가 필요하다. 언제 옥죌지 모르니 신산업에 진출하기 어렵다”며 “규제를 아예 풀어달라는 게 아니라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제시해야 믿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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