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雨中) 산책…비 오면 더 그리운 풍경
우중(雨中) 산책…비 오면 더 그리운 풍경
  • 김성환 기자
  • 승인 2017.06.2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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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추천 7월 가볼 만한 여행지

[한국스포츠경제 김성환] 비 오는 날, 더 예쁜 풍경들이 있다. 고즈넉한 정자가 그렇고 고산준봉에 안긴 산사(山寺)가 그렇다. 녹음 짙은 숲과 고요한 호수도 빗소리와 어우러지면 평소와 달리 고상하고 우아한 멋이 더하다. 이런 풍경은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며 여운 오래 남긴다. 마침 한국관광공사가 7월에 가볼만한 여행지로 비가 오면 더욱 예쁜 곳들을 추천했다. 뙤약볕 같은 도시생활에 가슴이 타 들어갈 때 이런 풍경들 찾으면 큰 위안이 된다.

▲ 비 내리는 날, 창덕궁 후원/ 사진=한국관광공사

▲ 서울 창덕궁 후원과 인왕산 수성동 계곡

비 오는 날, 창덕궁 후원을 걸어본다. 시간의 무게 느껴지는 곰삭은 가람들과 청량한 빗소리에 마음 절로 차분해진다. 창덕궁은 주변 지형과 잘 어우러지는 가장 한국적인 궁궐이다. 이 가치 인정 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창덕궁 후원은 34만490㎡(10만 3,000여평) 규모로 중국의 이허위안(頤和園), 일본의 가쓰라리큐(桂離宮)와 함께 아시아 3대 정원으로 꼽힌다. 때죽나무, 단풍나무, 팥배나무, 소나무, 산벚나무 등이 자라고 아름다운 연못인 부용지와 주합루, 존덕정 등 운치 있는 정자와 누각이 고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후원이 조성되기 시작한 1406년부터 지금까지 정원 나무에 가위질 한 번 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후원 끝에 있는 소요암에는 너럭바위에 홈을 파 만든 작은 폭포가 있는데 비 오면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도심 속 우중(雨中) 산책 코스 하나 더 꼽자면 인왕산 수성동 계곡을 들 수 있다. ‘수성’이라는 이름은 물 소리가 경복궁까지 들릴 정도로 크다고 붙은 이름이다. 안평대군과 조선시대 숱한 시인묵객들은 계곡의 우렁찬 물소리를 장단 삼아 시를 읊조렸다고 전한다. 추사 김정희는 ‘수성동 우중에 폭포를 구경하다’는 시를 남겼고 겸재 정선은 수성동 계곡이 포함된 ‘장동팔경첩’이라는 그림을 남겼다. 계곡을 찾아가는 길에는 시인 윤동주, 화가 박노수의 흔적이 부려져 있다.

▲ '비둘기낭' 폭포/ 사진=한국관광공사

▲ 경기 포천 비둘기낭 폭포

‘비둘기낭’ 폭포는 영북면에 있다. 새 둥지를 닮은 현무암 협곡에 폭포가 떨어진다. 일제 강점기에 이 곳에 비둘기들이 정말 많았단다. ‘낭’은 낭떠러지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전한다.

울창한 나무 아래로 난 계단을 따라가면 신비한 풍경이 느닷없이 등장한다. 거북 등 껍질처럼 생긴 30m 높이의 주상절리, 이 안에 폭 안긴 옥빛 소(沼)와 웅장한 협곡. 큰 비 내린 후에는 이 투명한 소 위로 장쾌한 폭포가 떨어진다. 비둘기낭은 원래 사진 촬영 좋아하고, 천연한 자연 탐하던 사람들이 은밀하게 찾던 곳인데 드라마 촬영지로 입소문 타더니 2012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전망대에 서서 흐르는 물줄기 바라보면 눈과 귀가 즐겁고 시나브로 자연에 동화된다.

▲ 화천 서오지리/ 사진=한국관관공사

▲ 강원도 화천 서오지리

하남면에 ‘서오지리’라는 마을이 있다. 1965년 춘천댐이 생기면서 ‘건넌들’이라고 불리는 마을 앞들 일부가 물에 잠겼다.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나고 물고기가 죽었다. 오염된 습지를 살리기 위해 2003년부터 연을 심었는데 지금은 꽃향기가 온 마을을 감싸는 연꽃단지가 됐다. 이곳이 서오지리다.

15만㎡에 이르는 연꽃단지에는 8월말까지 백련, 홍련, 수련, 왜개연꽃, 어리연꽃, 가시연 등이 피고지기를 반복한다.

북한강과 어우러지는 풍광도 근사하다. 방죽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전망 데크에 서면 호수처럼 넓은 북한강이 바라보인다. 강 하류는 춘천, 상류는 화천이다. 생태가 살아난 습지에 깃들어 사는 생명체도 다양하다. 물방개와 물장군, 참붕어, 미꾸리, 잉어는 기본이요, 열목어와 버들치, 황쏘가리가 한 식구다. 물닭, 호반새, 뜸부기, 꾀꼬리, 왜가리 같은 조류도 반갑다. 고운 연꽃에 눈 맞추고, 연잎에 또르르 구르는 물방울에 미소 짓고, 지난해 따고 버린 연밥 근처에서 연 씨를 줍다 보면 시간이 금세 흐른다. 비가 오면 이런 풍경들에 더욱 정이 간다. 연잎 등을 이용한 먹거리도 있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 아침 안개가 밀려드는 정방사/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충북 제천 정방사

정방사는 제천 수산면 금수산 의상대라는 까마득한 절벽아래 위태롭게 매달린 절이다. 그 모양이 마치 제비집 닮았다. 청풍루와 유운당, 원통보전, 나한전이 의상대 아래 일렬로 섰다. 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의 말사다.

절 들어 앉은 자리도 자리지만 앞마당에서 보는 풍광이 더욱 예사롭지 않다. 요사채 앞에는 작은 마당이 있다. 이 마당에서 바라보면 월악산과 청풍호가 발아래 펼쳐진다. 가장 아름다운 때는 아침 무렵. 월악산 골짜기와 청풍호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어울려 선경을 빚어낸다. 비 오는 날 분위기는 한결 운치 있다. 법당 마루에 앉아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노라면 절과 풍경이 오롯이 내 것이 된다. 후드득후드득 깃드는 빗소리는 부처님 설법처럼 들린다. 세상 시름 말끔히 씻긴다.

▲ 농암종택/ 사진=한국관광공사

▲ 전남 진도 운림산방

비 오는 날 진도에 있다면 운림산방으로 간다. 의신면에 있다.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허유)이 말년을 보낸 집이다. ‘운림’은 ‘구름 숲’이다. 진도에서 가장 높은 첨찰산 자락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룬다. 여기서 이 풍경 오롯이 볼 수 있다. 소치는 운림산방을 이름처럼 멋지게 꾸몄다. 집 앞에 널찍한 연못(운림지)을 파고 한가운데 둥근 섬을 만들어 배롱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지금도 여름이면 연못 가득 수련과 함께 붉은 배롱나무꽃이 핀다. 이 아름다운 연못은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에도 등장했다.

운림산방 뒤에는 사시사철 푸르른 숲이 울창하다. 진도 쌍계사 상록수림(천연기념물 107호)이다. 첨찰산 자락을 휘감는 이 숲은 넓이가 약 62만㎡에 달한다. 쌍계사 상록수림은 소치의 산책로였다고 한다. 나뭇잎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비 오는 날 운림지 연잎에 물 떨어지는 소리만큼 듣기 좋다.

▲ 농암종택/ 사진=한국관광공사

▲ 경북 안동 농암종택

비가 오는 날 농암종택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참 운치가 있다. 청량산 줄기에 내려 앉은 구름이 눈을 정화하고 낙동강에 드는 빗 소리는 티 없이 맑아 귀를 깨끗하게 만든다.

농암종택은 도산면에 있다. 원래 도산서원 앞 분천마을에 있었는데 1976년 안동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된 후 1996년부터 현재의 위치로 옮겨 복원됐다.

농암 이현보는 조선 중기 때 문신이자 시조 작가다. 1542년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시를 벗 삼아 지낸다. 국문학 사상 강호 시조 작가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농암종택에서는 ‘긍구당’은 꼭 찾아본다. 농암종택의 별채인데 이곳 마루에 오르면 낙동강 물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 강변 가까이 있는 애일당 뒤 누각에서는 낙동강과 벽련암을 바라볼 수 있다. 강변으로는 ‘퇴계오솔길(예던길)’이 이어진다. 퇴계가 집에서 청량산 갈 때 걷던 길이다. 낙동강을 따라 조붓한 길이 이어진다. 비 오는 날 걸어도 좋을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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