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 예비 창업자 박용례(54·가명)씨는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을 열기 위해 준비하던 중 ‘KB소호창업지원센터’를 접하게 됐다. 막연하게 '창업 준비 과정에 도움을 준다’는 말을 듣고 서울 양평동 소재 센터를 방문한 박씨는 창업 예정지의 지역 상권분석을 포함해 음식점 창업 절차에 대한 자문, 부족자금에 대한 금융지원 등 창업 관련 원스톱 컨설팅을 받고 ‘준비된 창업’을 할 수 있었다. 박씨는 “은행은 단순히 대출만 가능할 줄 알았는데 무료 컨설팅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체계적이어서 창업을 준비 중인 주변 지인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 KB소호 창업지원센터를 찾은 예비창업자가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국민은행

이번 달 들어 은행들이 자영업자와 예비 창업자를 위한 아카데미, 세미나 등을 연달아 열면서 이들의 ‘서포터즈’를 자처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26일과 27일 양일간 소상공인 창업아카데미를 열고 신한은행도 지난 14일과 16일 자영업자 고객 300여명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었다. 농협은행은 오는 8월 은행 방문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위해 소상공인 전용 비대면 대출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세미나, 아카데미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자영업자들의 창업 관련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등 비금융서비스 지원을 통해 잠재고객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고객과 맺은 금융상담이 사업자대출로 이어지게 하거나 주거래고객으로 유치하려는 계산도 깔려있다.

그 중에서도 국민은행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 등에 그치지 않고 ‘생계밀접형 창업 솔루션 제공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신설한 ‘창업지원센터’ 덕분이다.

27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지난해 9월에 문을 연 ‘KB소호 창업지원센터(창업지원센터)’는 지난 4월 기준 400건을 넘는 컨설팅을 진행했다. 국민은행 중소기업기획부 관계자에 따르면 컨설팅 건수 중 약 10%가 실제 창업까지 이어졌다. 이 관계자는 “컨설팅 건수 중 예비창업자와 기창업자의 비율은 6대4 정도로 구성돼 있다”며 “대략적으로 30~50건 정도가 창업까지 성공을 했다”고 말했다.

창업 관련 컨설팅을 받았다고 해도 창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초기 상담을 받고 6개월 간 센터의 꾸준한 피드백을 받으며 창업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경영자금을 다 갖추고 창업 시점에 한 번 센터를 방문해 바로 창업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센터를 찾는 고객들은 금융자문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소상공인들이 대부분 자금 때문에 센터를 찾기 때문에 금융자문 비중이 높다”며 “센터가 지원하는 서비스가 많다보니 고객들이 각자 만족하는 서비스가 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이 컨설팅으로부터 만족한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려는 고객에게 계약서에 독소조항은 이런 것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식으로 조언을 하고, 급전이 필요해 현금서비스를 받으러 온 고객에게 국민은행 대출 상품보다 금리가 더 저렴한 정책자금이 있으니 신용보증재단에서 어떤 상품을 이용하라는 식으로 상담을 해주는 정도였다.

실제 이 센터에서 컨설팅을 받고 국민은행과 거래를 시작하는 고객은 컨설팅 고객의 1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센터를 찾는 예비창업자의 경우 어디에서, 어떻게 대출을 받아야할지 모르시는 분들이 실제로 많다”며 “이런 분들에게 은행 자금의 진행 부분, 신용도에 따라서 정책자금은 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대출 등 금융업무를 도와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중간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상권분석, 사업자등록부터 SNS 마케팅, 절세 등의 부분까지 전반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었다.

지난해 3월 영등포시장역 인근에 만두가게를 연 한 중국인 고객은 국민은행 영업점에 대출을 문의했다가 창업지원센터를 소개받은 후 상담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서울시 협약자금을 추천받아 사업자금을 충당했다.

컨설팅에만 끝나지 않는다. 예비창업자가 센터로부터 도움을 받아 창업을 하고 ‘사장님’이 된 뒤에도 국민은행은 사후관리를 하고 있다. 주로 유선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지만 이후에도 고객들이 센터를 방문하거나 필요한 경우 센터에서 아웃바운드로 상담을 진행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서울시, 서울신용보증재단과 함께 ‘소상공인 종합컨설팅 지원’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기에 현재는 서울 시내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나 창업 후 경영 애로를 겪고 있는 사업자가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다. 이 관계자는 “(고객이) 오실 수만 있으면 수도권까지 컨설팅을 받고 있다”며 “사업장은 강원도에 있지만 거주지가 서울인 한 고객은 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강원도 한 시장에 반찬가게를 연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지원센터에서는 ▲점포입지·상권분석 ▲창업 절차 및 인허가 사항 ▲각종 금융상담 ▲자금관리 및 절세방안 등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양평동, 광화문, 서초동, 쌍문동, 사당동 등 서울소재 5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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